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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산채이야기

씀바귀 이야기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씀바귀

 

 

최근 씀바귀가 무공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본래 묵정밭 같은 데서 캔 것이 제맛이지만 재배한 것도 자연산에 못지않다. 게다가 병해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산자는 재배하기 손쉽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데다 종자로 번식이 가능해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씀바귀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납죽이 엎드린 채 사위가 황량한 빈 밭이나 묵정밭에서 푸른빛으로 생명을 이어간다. 잎은 한겨울에도 완전히 말라죽지 않고 땅에 달라붙어 숨을 죽이며 봄을 기다린다. 땅 속 깊이 가느다란 뿌리를 내리고 추위에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겨울을 맞는다.
입맛을 돋우는 데 씀바귀만한 게 있을까 싶다. 늦가을에 캔 것을 고추장 항아리에 넣어두면 겨우내 맛있는 장아찌로 익는다. 요즘 사시사철 시장에 나오는 달래와 신선초 등 신선한 산나물과 초고추장을 넣고 무쳐 먹어도 별미다. 이처럼 요리 솜씨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씀바귀는 아무래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이 제철이다. 특유의 씁쓰레한 맛이 적당히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먹으면 너무 쓰기 때문에 물에 우려낸 다음 반찬으로 이용한다. 쓴맛을 좋아하여 ‘쓴맛이 나야 씀바귀답다’면서 생것을 그냥 먹는 사람도 있다.


산나물 중에서 가장 쓴 나물
우리가 먹는 산나물 중에서 가장 쓴 것을 꼽으라면 씀바귀가 단연 으뜸이다. 대개 쓴맛 나는 식물은 염증을 내려주고, 열을 풀어주며, 식욕을 증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씀바귀는 성질이 차고 설사를 멎게 하며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한약방에서는 해열·건위·폐렴·간염·종기 등을 치료하는 데 약재로 이용한다. 또 줄기와 뿌리를 신고매 또는 고채라 부른다.
최근 골수암 세포를 억제하는 항암 효과와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원광대 인체과학연구소 정동명 교수팀은 “씀바귀가 항스트레스, 노화 방지, 피로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 등 성인병 예방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팀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술 연구개발 사업비를 지원받아 2년 동안 씀바귀의 성분을 조사해 이 같은 약효를 밝혀냈다.
또한 씀바귀의 추출물은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 효과가 14배, 항박테리아 효과가 5배,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가 7배 등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스트레스, 암, 알레르기 등에도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면역 증강과 항암 효과 등이 뛰어난 알리파틱과 노화 억제와 항산화 기능을 지닌 시나로사이드와 같은 성분이 다른 식품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에서 자생하는 일곱 가지 씀바귀
씀바귀는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씀바귀를 쓴나물·싸랑뿌리·씸배나물·쓴귀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씀바귀는 7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씀바귀, 벋음씀바귀, 좀씀바귀, 흰씀바귀, 꽃씀바귀, 벌씀바귀, 갯씀바귀, 좀씀바귀, 냇씀바귀 등이 있다. 주로 꽃 색상이나 자생지에 따라 구분하는데, 흰색 꽃이 피는 것은 흰씀바귀, 노란색 꽃이 피는 것은 꽃씀바귀다.
우리가 주로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선씀바귀다. 선씀바귀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고, 키가 20~50㎝씩 자란다. 뿌리잎이 모여서 나고 거꾸로 된 주걱 모양이 특징이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고 가지 끝에서 핀다. 종자는 납작하고 연한 밤색을 띤다.
씀바귀의 주성분은 다당류의 리눌린이며, 특히 비타민과 철분 등이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타민 함유량은 ‘비타민의 보고’로 알려진 시금치보다 월등히 많다. 요리 전문가나 한의사들은 씀바귀는 수험생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에게 권장할 만한 식품이라고 강조한다.


지역특성 살려 지역특산품으로 개발 중
요즘 농가에서는 소득 증대를 위해 재배를 꾀한다. 자연산은 채취하는 데 일손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씀바귀를 비롯해 산나물이 소비자들로부터 무공해·무농약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 산촌의 지역특성을 살려 지역특산품으로 개발해 나가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경기 양평군 양동면에서는 씀바귀를 무농약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충남북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특히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에서는 특화작물로 육성하고 있다. 이곳 농가에서는 씀바귀를 말리거나 즙을 내서 판매하기도 한다. 씀바귀가 향수가 물씬 묻어나는 산나물로 인기를 얻으면서 씀바귀 캐기 체험행사도 인기 있는 농촌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씀바귀는 거름기가 많고 생육 조건이 좋은 곳에서 자란 것일수록 쓴맛이 적고 뿌리가 연해 먹기가 좋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물 빠짐이 좋고 수분이 많은 걸찬 땅에서 잘 자란다. 농가에서는 가을부터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여 11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시장으로 출하하면 소득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초여름 종자 받아두었다가 휴면타파해 파종
번식은 뿌리와 종자로 하는 방법이 있다. 뿌리 번식은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종자는 6월 하순~7월 하순에 여무는데 그냥 내버려두면 털이 있어 바람에 날아가버린다. 종자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이슬이 마르기 전에 베어두었다가 깻단을 털 듯이 하면 된다.
파종은 7월 하순에 하는 것이 알맞다. 종자는 30일 간 휴면기간을 거쳐야 하므로 지베렐린 0.5~1ppm 등에 30분 담가 말려서 파종하거나 물에 6~8시간 불려서 0~4℃의 낮은 온도에서 20여 일 동안 저온처리한 뒤 파종하면 발아가 잘 된다. 발아가 잘 안 되는 편이기 때문에 약 990㎡당 3~4ℓ를 파종하면 된다.
포장의 물 빠짐이 좋게 하기 위해서는 너비 90㎝, 높이 10㎝의 두둑을 만든다. 종자가 작고 바람에 잘 날리기 때문에 종자와 톱밥을 섞어 흩어뿌림하거나 줄뿌림을 하면 된다. 씨앗을 뿌린 다음 흙을 0.5㎝ 두께로 덮어주고, 그 위에 짚을 덮은 다음 물을 흠뻑 주면 잘 자란다.
뿌리줄기를 심어 재배하는 방법도 있다. 겨울이나 이듬해 봄에 수확할 계획이라면 7월 20일 무렵 줄기마디를 2~3개로 절단해 줄 사이 20㎝, 포기 사이 10㎝로 아주심기하면 된다. 뿌리줄기를 심은 다음 수분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관수해 주면 좋다.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부직포 등을 이용해 재배할 경우 겨울에 출하가 가능하다.

볏짚 덮어주면 조기 수확 가능하다
파종한 이듬해 봄에 수확할 계획이라면 가을에 볏짚을 덮어주면 겨울에도 생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10월 하순 무렵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부직포 등을 덮어 땅이 얼지 않을 정도로 포장을 관리하면 더욱 좋은 품질의 씀바귀를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온도를 너무 높게 유지하면 꽃대가 나오기 쉬우므로 2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파종하면 11월부터 이듬해 4~5월에 수확이 가능하지만 꽃대가 나오면 뿌리가 단단해지고 쓴맛이 강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비닐하우스 등에서 재배하면 약 990㎡당 900~1,000㎏을 수확할 수 있다. 주로 뿌리만 나물로 먹기 때문에 300g 단위로 깨끗하게 다듬어 비닐봉지에 포장해 출하한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 가락시장에서 4㎏이 5,000~8,000원선에 거래됐다. 글·사진 / 오현식 (「농민신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