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에티켓
[중앙일보] 입력 2015.03.16
1922년 미국에서 발간된 『에밀리 포스트의 에티켓』은 에티켓의 경전으로 평가받습니다. 에밀리 포스트 이후 포스트 일가는 4대에 걸쳐 미국 버몬트주 에서 ‘에밀리 포스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에밀리 포스트의 증손자이자 ‘비즈니스 에티켓’ 분야를 개척해 온 피터 포스트가 방한 했습니다. 그에게 비즈니스 에티켓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의 공저 『성공하는 사람의 비즈니스 에티켓』(민음인)도 참고했습니다.
피터 포스트는 자신의 임무를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경우 에티켓은 ‘관계’에 관한 것이다. 정돈된 에티켓일수록 그 관계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포스트에 따르면 바람직한 에티켓은 다음과 같은 태도를 필요로 한다. 타인을 배려하고(considerate) ▶존중하며(respectful) ▶이해하는 (understandable) 것이다. 한국의 기업 문화를 고려해 상황별로 적용 가능한 에티켓을 소개한다.
◆사내 업무=출근을 하면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에티켓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것이다. 자신이 가야 하는 층의 단추를 누른 뒤, 가능하면 안쪽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남겨둔다. 단추를 누를 수 없으면 당황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에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먼저 내린다. 한 가지 예외는 회사의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먼저 내리도록 뒤로 한걸음 물러서는 경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고객의 비즈니스나 그 밖의 기밀사항을 말하지 않도록 한다.
다음은 회사 내부에서 일반적인 사무 업무를 볼 때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다. 포스트는 “전화를 받는 방식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가능한 한 전화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받는 것이 좋고, 전화 메시지를 받아 적을 때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정확하게 받아 적어야 한다. 메시지 끝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두면 메시지를 전해 받은 사람이 이 통화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볼 수 있다. 전화를 받을 땐 다른 일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화를 받는 사람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채기 때문이다.
복사 등 기본적인 사무업무에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복사의 경우 분량이 아주 많은 중요한 일이라면 아침 일찍 혹은 퇴근 시간 직후, 기계를 덜 사용할 때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많은 양을 복사할 계획이라면 두세 장 복사를 하러 온 사람을 위해서 잠깐씩 양보하는 것이 좋다. 많은 양을 복사한 뒤라면 종이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서 채워 두도록 한다.
업무상 e메일을 주고 받을 경우에는 항상 답신을 보내도록 한다. 사적인 용도로 회사의 e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고용주들은 인터넷 사용에 대해 직원들의 컴퓨터를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바일 매너=‘에밀리 포스트 연구소’는 인터넷·SNS 등 디지털 매너부터 모바일 매너까지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휴대전화와 관련해 비즈니스 자리에서 참고할 만한 모바일 매너다. ▶휴대전화를 소지해야 할 경우, 테이블 위에 놓지 않는다. ▶주머니 또는 가방에 넣어 보이지 않도록 한다. ▶휴대전화 벨 소리는 무음 또는 진동으로 해두고, 진동 강도를 낮은 단계로 조절한다. ▶전화를 꼭 받아야 할 경우, 사전 양해를 구하고 외부로 이동해서 통화하도록 한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사내에서 모바일 매너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옥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서도 영상을 내보낸다고 한다. 예를 들면 “중요한 미팅 때 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하는 건 무례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등이다.
◆사내 인간관계=다음은 하급자로서 윗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포스트는 “윗사람과 잘 지내고 못 지내는 것은 윗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당신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하급자에게 다음과 같은 태도를 주문한다.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윗사람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항상 준비를 한다. ▶윗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솔직하게 도움을 청한다. ▶윗사람의 결정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지한다. 포스트는 “윗사람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것이다. 그러나 윗사람은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조언했다.
이번엔 관리자 편이다. 유능한 관리자는 자기 아랫사람들을 인간으로서 존중할 줄 안다. 필요에 따라서는 밀어붙이는 역할도 할 수 있지만 위협이나 강요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포스트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방법으로 ‘격려’를 제안한다. 칭찬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손쉽게는 “잘했어” 혹은 “훌륭해”라는 말 한마디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 어떤 관리자는 손으로 직접 메시지를 써서 당사자에게 전하기도 한다. 그런 편지를 받으면 직원들은 상을 받은 것처럼 오래 간직할 것이다. 아무 때나 마구 칭찬을 늘어놓는 행위는 자신이 하는 말의 가치와 진실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회사 내 직위에 상관 없이 직장인이라면 ‘뒷공론’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뒷공론의 희생물이 되는 일을 피하려면 평소에 사적인 정보를 흘리고 다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자. 만약 자신의 뒷공론의 대상이 되었다면 근원지를 추적하고 싶을 것이다. 이 경우 그 이야기를 귀띔한 사람에게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며 더 이상 그런 이야기가 돌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힌다. 분노보다는 우려하는 자세를 취하자. 소문을 퍼트린 사람은 일단 부인하겠지만 들켰다는 이유만으로도 찔끔해서 앞으로는 소문을 퍼트리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할 것이다.
◆바람직한 의사표현 방법=먼저 슬기롭게 의사를 표현하려면 ‘나’라는 말을 남용하지 않도록 한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했던 말을 잘 기억하며 반복을 피하기 위해 주의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했으면 상대방 또는 제3자가 화자가 될 수 있도록 유도를 한다. 누군가의 의견에 반대를 표하는 것은 괜찮지만 표현을 정중하게 해야 한다. “틀렸어!”는 적대적이고 호전적이지만 “사실 그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은 좀 달라. 당신의 견해를 더 듣고 싶네” 하는 식의 말은 적절하다.
불만사항을 전달해야 할 경우도 종종 생긴다. 포스트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할 가치가 있는 불만 사항인가 ▶문제의 증거 서류를 만들어 두었는가 ▶당신은 과연 불만 사항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가 ▶당신은 어떤 결과를 원하는가 ▶최선의 접근 방식은 무엇인가 ▶불만을 제기하기에 알맞은 시기는 언제인가 등이다.
◆대외 업무=외부에서 업무를 볼 때, 상대방과 제일 먼저 명함을 교환하게 마련이다. 명함을 건네 받으면 읽어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한 다음 지갑이나 다이어리에 넣도록 한다.
업무 얘기로 바로 들어가는 대신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취미생활이나 날씨이야기도 좋다. 적어도 10~15분을 할애한다. 업무 이야기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아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진행한다. 진지한 자세를 통해 확실하게 이 대화에 개인적인 투자를 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종종 질문을 던진다. 대화가 막바지에 이르면 대화 중에 내려진 결정에 대해 짧게 반복해서 확인하면서 오해가 없도록 한다. 팔짱을 끼고 있는 자세는 방어적인 태도나 의견 차이가 있음을 상징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즈니스 오찬의 경우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초청을 할 때는 두세 곳의 식당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보는 게 좋다. 상대방에게 최소한 1주일 전에 알려서 자신의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해외 출장=해외출장에서도 명함이 가장 중요하다. 출장지에서 영어가 통용되지 않을 때는 명함의 한쪽은 영어로 적고, 뒷면에는 그 나라 말로 표기하도록 한다. 역시 명함을 받으면 무턱대고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읽어보고 자신의 명함 지갑이나 서류 가방에 넣는다.
통역을 이용하는 경우 사전에 통역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통역사는 보통 통역을 필요로 하는 주요 인물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만찬처럼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경우에는 주요 인물의 뒤쪽 자리에 앉을 것이다. 발언을 할 때는 통역사가 아니라 상대방을 향해 말하도록 한다. 회의가 막바지에 이르면 통역사에게 상대가 한 말을 되풀이하도록 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도록 한다.
윗사람을 모시고 해외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에는 두 가지 단어를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포스트는 조언한다. 존중과 존경이다. 예를 들어, 문을 잡아 주고 더 편안한 자리를 잡도록 살피는 것은 서로 각자의 지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사가 직접 하겠다고 고집하지 않으면 아랫사람이 다양한 일을 맡는 게 좋다. 윗사람과 출장을 가는 것은 자신을 더 잘 알릴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재능을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성희롱=직장 내 성희롱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성이나 섹슈얼리티에 대한 언급을 한다. ▶거슬리는 행동이 의도적이고 반복된다. ▶그러한 행동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에 방해받거나 근무 환경이 불편해진다. 만약 이 요건을 다 충족한다면 먼저 성희롱 가해자 쪽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바꿀 기회를 주도록 한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상대를 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한다. 만약에 대비해 상대와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두도록 한다. 만약 이 사건이 법정까지 갈 경우 증거를 제시할 책임은 당신한테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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