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친환경농업이란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무기질비료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기질비료 사용이 좋지 않다고 하는 건 사실과 많이 다르다.
식물은 비료가 물에 녹은 상태로 존재해야 양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식물체는 광합성 결과물인 유기물로, 물과 이산화탄소라는 무기물로부터 만들어진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인·칼륨·마그네슘·철·황·아연 등 13가지 필수 무기원소 대부분은 암석에 들어 있다. 식물은 암석이 부서져 흙으로 변한 뒤 유기물을 매개로 이온 무기물로 변한 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더욱이 필수 무기원소 중 하나인 질소는 대부분이 대기 중에 존재한다.
그런데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는 물에 녹지 않아서 공중질소를 고정하는 콩과식물을 제외한 일반식물은 직접 이용할 수 없다. 만약 공기 중의 질소를 모든 식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지구상의 모든 식물은 질소과다증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다행히 공중질소는 빗물에 섞여 땅에 도착하고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식물은 질소를 흡수하여 성장한다.
공기 중의 물에 녹지 않는 질소를 물에 녹을 수 있게 무기화하는 능력을 ‘질소고정미생물’이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이 질소를 흡수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요한다. 그래서 수지맞는 농사를 지으려면 질소를 쉽고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질소는 미생물을 통해서보다 비료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최선의 길이다. 1㏊(3000평)당 다수성 벼 수량은 5000㎏에 이르지만, 콩은 1500㎏에 불과하다. 이는 콩과식물의 경우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포도당의 상당부분이 뿌리혹세균을 먹여 살리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열대지방에는 ‘세스바니아’ 같은 질소고정 콩과식물이 있는데 1㏊에서 120일간 재배하면 약 150㎏의 질소를 고정한다. 투입시간 대비 효과는 높지 않다.
현대식 비료공장은 1㏊의 부지에서 120일 동안 무려 5520만㎏의 질소가 함유된 요소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에는 질소고정 식물은 있지만 무기질비료 공장은 없다. 이것이 아프리카에선 식량이 부족하고, 선진국에선 식량이 남아도는 가장 큰 이유다.
유기질비료 사용에 따르는 노동력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땅에 질소 9.2㎏을 투입한다면 질소성분 46%가 함유된 요소비료 20㎏들이 1포대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면 질소성분 0.5%가 포함된 가축 부산물 비료를 투입한다면 20㎏들이 92포대가 필요하다. 이때 운송, 차량 장비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인건비 등도 고려해야 한다.
무기질 질소비료를 과용하면 농작물 생육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누가 비싼 비료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투입하려고 하겠는가? 어떤 비료를 주든 알맞은 양의 양분을 공급해주면 작물은 정상적으로 자란다.
비료를 적절히 투입하는 것이야말로 안전한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최선의 길이다. 무기질비료는 대부분 속효성이라 공급하면 그 효과도 신속히 나타나지만, 유기질비료는 흙에 들어간 다음 무기화 과정을 거친다. 더구나 흙의 온도·수분 조건·유기물 종류 등에 따라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유기질비료로 원하는 작황을 적절히 조절하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벼에 이삭거름을 투입할 때 질소(N)와 칼리(K) 복비와 같은 무기질비료를 사용하지 유기질비료를 쓰지는 않는다.
최근 양액으로 수경재배한 신선채소가 많다. 수경재배를 해도 맛은 좋다. 그 효과는 파프리카·토마토 등의 채소에서 현저하다고 한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을 공급시켜주는 것이면 충분하다. 무기질비료든 유기질비료든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종운(전 농촌진흥청 책임연구관, 토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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