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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귀농귀촌대학

'땅'에서 미래를 발견한 사람들

'땅'에서 미래를 발견한 사람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유? 그저 땅이 좋아서
“부농을 꿈꾸거나 하진 않아요. 나 한 사람이 땅을 지켜나가는 작은 역할을 한다면 그런 작은 힘들이 모여서 농촌이 살아나고 농업이 사양 산업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경기 귀농·귀촌학교’ 밭작물과정 교육생인 안숙영(여·43·안양시 안양3동) 씨. 6일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한국농업대학에서 그녀는 귀농·귀촌을 계획한 이유에 대해 ‘땅’이 좋기 때문이라고 짧게 말했다.

고향이 과천인 그녀는 사실 시골생활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런데 안양에서 17년째 논술학원을 운영해오면서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학원생들과 함께 안양근교의 주말농장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생태학교도 방문하면서 ‘땅’에 그만 매료돼버린 것.

“도시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땅에서 생산되는 것들이 너무 신비스럽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땅이 굉장히 귀하다는 걸 가르치면서 저도 같이 배웠고 그러다보니 땅을 좋아하게 됐어요.”
땅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결국 귀농·귀촌에 대한 동경으로 바뀌었고 경기 귀농·귀촌학교 입학으로까지 이어졌다. 남편과 중학생인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가족들 모두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했다. 귀농·귀촌학교 교육을 마치고 귀가하면 교육받은 내용을 남편에게 브리핑(?)하는 것도 그녀의 중요한 일과가 됐을 정도라고.

“이번 교육이 전환점이 될 거 같아요. 농촌생활과 농업기술을 차근차근 배우고 준비해서 3~5년 뒤에 귀농할 생각이에요.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의 작목도 좋지만 기왕이면 서민들이 편하게 사먹을 수 있는 콩 같은 밭작물을 재배하고 싶어요.”

안 씨처럼 귀농·귀촌을 꿈꾸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귀농·귀촌은 여전히 40~50대 중년남성들의 대표적인 ‘로망’이다.
 
경기 귀농·귀촌학교 약용작물과정 교육생인 정운칠(남·59·화성시 봉담읍) 씨는 “농사도 짓고 전원생활도 하면서 못 쓴 글도 쓰고 노후를 좀 안정되고 평화롭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외국어학원을 딸에게 넘겨주고 여유롭게 노후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노후생활의 종착지로 생각해 이미 충북 제천에 농경지도 마련해뒀다.

“마, 한약초, 당귀 등 재배작목으로 어떤 작물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이론수업만 받고 있기 때문에 현장실습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정할 겁니다.”

귀농·귀촌학교 인기… 약용작물과정 6.7대 1 경쟁률

 
현재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귀농·귀촌학교 교육생은 총 150명으로 한국농업대학(밭작물, 약용작물), 고양 농협대학(화훼, 채소),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원예, 축산)에서 50명씩 각각 나눠 교육받고 있다.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의 경우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입교 희망문의가 쇄도하는 등 도시민들의 큰 관심으로 추가 개설하게 됐다.


지난 4월 6일부터 13일까지 한국농업대학과 농협대학 2곳의 경기 귀농·귀촌학교 교육생 100명을 모집한 결과 총 365명이 신청해 평균 3.6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한국농업대학 약용작물과정이 6.7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귀농 희망자들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조기퇴직자의 증가로 계속 늘어날 추세다. 지난 4월 농림수산식품부의 귀농지원정책이 발표됨에 따라 귀농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귀농교육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서규선 한국농업대학 평생교육원장은 “교육생의 80%가 대졸학력자다. 직장인, 건설업, 부동산업, 공직자 등 출신이 다양하고 여성도 20%를 차지한다”며 “사업실패와 경제난을 피하기 위한 귀농보단 농촌에 활력을 불어놓고 오랜 준비와 계획을 거쳐 농업분야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귀농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0일 입교식을 갖은 경기 귀농·귀촌학교는 오는 10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교육이 진행된다. 7월 4일까지 귀농 기본교육 및 설계교육이 이어지고 이후 모종에서 수확까지 농업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작목별 실습교육이 4개월간 실외에서 펼쳐진다.

 

한편, 6일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언오 삼성경제 연구소 전무, 극작가 신봉승 씨 등이 명사로 초청돼 경기 귀농·귀촌학교 교육생 150명을 대상으로 한국농업대학 대강당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이날 ‘대한민국의 미래, 경기도’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문수 지사는 “우리나라도 세계농업강국으로 충분히 부상할 수 있다. 떡, 국산장미, 포도, 선인장 등 가능성 있는 품목은 무궁무진하다”며 “소규모농이 아닌 기업농, 수출농, 친환경농을 육성하고 대기업들도 농업분야로 진출해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경기도는 한반도 농업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2010년까지 농업에 2조2천500억원을 투입해 농업인 복지증진과 농업 마이스터대학 등 농업엘리트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노컷뉴스 제휴사 / 피클뉴스 남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