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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음식이야기

비빕밥

조선시대엔 지역마다 특산물 넣고 비벼

 

 

 

 

 

비빔밥은 다양한 재료를 넣고 섞어 원재료와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맛을 창조해 내는 것이 특징이고 장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장 한국적인 요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음식을 섞어서 비벼 먹는 것을 유독 좋아했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이며 성호사설을 쓴 이익은 음식을 주제로 쓴 시에서 “비벼서 먹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읊었을 정도다.

이익의 개인적 입맛이자 취향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밥뿐만이 아니라 국수도 비비기 때문에 비빔국수가 발달했고, 국에다 이것저것 넣은 후 밥을 말아 먹으니 국밥이 생겼다. 그것도 모자라 국밥에 김치나 깍두기 국물을 붓고 거기에 또 김치, 깍두기를 얹어 먹는다. 심지어 찌개를 먹어도 남은 국물에 다른 재료를 넣어 볶고 비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비빔밥이 발달했다. 같은 비빔밥이라도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다. 옛 문헌을 보면 조선시대에도 지역별, 재료별로 다양한 비빔밥이 있었으니 지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조선시대 비빔밥이 요즘보다 더 다채로웠다. 조선은 비빔밥의 천국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정조 때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학자 이덕무의 손자로 순조와 헌종 때 실학자로 이름을 떨친 이규경도 비빔밥을 무척 좋아한 모양이다. 저서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비빔밥에 관한 이야기를 여럿 남겼다.

이규경은 평양비빔밥이 유명하다고 했다. 평양의 특산물로 감홍로와 냉면, 그리고 골동반을 꼽는다고 했는데 골동반이 바로 비빔밥이다. 또 비빔밥은 종류가 여럿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호에 따라 진미로 여기는 것이 서로 다르다며 다양한 비빔밥을 소개했는데 낯선 비빔밥도 있고 의외의 비빔밥도 있다. 별미라고 한 평양비빔밥은 채소를 넣고 비빈다고 했으니 채소 비빔밥이다. 그리고 숭어회, 갈치회, 준치회에 겨자를 넣은 비빔밥도 소개했는데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회덮밥이다. 다만 지금처럼 초고추장으로 비비는 것이 아니라 겨자장을 넣었으니 맛이 독특할 것 같다. 또 새우알 비빔밥도 있으니 조선시대의 알밥이다.

주목할 것은 회덮밥은 보통 일본 음식이 한국화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이규경의 글을 보면 오히려 겨자장 비빔밥에서 발전한 것일 수도 있다.

갓 구운 전어로 비비는 전어 비빔밥도 있고 말린 새우와 새우가루를 넣은 비빔밥, 황주의 특산물인 새우젓 비빔밥도 있으니 지금 보면 낯선 비빔밥이다. 게장 비빔밥은 요즘도 먹으니 새로울 것이 없지만 마늘 비빔밥, 생오이 비빔밥, 김을 기름에 재서 구운 후 가루를 내어 비빈 김 비빔밥, 산초로 담근 장으로 비비는 미초장 비빔밥, 그리고 콩을 볶아서 간 후에 비비는 콩가루 비빔밥까지 보이니 우리나라는 실로 비빔밥 천국이었다.

지역별로도 예전에는 평양비빔밥뿐 아니라 진주비빔밥이나 해주비빔밥 등도 유명했는데 명맥이 끊기고 지금은 오히려 전주비빔밥으로 획일화되고 단순화되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비빔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런 만큼 종류가 풍부했던 옛날 비빔밥을 참고해 다양한 사람의 입맛에 맞도록 전통 비빔밥을 재창조하는 것도 한식 세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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