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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생약이야기

청산가리는 파랗지 않다?

약도 되고 독도 되는 물질은

 

 

‘잘 쓰면 명약, 잘못 쓰면 독약’이란 말이 있다.

 

우리는 이 말을 “약을 남용하지 말자”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을 살리는 ‘약’과 죽이는 ‘독’의 양 극단을 오가는 물질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젊고 아름다운 피부를 가지기 위해 사용되는 보톡스란 물질은 원래 부패된 통조림에서 자라나는 세균 보툴리눔이 만들어낸 치명적인 신경독이다. 이 물질은 독성이 매우 강해 100g 정도만으로도 60억 인류를 전멸시킬 수 있는 무서운 독극물이지만, 극히 소량을 이용할 경우 떨림 증세를 완화시키는 의학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 요즘에는 단기간이나마 주름을 제거하는 치료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치사량이 10나노그램(10억분의 1g)에 불과한 무서운 ‘독약’이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명약’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극물 중 약과 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은 무엇이 있으며 인간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는가.  사약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이 아니다?=사극을 보면 반역죄와 같은 큰 죄를 지은 사람에게 ‘사약’을 내리는 장면이 흔하게 등장한다. 역사적 인물로는 장희빈이나 폐비 윤씨, 조광조 등이 모두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여기서 말하는 사약을 한자로 풀이해 보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이란 뜻의 사약(死藥)이 아니라 ‘왕으로부터 하사(下賜) 받은 약’이라는 의미의 사약(賜藥)이 된다.

 

사약을 마신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사약의 성분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비상’이란 성분이 사용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상이란 비소(As)라는 독성 원소와 황(S) 성분이 섞인 독극물로 조금만 섭취해도 중독 증상을 보여 결국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상대방을 독살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늘 독살 위협에 시달렸던 왕은 수라간에서 올리는 음식을 미리 먹어 검식을 하는 기미 상궁에게 은수저를 음식물 속에 넣어 색깔이 검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자신을 보호했다. 이는 음식물에 황이 있을 경우에 은이 황과 반응해 은수저가 검은색의 황화은(Ag2S)으로 변하는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황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달걀찜에 은수저를 넣어도 색이 변하는 등 황을 검출하는 것에 한정돼 독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약의 주성분인 비소가 독극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비소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유용한 물질이다. 살충제나 제초제, 농약 등의 원료로 사용돼 우리 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엔 백혈병의 치료제로도 사용되는데,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백혈병 치료제에 저항성을 갖는 환자들에게 비소 화합물을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말 그대로 잘 쓰면 명약, 잘못 쓰면 독약인 셈이다. 또 갈륨과 비소의 화합물은 실리콘과 마찬가지로 반도체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레이저 다이오드나 LED 등의 제조에도 사용되고 있다.

 

◆청산가리는 파랗지 않다?=사약과 함께 대표적인 독극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청산가리다. 청산가리는 이름 때문에 파란색을 띠고 있다고 오해를 받는데 실제 색깔은 흰색이다. 청산가리의 원래 이름은 시안화칼륨(KCN)으로 시안화수소산(HCN)의 일본식 명칭인 청산(靑酸)과 칼륨(K)의 일본식 발음 ‘가리’가 합쳐진 것이다.

 

쓴 아몬드 냄새가 나는 청산가리는 치사량이 0.15g밖에 되지 않아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치명적인 독극물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화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청산가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게 됐다.

 

시안화칼륨이 체내로 들어오면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이뤄지는 세포 호흡을 막고, 이 때문에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아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 그래서 청산가리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피부 조직을 보면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때와 비슷한 약간 붉은색을 띤다. 이렇듯 강력한 독성 때문에 시안화칼륨이 위험한 물질로만 인식되지만, 화학적으로 볼 때는 매우 유용한 물질 중 하나다. 시안화칼륨은 금이나 은을 원광석에서 추출할 때 주로 사용되는데 어떤 물질에도 잘 녹지 않는 금과 은이 유독 시안화이온과 결합하면 물에 잘 녹는 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청산가리와 비슷한 계통의 시안화합물은 청사진용 염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특히 ‘프러시안블루’라는 이름의 진한 청색 염료는 철-시안화물(Fe-cyanide)을 이용해 만들어지는데, 시안화물(cyanide)이란 이름은 파란색이라는 의미의 ‘시안(cyan)’에서 유래됐으며, 이 때문에 시안화수소산을 ‘청산’ 이라고 부른다.?

참고: 전화영 서울 청담고 화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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