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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사진

청보리밭 보릿고개 추억

 청보리밭 보릿고개 추억



우리는 추억의 힘을 믿는다.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내내, 많은 순간이 그 이름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수치스럽도록 넌더리나던 그 때가 오히려 지금을 살아가게 하는 고마운 힘이 되는 순간을 우리는 가끔씩 경험한다. 지독히 가난했던 시절이 그랬고, 힘들었던 군 생활이 그랬다. 돌아보면 헛헛한 웃음이 나오지만 가슴 한 켠은 그저 먹먹해 온다.


꽁보리밥과 옥수수 죽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 남의 밭에 몰래 들어가 아직 익지도 않은 보리를 훔쳐와 모닥불에 굽고 손바닥에 후후 비벼 먹던 기억. 손바닥과 입 주위가 시커멓게 되도록 허기를 달래며 구운 보리를 까먹던 이야기며 보릿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던 이야기, 그리고 보리밭에 숨은 문둥이가 아이들의 간을 빼먹는다던 소문이 자자하던 이야기가, 돌아보면 사실 그다지 먼 이야기만도 아니다.


정부의 감산정책으로 보리재배 면적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오히려 해마다 면적이 늘어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이곳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대다. 56만1,000㎡(17만여 평)의 학원 농장을 포함한 이 일대 99만㎡(30여만 평)은 해마다 이즈음 푸른 바람에 넘실대는 보리로 장관을 이룬다. 보리 수확량만 해도 넉넉잡아 40㎏짜리로 만가마가 넘는다. 이렇게 수확한 보리는 정부가 일부 수매하고 나머지는 가공을 통해 판매된다.


이곳의 축제는 보릿고개로 끝나지 않는다. 6월, 잘 익은 보리를 수확하고 나면 해바라기를 심는다. 다시 후작으로 메밀을 심기까지, ‘한여름 태양만을 우러르다 그 태양빛에 말라죽을’ 해바라기가 사람들을 모아들일 것이고 9월이 되면, 온 밭에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뒤덮을 메밀꽃이 또다시 사람들을 추억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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