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이분법에 멍드는 흙
이분법처럼 위험한 발상이 없다. ‘네 편-내 편’ ‘보수-진보’ ‘좌-우’ ‘여-야’로만 나누는 정치를 보면 실감이 난다. 이분법은 자기편이 아니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상대를 왜곡시키고 서로 멍들게 하는 것도 이분법이다. 비료 사용도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흙이 멍든다.
1800년대 말까지는 퇴비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잘 공급하는 것이 최대의 숙제였다. 1900년대에 들어오면서 간간이 가리광석을 이용한 비료를 만들어 사용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무기질비료는 독일에서 공기 질소를 이용하여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으로 생산한 요소비료이다. 하버와 보슈는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는 별명과 함께 1918년 노벨상을 받았다.
유기질비료에는 질소함량이 4% 내외에 불과하다. 퇴비에는 1% 남짓하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야만 작물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생육 초기에는 쉽게 결핍된다. 반면에 요소비료는 질소함량이 45%가 넘고 물에도 잘 녹는다. 요소비료 1포대에는 유기질비료 10포대, 퇴비 40포대에 해당하는 질소가 들어 있다.
양분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가열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인광석·맥반석·천매암·굴껍데기는 모두 물에 녹지 않아 비료효과가 없는 돌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광석에 사문암을 혼합하여 1400℃로 가열하여 흡수율을 높인 비료가 용성인비이다. 굴껍데기를 700℃로 가열하여 만든 비료가 패화석비료이다.
양분 흡수율을 더 높이기 위해 시도한 기술이 화학적 정제공정이다. 가리광석을 이용해 가리함량이 60%인 염화가리, 인광석을 이용해 인산함량이 25%를 넘는 인산비료를 제조한다. 이처럼 무기질비료는 적은 양으로 작물 수확량과 외관상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반면에 유기질비료와 퇴비는 자연에 있는 재료 그대로를 이용한다. 수확량을 높이거나 외관상 품질을 높이기 위한 비료도 아니다. 그래서 유기농은 수확량과 외관상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양분 공급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자연 그대로 식물이 자라는 토양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유기질·퇴비를 사용하는 농업이 자연에서 소를 방목하여 기르는 것이라면 무기질비료는 축사에서 소에게 농후사료를 먹이며 비육시키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수확량과 외관상 품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무기질과 유기질비료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이분법적 시각으로 비료정책을 추진해왔다. 1962년부터 40년 넘게 무기질비료 지원에만 2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유기질과 퇴비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4년 이후에는 무기질비료에 대한 지원정책을 중단하고 유기질과 퇴비에만 1조원을 넘게 지원하고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무기질비료는 마치 독이 있는 나쁜 비료처럼 감축정책이 첫머리를 장식한다.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무기질과 유기질비료를 사용한 GAP(농산물우수관리제) 농산물이다. 미국·캐나다·중국·일본·우리나라 등의 유기농업 면적은 1% 내외에 불과하다. 유기농업에는 유기질·퇴비 중심정책을 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나머지 99%는 무기질과 유기질비료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하는 농업이다.
비료정책이 극과 극을 달려서는 안 된다. 무기질이든 유기질이든 비료를 과량으로 사용하면 환경에는 똑같은 피해가 온다.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시각에서 벗어난 비료정책이어야 흙과 농업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현해남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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