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사람을 지혜롭게 만든다
- 삶의 통찰력 조사 : 독일 막스프랑크 교육연구소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가? 독일 베를린의 막스플랑크 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연구소는 15년 동안 14세 이상의 남녀 1,000명에게 지혜를 측정하는 질문을 던지며 나이와 지혜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지혜는 나이와 관계가 없으며 드물지만 10대의 소년, 소녀도 삶에 대한 높은 수준의 통찰력과 이해력, 그리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1999-6-8)
반대로 어른 가운데서도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점점 괴퍅해지고 고집이 세지면서 지혜를 잃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우르술라 슈타우딩어박사는 매우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사람만이 나이를 먹으면서 지혜로워진다고 설명했다.
직업별로 보면 판사나 임상심리학자 등 인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높은 수준의 지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혜로운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큰 슬픔이나 역경을 극복했거나 극단적 상황에 처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
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분야의 저명인사 20명을 조사한 결과 다수가 나치독일을 탈출했거나 레지스탕스 활동에 적극 가담한 사람들이었다. 삶의 지혜를 갖춘 어린이들도 거의 대부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평소에 인생의 여러 어두운 단면에 대해 보고 들으며 자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맞는 셈이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의 지혜의 토대는 삶의 초기, 특히 14∼23세에 형성된다. 성문제나 직업선택, 부모로부터의 독립 등 그 어느때보다 인생의 어려운 문제에 많이 부딪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독일 함부르크 노인학연구가이며 정신병학자인 옌스 브루더도 인생의 경험과 지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브루더는 그 예로 51세의 독일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를 들었다. 한때 택시운전을 하던 거리의 과격분자가 외교의 총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삶의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명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수진기자, 동아일보(1999년 6월 10일)
"내가 원하고 부러워한 것은 탐험가들의 발견이 아니라
그들이 겪었던 고난이었다." - 앙드레 말로, 인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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