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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속인물

"Must Leave" Robert De Niro

Robert De Niro - Tisch Salute 2015


 

 

잠깐만요, 저 코 좀 풀고요. 졸업 가운이라는 게 바지 주머니를 뒤지기가 어렵게 되어 있군요. 참으로 실용적이네요. 

그린 학장님, 학과장님들, 대학 임원진, 교수님들, 교직원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올해 뉴욕대 티쉬(Tisch) 예술대학 졸업생 여러분들, 졸업을 축하하는 이 자리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예술대학 졸업생 여러분, 드디어 해내셨습니다. 그리고 “좆 되셨어요(You’re fucked!).”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간호대학 졸업생들 모두가 구직에 성공합니다. 치대를 졸업한 이들도 취업을 하죠. 스턴 경영대학원 졸업한 학생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약학대학 졸업한 학생들은 어떨까요? 걔들 각자 모두가 직장을 구할 겁니다. 자존심 높은 로스쿨 졸업한 친구들도 문제없죠. 뭐, 직장을 못 구한대도 누가 신경 씁니까? 이미 변호사가 되었는데요. 

영문학을 전공한 애들은요? 여기에 끼지 맙시다. 집에 처박혀 소설을 쓰고 있을 테니까. 교직을 이수한 친구들은 어디선가 다들 일하고 있을 거예요. 교권이 추락되어 있고 박봉이긴 하지만 어쨌든 일을 할 겁니다. 회계학 전공자들? 졸업 후 다 회사 들어가 일을 하게 되어 있어요. 그 친구들이 부럽나요? 글쎄요… 여하튼 그들은 선택을 내린 거예요. 회계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성과 논리, 그리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에 따라 성공과 안정을 보장하는 직업을 구하고자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일 수도 있지요.

잠깐, 이곳 예술대학에 이성, 논리,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이라…. 지금 농담하는 거죠? 아마 여러분들에게는 이런 선택이 없었을 거예요. 재능을 발견해 확장시켰고, 그에 따른 열정을 여러분들은 알아차렸을 뿐이에요. 만약 이것을 느꼈다면 (사회에) 반항하며 싸울 수는 없어요. 그저 그렇게 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예술 분야에서는 언제나 열정이 상식을 압도합니다. 여러분들은 꿈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운명을 쫓아가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댄서(Dancer), 가수(Singer), 안무가(Choreographer), 음악가(Musician), 영화감독(Film-maker), 작가(Writer), 사진작가(Photographer), 연출가(Director), 제작자(Producer), 연기자(Actor), 그리고 예술가들이세요. 그래 맞아요. 여러분들은 좆 되었다니까요. 하지만 이 학교가 나쁜 출발 지점은 아니라는 겁니다. 스스로 선택 내린 사람들이든, 아니면 운명에 굴복한 사람들이든, 여러분들에게는 단 하나의 길만 있어요. 쉽진 않겠지만 명료합니다.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You have to keep walking). 매우 간단하죠. 여러분들은 티쉬 예술대학을 나왔어요. 대단한 일이죠. 다르게 말해 볼까요? 여러분들은 티쉬 예술대학을 나왔어요. 대단한 일일까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시작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을 위한 새로운 문이 열리게 될 겁니다. 그 문은 바로 “한평생 내내 걸친 거절의 문(A door to a lifetime of rejection)”입니다. 피할 수는 없어요. 이미 졸업한 이들이 그 문을 ‘현실 세계’라고 다르게 부르기도 합디다. 학교 밖에서 영화 배역을 따기 위해서, 아니면 취업 성공을 위해 면접을 볼 때마다 이 문에 직면할 거예요. 예술 프로젝트 위한 지원금을 따낼 때도 이 문은 여김 없이 나타날 겁니다. 그럴 때마다 그 문이 굳게 닫혀 있다는 느낌을 받을 테고요. 여러분이 쓰거나 연출한 그 어떤 것들, 아니면 여러분이 막 짠 안무에 대해 관심을 받기 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상황을 타개해야 할까요? 제가 듣기로는 발륨이나 바이코딘(둘 다 마약성 진통제)이 효과 있다는데요....


[웃음]

저도 잘 모르겠네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너무나 나태해져서는 안 될 겁니다. 그리고 고통을 너무나 멀리 하거나 무서워해서도 안 될 겁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면 우리가 과연 무엇을 창작해 내겠어요? 뭐, 술 한, 두 잔 정도는 예외로 해요. 여러분이 졸업식에 온 수천 명의 학생들과 가족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만 한다는 가정을 하면요. 잠깐 실례합니다....


[웃음]

거절당할 때마다 아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아픔은 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여러분들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을 봐야 하거나 감독, 제작자들 앞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생각이 그들의 생각과 반드시 같지 않다는 점을 유의하십시오. 원래 이 업계가 이런 거예요.

최근에 영화 [셀마(Selma)]의 마틴 루터 킹 역할을 따내기 위해 제가 오디션을 볼 때도 이런 상황이 나타났거든요. 


[웃음]


정말로 안타깝지 않나요? 저는 정말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을 텐데.. 마틴 루터 킹 역할을 온전히 저를 위해서 쓰인 거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연출할 감독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딱 맞아떨어졌죠. 영화감독은 언제나 맞는 얘기만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데이비드 오예로워 감독이 대단했을 뿐이에요. 만약 제가 메가폰을 잡았다면 영국인 배우는 캐스팅하지는 않았겠지만... 


[웃음]

과거에 일어난 제 일화 두 가지만 말씀드리죠. 저는 영화 [대야망(Bang the Drum Slowly)]의 대본을 7번이나 읽었답니다. 처음 두세 번은 극 중 주인공 헨리 위긴스 역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역할은 마이클 모리아티라는 배우가 맡았지만 말이죠. 감독을 위해서 읽고, 제작자를 위해서 또 읽었어요. 하지만 감독과 투자자들은 저에게 다른 배역인 브루스 피어슨 역할을 맡으라면서 대사를 읽어달라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감독을 위해 다시 한번 읽었고 제작자들을 위해 또 읽었어요. 제작자의 아내를 위해서 계속 또 읽어 내려갔죠. 영화 작업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을 위해 또 읽었어요. 만약 제가 오디션만 주야장천 본다면, 감독과 투자자들이 저보다 더 나은 배우를 계속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들이 정확하게 누구를 캐스팅하려는지 몰랐지만, 결국 아무도 찾지를 못했을 때 제가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는 점이 매우 기뻤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연극 오디션을 볼 때였는데, 연출가와 기획자는 저를 계속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극에 배우로 출연을 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결국 저는 그 연극이 상연되는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배역을 잃었다는 게 너무나 싫었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또 다른 한 명의 무명 배우 때문에 제가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이해가 되었어요. 이건 개인적인 사안이 아니에요. 그저 연출가나 감독들이 내가 아닌 다른 유형의 연기자를 원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이 업계서 일을 한다면 굉장히 많은 조언을 들을 겁니다. 연출자가 직접 얘기할 때도 있고 돈을 쥔 투자자들이 얘기할 수가 있어요. 아니면 대본을 쓴 작가들이 조언을 줄 때도 있겠지만요. 뭐, 감독이나 투자자들은 작가들을 여러분 곁에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합니다만... 

어떤 상황에서는 여러분들의 동료가 조언을 줄 때도 있어요. 그나저나 저는 대본 작가들을 사랑합니다. [웃음] 촬영장에 언제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곤 해요. 그 사람들 말을 전부 들으세요. 그리고 여러분들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말도 다 들으세요.

당신이 맡게 될 역할이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감독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감독은 오디션을 할 때나 당신이 대본을 읽을 때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것과 당신이 잘 맞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감독이 하는 것입니다.

배우로서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캐릭터에 충실하고, 여러분 스스로에게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당신은 배역을 얻게 되겠지요. 우리들은 배우, 댄서, 예술가로서 스스로를 표현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커다란 그룹과의 협력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그 그룹은 의상 디자이너, 감독, 사진작가, 무대감독, 헤어 디자이너 등을 포괄합니다. 그들 모두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합니다. 핵심적인 부분이죠.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뢰, 존경심, 비전, 업무, 그리고 협력에서 나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길 원하지만, 연출가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분과 토론을 하세요. 어쩌면 여러분들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려서, 작업 현장은 그리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결정을 내리고, 어떤 이는 모든 것을 총괄합니다. 바로 그 일을 연출/감독이라는 사람이 합니다. 수없이 거절당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마음에 드는 배우, 음악가, 무용가 등을 찾을 동안 시간을 때워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절당하는 것을 내 잘못이라 보지 마십시오. 그 감독 머릿속엔 다른 유형의 사람이 들어 있을 뿐이니까요. 저는 여러분이 지금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요, 여러분들이 지금 ‘연출’로 전공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신뢰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제가 여기 있지만요, 만약 제가 손주들에게 예술을 전공하라고 하지 말라고 조언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회계나 다른 실용적인 것을 전공하라고 하겠습니다만.

그런 다음 저는 제가 한 말에 반박할 것입니다.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요.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경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라고 말입니다. 여러분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은 결코 알 수 없게 됩니다. 용기를 내서 당당하게 기회를 잡으십시오.

현재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이 조언을 구한다면, 제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라고 권하라고 말할 겁니다. 바로 이런 예술대학 같은 곳에서요.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과 불타는 열정을 발견하고, 다른 많은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연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이 자신이 맡고 싶은 역할을 따내지 못하거나, 실수를 범해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결과로 평가받습니다. 그 작품 자체에 대한 비판을 모두 자기 책임으로 돌리지 마세요. 

마틴 스콜세지를 비롯한 유명 영화감독과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제 얘기는 충분히 통용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자기가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 하기만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여기 졸업생들 가운데 학교에서 전부 A를 받았던 학생이 있나요? 그런 이가 있다면 축하드려요.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두 번 다시 전부 A+를 맞을 일은 결단코 없을 겁니다. 인생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습니다. 

졸업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면서, 단체 티셔츠를 맞추게 될 겁니다. 뒷면에는 ‘거절’이란 단어가 적힌 티셔츠입니다. 하지만 그 티셔츠 앞면에는 ‘다음’라는 말이 인쇄돼 있을 것이고요. 원하던 공연이나 콩쿠르에서 실패했다고요? 그렇다면 다음 (기회)가 있습니다. 혹은 다다음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요. 줄리어드에 합격 못해도 괜찮아요. 예일이나 이곳, 티쉬 예술대학도 있잖아요. 뭐 어때요.


[웃음]

이 학교를 입학한 것도 여러분들의 ‘유일무이한’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여기를 졸업하지도 않았고, 대학이라는 곳을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티시를 나온 사람들을 많이 알고, 옆에서 지켜보았고,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1964년에 여기를 졸업했다죠. 제일 중요한 건, 여러분들이 학교에서 같이 작업하거나 사회 초창기 때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돈독한 우정을 꾸려 나가셔야 합니다. 언제나 겸손하세요.

왜냐면 우리는 한번 일을 했던 사람들과 다음번에도 일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와 저의 관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감독이나 기획자들은 초기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계속 작업하는 경향이 있고요. 여러분의 동료와 우정, 그리고 근무 현장에서 단단한 유대 관계를 형성해 놓으세요.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들과의 협업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지난해 졸업식 연설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연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저도 물론 앞으로 연출 전공한 젊은 친구들에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사진을 계속 돌려야 할 겁니다.


언제나 '다음'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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