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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 원소

질소는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

 

 

 

질소는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이며 단백질의 핵심 성분이다. 질소 원소는 2개의 원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N2라고 표기한다.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 가스는 인체에 해롭지 않으며 쉽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스쿠버다이버들이 공기통을 메고 바다 깊이 들어갈 때 종종 정신이 몽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질소 마취 때문이다. 질소만 호흡할 경우 우리는 산소 부족으로 질식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는 거의 없다.

질소 화합물인 질산염 음이온은 고기, 특히·베이컨의 색을 좋게 하고 오래 보존하기 위한 첨가제로 사용된다. 적당한 농도의 질산염은 인체에 무해하다. 하지만 고기를 굽거나 튀길 때 고온에서 질산염이 단백질과 반응해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 물질을 형성하기 때문에 그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일어 왔다.

질산염은 발암 물질을 만들어 내는 대가로 위험한 세균을 죽이는 일을 한다. 그렇다면 고기에 기생하는 미생물들이 더 해로울까, 발암 물질이 더 해로울까? 질산염으로 인해 발암 물질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수많은 고기 제품에 질산염이 사용되는 것은 이에 대한 해답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니트로사민을 적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바싹 익히지 않는 것이 좋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독성 요소가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현상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니트로사민은 그러한 예들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숯불이나 가스그릴 위에 스테이크나 고기를 구울 때는 아크롤레인이라는 독성이 심한 알데히드가 생성된다. 아크롤레인은 숯불에서 나는 연기의 톡 쏘는 향을 내는 물질로, 지방이 아주 뜨거운 물질 표면에 닿을 때 생성된다.

또 다른 질소 화합물로 아지드 이온이 있다. 아지드염은 아주 독성이 강한 물질로 중성 아지드 화합물은 폭발성도 있다. 우리가 아지드염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자동차의 에어백이다. 에어백을 터지게 하는 메커니즘의 일부로 이 물질이 사용된다. 따라서 에어백에 구멍이 나 이 화합물이 밖으로 유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지드 이온은 우리 몸의 호흡 효소인 시토크롬 C 산화효소의 활성 지역에 달라붙기 때문에 이를 흡입하면 곧바로 질식하고 만다!

 

또 다른 질소 함유 음이온으로는 청산가리로 유명한 시아나이드가 있다. 휘발성 산 형태로 만든 시안화수소는 유태인을 학살할 때 사용한 독가스로도 유명하다. 악명 높은 나치의 전범 헤르만 괴링을 비롯해 이후 수많은 화학자들이 자살할 때 시아나이드염을 흡입했다. 아지드와 마찬가지로 시아나이드 역시 우리 몸속 호흡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중앙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2억 명의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카사바라는 식물이 있다. 문제는 이 식물에 약간의 시아나이드가 들어 있으며, 농도가 다소 높은 경우에는 이 식물을 먹고 치명적인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나 여자들의 경우 죽기도 하고 다리가 영원히 마비되기도 한다. 카사바의 시아나이드는 물로 씻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자란 카사바에는 시아나이드가 적게 들어 있다.

살구나 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씹었을 때 나는 쓴 맛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아나이드이다! 이들 씨에는 당분과 결합한 시아나이드 화합물이 들어 있다.

 

질소 산화물 중에는 재미있는 물질이 많다. N2O(산화2질소)는 무색무취의 가스로 웃음 가스라고도 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선천적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로 밝혀졌지만, 많은 의사들이 치과 치료나 수술을 할 때 여전히 이 물질을 마취제로 사용한다. 인간에게도 기형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임산부에게는 이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끔씩 10대들이 이 질소 화합물을 흡입하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많이 들이마시면 질식사할 수 있다.

N2O와 매우 비슷한 물질 NO(산화질소)가 있다. NO는 거의 아무런 색을 띄지 않지만 쉽게 반응하는 독성 가스이다. NO는 또다시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독성이 훨씬 강한 적갈색 가스인 NO2(이산화질소)가 된다. 황산을 만드는 공장의 높은 굴뚝에서 나오는 갈색 연기가 바로 NO2이다. 자동차와 발전소에서 내뿜는 배기가스에도 NO2가 들어 있다. 공기 중에서 질소를 높은 온도에서 연소시킬 때 나오는 NO2는 우리의 폐를 망가뜨린다.

NO는 발암 물질로 의심될 뿐만 아니라 대기 중 오존을 파괴하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물질로도 악명이 높다. 하지만  NO는 음식물을 소화하고, 혈압 수치를 조절하며, 미생물의 공격을 막아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남근이 발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질이다.

 

약물 중에는 NO를 방출함으로써 약효를 발휘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물질 중 하나인 니트로글리세린은 오랫동안 심장병 치료제로 쓰였다. 이 물질을 이용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던 알프레드 노벨도 심장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로부터 이 약물을 처방받았다고 한다. 또한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성적 흥분제로 많이 사용하는 질산아밀도 우리 몸 안에 NO를 방출하는 작용을 한다. 물론 이러한 최음제 사용은 불법이다.

우리 몸속의 NO는 아기닌이라는 아미노산에서 NOS(nitric oxide synthase, 산화질소 신티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만들어진다. 중환자실 환자들이 많이 죽는 원인으로 패혈성 쇼크가 있는데, 이는 우리 몸이 NO를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낸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패혈성 쇼크를 막기 위해 NOS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도 개발됐다.

NO는 또한 면역 체계에서 세포 암살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NO가 활동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 작용 방식은 분명하게 밝혀졌다. 우리 몸속에서 산화질소가 산소의 민감한 형태인 과산화음이온을 만나면, 매우 파괴적인 이온인 과산화질소가 생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산화질소가 관절염 같은 자가 면역 감염증, 심장마비, 세포자살,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산화이온은 우리가 숨을 쉴 때 나오는 독성 부산물로 대개 또 다른 효소인 SOD(superoxide dismutase, 과산화디스뮤타아제)에 의해 억제된다. 하지만 활성 과산화이온이 있는 상태에서 NO가 생성되면 과산화질소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해 말 그대로 치명적인 상황에 봉착한다. 이 무서운 음이온은 이웃한 모든 조직을 파괴한다.

 

지독한 냄새로 우리에게 친숙한 NH3(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가 결합한 복합물이다. 암모니아는 또한 비료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되는 화학제품 중 하나이다. 오늘날 대형 액체 암모니아 저장 탱크를 갖춘 농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암모니아 비료는 흙 속에 직접 뿌린다. 물론 이러한 비료가 조금 생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인류는 암모니아를 비료로 줄곧 써 왔다. 밭에 퇴비로 쓰는 사람이나 가축의 배설물의 주요 성분이 바로 암모니아이기 때문이다. 외양간의 악취 역시 암모니아 냄새이다.

암모니아는 가정용 냉장고와 얼음 공장의 냉매로 한때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휘발성이 매우 높고 흡입했을 때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이 완전히 금지됐다. 액체 암모니아는 강한 염기성을 띠기 때문에 눈에 들어가면 따가우며 바로 씻어 내지 않으면 눈이 멀 수도 있다. 따라서 여러 나라들에서 암모니아를 수송하고 저장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법으로 규제한다. 물론 가정에서 사용하는 암모니아 제품, 암모니아 비료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한다.

암모니가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은 공기 중 질소를 수소 가스로 합성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공업용 질소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한 결과, 암모니아나 질산염처럼 쉽게 반응하는 질소들이 여기저기 범람하게 됐다. 이들이 물로 흘러 들어가면 풍부한 질소 영양제를 먹고 조류가 번성해 깨끗한 물이 짙푸르게 뒤덮인다.

수면을 덮은 조류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아래에 있던 조류는 햇빛을 받지 못해 죽게 된다. 그런데 죽은 조류가 분해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수면을 뒤덮은 조류들 사이로 들어온 산소는 그마저도 물속에서는 죽은 조류를 분해하는 데 거의 소모되고 만다. 결국 물고기와 조개들은 산소 부족으로 인해 죽게 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적조 현상 역시 암모니아 과잉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집안에서 쓰는 암모니아가 세제나 표백제와 섞이면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지만 암모니아와 표백제가 만나면 빠르게 반응해 독성 가스인 클로라민을 생성하고 결국 수용성 독성 화학 물질인 히드라진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뒤섞이지 않더라도 집안에서 많이 쓰는 화학 물질은 대개 그 자체만으로도 독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 어른들에게도 치명적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제임스 콜만 JAMES COLLMAN  Naturally Dangerous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