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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미생물로 인공 눈을 만든다?

인공 눈의 빙핵을 제공하는 슈도모나스

2013.01.09  김준래 객원기자

 

요즘처럼 눈이 자주 내리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겨울에 눈이 오지 않으면 스키장들이 애를 먹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눈이 오지 않아도 제설작업을 통해 스키장을 하얀 설원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이제 눈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키장 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되고 있다. 수십 대의 인공 제설기가 끊임없이 눈을 만들어 뿌려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 제설기는 어떤 방법으로 눈을 만드는 것일까?

농작물 냉해 원인을 찾다 발견한 인공 눈 제조법

▲ 인공눈 제조방법은 농작물 냉해 원인을 찾다 발견했다. ⓒgelty-image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는 커다란 냉동고에서 대량으로 만든 얼음을 잘게 부수어 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엄청난 넓이의 스키장을 눈으로 덮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보다 저렴하게 눈을 만드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우연한 기회에서 발견됐다.

그 단서는 가을에 서리가 내려 농작물이 냉해를 입는 원인을 찾다가 시작됐다. 보통 영하 5도까지는 얼음이 얼지 않기 때문에 농작물이 냉해를 입지 않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영하 2~3도 정도만 돼도 농작물에 얼음이 생겨 동상으로 인한 피해가 생기는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의문을 가졌다.

처음에는 왜 이 정도의 온도에서 농작물에 얼음이 생기는지를 과학자들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얼음을 만드는 주범을 밝혀냈는데, 그것은 바로 슈도모나스(Pseudomonas)라는 미생물이었다. 슈도모나스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얼음을 쉽게 만드는 데 필요한 빙핵(ice nucleation)을 제공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도 농작물에 얼음을 만든 것이다.

결빙을 유도하는 물질인 빙핵
빙핵이란 얼음이 얼기 시작할 때 최초의 결빙을 유도하는 물질 혹은 유기체를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이 어는 온도를 0도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빙핵이 없는 순수한 물의 경우는 영하 39도 이하에서나 얼기 시작한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쉽게 얼음이 얼지 않는 이유는 이런 현상 때문이다.


▲ 빙핵이 없으면 물이 엉겨 붙지 않아서 눈이 생기지 않는다. ⓒkingksh

따라서, 보통 영하 5도 정도의 온도에서 물이 어는 현상은 얼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빙핵 역할을 해주는 먼지와 같은 불순물이 물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순물 대신에 보다 얼음이 잘 만들어질 수 있는 다른 핵 역할 물질을 물에 넣어주면 영하 2~3도 정도에서도 쉽게 물을 얼릴 수 있다.


이는 눈이 만들어지는 원리이기도 한데, 눈은 공기 중의 물이 서로 엉겨 붙으면서 생기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영하 10도의 공기에서 수분이 응결하여 눈으로 지상에 떨어진다. 하지만 온도가 영하 수십 도 이하로 내려가도 뭔가 엉겨 붙을 빙핵이 없으면 물이 엉겨 붙지 않아서 눈이 생기지 않는다.

빙핵이 있어야 눈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인공 강우를 일으키는 경우와도 일맥 상통한다. 구름이 가득한 상공에 핵 역할을 할 요오드화은을 뿌리게 되면, 요오드화은이 상공에서 얼음 알갱이를 형성하면서 주위의 수분을 모은다. 그러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기온이 높아지면, 높아지는 온도 때문에 떨어지는 얼음 알갱이가 물방울로 변하여 비가 내리게 되는 것이다.

빙핵 역할을 하는 슈도모나스 단백질

농작물은 냉해를 입게 되면 잎과 줄기 등의 조직이 파괴되면서 성장할 수 없게 된다. 과학전문 매체인 내츄럴 사이언스는 온라인 판을 통해 과거 미국 위스콘신대의 연구진이 냉해가 생기는 농작물에 붙어 있는 미생물인 슈도모나스가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내츄럴 사이언스에 따르면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발견한 단백질이 빙핵 역할을 해 농작물에 얼음이 생기는 현상을 돕는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 단백질이 농작물에 있을 경우 영하 5도로 내려가기 전에도 얼음결정이 형성되어 조직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미생물의 단백질로 만들어진 빙핵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2~3도 정도 높은 온도에서 얼음을 만들 수 있다면 아주 경제적인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온도 차이는 피부로 느끼기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아주 많은 양의 물을 얼음으로 만들 때는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 슈도모나스는 빙핵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생산한다. ⓒasymptote

 

실험 결과, 이 단백질을 사용하면 얼음이 형성되는 온도를 무려 8도나 낮출 수 있어 얼음이 형성되는 시간을 38%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눈을 만들 때 낮은 온도로 물을 냉각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낮추지 않아도 빙핵 단백질만 있으면 눈이 형성되니 그만큼 에너지 비용이 감소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빙핵 단백질은 산업적으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우선 얼음을 만드는 효율이 높기 때문에 기존의 빙핵물질을 대신해 인공눈을 만드는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우선적으로 스키장의 눈을 만드는 데 적용하게 되었다.

현재는 슈도모나스의 빙핵 단백질 유전자 순서를 밝혀 유전자 재조합 미생물로 값싸게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는데, 이를 통해 인공 눈을 만들 때 슈도모나스가 내는 단백질을 수증기와 함께 뿌려주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에도 쉽게 눈을 만들 수 있다.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하는 두바이에 실내 스키장이 생긴 것도 미생물 유전자 재조합 기술 덕분이다.

슈도모나스는 냉해 방지 목적에도 적용돼

한편, 슈도모나스는 인공 눈을 만드는 목적 외에도 현재 농업 분야에서 아주 중요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농작물의 냉해 방지 목적에 적용되는 것이다.

슈도모나스를 이용해 냉해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과학자들은 빙핵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한 슈도모나스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여 기술지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유전자 변형 슈도모나스를 농작물에서 같이 자라도록 한다면 빙핵 단백질을 생산하는 천연 슈도모나스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냉해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

이 외에도 농작물의 냉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얼음이 얼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미생물들도 연구중에 있다. 과학자들은 천연 부동액(不凍液) 단백질을 분비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세포나 이식용 장기를 냉동 보관할 때 조직이 얼어 터져버리는 현상을 막는 용도나 식품의 냉동보관 용도로의 활용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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