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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한생각

사랑이 있는 교육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2023.02.17 00:56  지면보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영삼 정부 때였다. 정계 2인자로 인정받던 김종필을 중심으로 교육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번지고 있는 학원폭력과 청소년들의 반(反)사회질서 행태들을 예방 선도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좌담회였다.

내가 그 해결 방향과 방법을 위한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재 중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편입하는 내용이었다. 대학에 가서도 인문·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인격의 가치와 인권의 절대성은 물론 선하고 아름다운 삶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정신과 사상을 계속 일러주자는 제안이었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는 청소년 기간에 봉사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이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대학입학 조건에 학업, 예능소양, 건강과 운동 여부, 학생회 등을 통한 리더십, 그리고 봉사경력은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다. 학업성적은 고교 시절보다 대학에서 성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가지 실례를 들었다.

내가 국군 정신교육 지도위원으로 봉사하고 있을 때였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보이스카우트나 기독교 YMCA 등을 통해 봉사활동을 한 경력이 있는 군인은 군 생활에서 사고를 일으킨 통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다른 사람을 돕지는 못하지만 손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통계였다. 나도 국군의 방송에서는 그런 구체적 실례를 소개해 주곤 했다.

 

새문안장로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름방학에 수양회에 다녀와서는 불평이 있었다. 식사에 대한 불만, 잠자리에 관한 불편, 예배시간 강요 등이었다. 황광은 목사가 다음 해부터는 방향을 바꾸었다. 휴전선 밑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가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땀 흘리고 고달픈 경험이었다. 그런데 끝내고 돌아왔을 때 불평불만이 없었다. 다음 해에 또 가겠다는 학생이 더 많았다.

 

그 당시에는 많은 기업체가 연수원을 통해 사원교육을 많이 했다. 내가 전주 지역 삼성생명 여사원들을 위한 강의에 참석했을 때다. 3~4일간의 교육 기간에 한나절은 농촌지방 가정들을 위한 봉사경험을 권고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연수를 끝내는 평가회에서 많은 사원이 봉사경험이 가장 좋았다고 대답하였다.

고맙게도 정부 정책을 위한 그 모임에서 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봉사활동시간을 할애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그 실효를 거두기 힘들었다. 선생님들이 적극적이지 못했고 돈은 많으나 교육 가치를 모르는 어머니들이 승용차를 타고 아들딸을 데리고 대리로 일해주고 봉사점수를 채워주는 일까지 있었다. 문제는 부유하면서 자녀교육을 모르는 학부모에게 있었다. 청소년보다는 학부모 교육이 선결 과제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밟으면서 긴 세월을 보냈다. 지금도 먼저 교육다운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 기성세대에 있다. 교육행정을 맡은 교육계 인사들이다. 인간교육보다 지식전달을 위한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일본의 한 사례가 있었다. 도쿄의 한 중고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거나 정학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재직 학교에 사표를 내고 도쿄시의 한 공한지를 찾아 노후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된 버스 차량을 준비했다. 그 버스 한 대씩을 교실 삼아 퇴학이나 정학을 받은 학생들에게 재교육했다. 희망이 있는 학생들은 본교나 다른 학교로 다시 취학하도록 도와주고, 돌보아 줄 수 없는 학생은 계속 공부를 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 사실을 안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문제 학생들을 버스학교로 의탁하기도 했다.

 

그 교사가 교육계의 지목과 관심을 받게 되면서 언론기관들이 교육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교사의 의견을 묻는 기회가 많아졌다. 나는 우연히 그 기록을 보았다. 그 선생의 목표는 ‘사랑이 있는 교육’이었다.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생 중에도 ‘사랑이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주장이었다. 버스교실에는 사랑의 교류가 있었다.

 

 

넓은 운동장보다 교사의 따뜻한 정

 

그 선생은 ‘작은 학교’ 운동을 강조했다. 좋은 시설, 넓은 운동장, 많은 수의 스승보다 교실에서 따뜻한 정과 사랑이 있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교육정책을 주장했다. 나도 해방 후 2년 동안 북한에서 그런 교육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도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최근 우리는 교사의 수는 그대로 유지되는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의 큰 문제가 되었다. 교실의 학생 수를 줄이고 선생님들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작은 교실’로 전환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린 학생들의 성장은 빠르고 대부분의 상급반 여선생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는 현상이다. 먼 후일에는 지금과 같은 대형 학교보다 사랑이 있는 작은 교실과 작은 학교들이 더 쓸모 있는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하는 결과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수와 양적 확장보다 인간교육의 성패에 달려 있다. 정신가치의 계발, 생활 질서의 육성이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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