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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국제협력사업

‘國父’의 장례식

어느 섬나라 ‘國父’의 장례식

                                                                      정지섭 기자  입력 2021.03.09

 

 
 
2010 년 PNG 총리였던 마이클 소 마레 (Michael Somare) 가 유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있다. /AP 연합뉴스

 

한국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0㎞ 떨어진 곳에 섬나라 파푸아뉴기니가 있다. 면적과 인구 모두 오세아니아주에서 둘째다. 남태평양의 관문이라고 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면서, 1000여 부족이 800여 언어를 쓰는 다부족·다언어 국가, 천연자원의 보고다. 생동감 넘치는 이면에는 오랜 부족 갈등과 치안 불안, 저개발과 만성적 빈곤 등의 고민도 안고 있는 나라다. 그런 파푸아뉴기니가 모처럼 차분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보름 일정으로 국장(國葬)에 들어가면서 그랬다. 호주 식민지였던 이 나라 독립을 이끌고, 근대 국가의 기틀을 다진 국부(國父)이자 초대 총리 마이클 소마레(84)의 장례다. 현지 매체들은 소마레 이름 앞에 ‘대족장(Great Chief)’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그의 장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장례를 치를 때 ‘하우스 크라이’라는 상가를 차려놓고 문상객이 모여 장엄한 추모식을 갖는다. 장례 기간은 최장 이레를 넘지 않지만, 본영결식 전 온 나라를 열 곳으로 나눠 하룻밤씩 대족장의 ‘하우스 크라이’를 차리느라 보름으로 훌쩍 늘어났다.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구름 인파가 몰려들어 추도사와 노래로 고인을 기리고 있다.

 

식민지 시절 태어나 교사와 방송인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소마레는 세 차례(1975~1980, 1982~1985, 2002~2011년) 집권하면서 반대파를 중용하는 등 정치적 화합에도 앞장섰다. 파푸아뉴기니가 전후 독립한 제3세계 국가 중 드물게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20세 이하 여자 축구 월드컵(2016년)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2018년)를 개최할 정도로 발전을 이룬 것도 소마레가 국가 운영의 틀을 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먼 나라 낯선 지도자에 대한 애도 열기가 남달리 다가오는 까닭이 있다. 나라의 초석을 닦은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정파를 초월한 존경, 이 당연한 모습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는 비애감이다. 훌륭한 지도자라 해도 개인사나 정책적으로 흠은 있을 것이고, 비판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건국을 이끌고 발전을 이룩한 지도자들이 일생을 부정당하며 나아가 혐오 대상으로 전락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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