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드라이브를 나섰던 춘천 시민들이라면 한 번쯤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봤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골프채와 비슷한 막대기를 들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잠시 후 사람들은 손에 쥔 막대기를 힘껏 휘둘러 커다란 공을 멀리 쳐낸다. 요즘 중장년층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스포츠 ‘파크골프’ 경기장의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파크골프 열풍에 춘천도 들썩이고 있다. 중장년층의 여성과 남성을 필드로 불러낸 파크골프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파크골프의 세계에 찾아가 봤다.
<낭랑클럽 회원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
파크골프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12일 오전 춘천시 서면 애니메이션박물관 옆 파크골프장은 중국발 초강력 미세먼지가 무색할 만큼 많은 파크골퍼가 찾아와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의암호 옆 탁 트인 3만㎡의 잔디밭에는 형형색색의 옷으로 한껏 멋을 낸 50~60대 중년들이 힘차게 클럽을 휘두르며 골프 실력을 발휘했다.
미세먼지 경보 알림 문자도 골퍼들의 열정을 잠재우지 못했다. 파크골프장에는 상상했던 것 이상의 동호인들이 몰려있었다.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했다. 초록색 잔디밭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들인 옷차림, 하나같이 막대를 든 모습도 생경했다. 잔디 보호 기간으로 두 달 간의 휴장 끝에 문을 연 파크골프장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춘천도시공사 관계자는 “4월까지는 잔디 보호 기간인데 춘천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연 거에요. 시민들의 열정이 대단합니다”라고 말했다.
86cm막대기로 스트레스도 날려
서면 파크골프장은 A코스 9개홀, B코스 9개 홀 총 18홀 코스다. 파크골프 플레이의 기본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시작해 잔디를 짧게 깎아놓은 페어웨이라고 불리는 구역을 거쳐 그린까지 공을 쳐 가는 것이다. 4명이 한 조가 돼 1팀씩 나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티잉 그라운드 밖에는 출발을 기다리는 골퍼들이 짝을 지어 모여 있었다. 달팽이처럼 생긴 볼 거치대에는 핑크와 오렌지, 형광 등 가지각색의 골프공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얌전히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낭랑’ 회원들을 만났다. ‘낭랑’은 춘천교대 18기 동기들이 모인 파크골프클럽이다. 40여 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후 작년부터 퇴직을 시작한 동기들이 덜 바빠진 일상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운동모임이라고 한다.
정희경(61·칠전동)회장은 “지난해 8명으로 시작한 클럽이 지금은 22명으로 늘었다”면서 “친구들과 운동하면서 사는 이야기 나누는 게 은퇴 후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 클럽의 유대균(61·후평동) 씨도 “실외운동이라 자연 속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 골프의 고급스러움도 갖춘 스포츠”라며 “전신 운동에다가 홀에 넣을 때의 집중력 등 장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에티켓을 철저히 지키면서 매너와 사회성까지 기를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퍼팅 중인 낭랑클럽 회원들>
‘파크골프’라는 세계
파크(Park)와 골프(Golf)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두 단어를 합친 ‘파크골프’는 생소하기만 하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골프를 뜻한다. 나무 채와 플라스틱 공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골프의 한 종류다. ‘미니 골프’라고도 불리며 주로 50~70대의 중장년층이 즐기는 스포츠다. 여러 개의 클럽을 사용하는 골프와는 달리 나무 재질의 클럽 하나만 있으면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다. 클럽 하나로 티샷부터 퍼팅까지 가능해 장비에 대한 부담이 적다. 파크골프장의 크기는 일반 골프장의 10분의 1 정도다. 하지만 벙커, 워터해저드 등 일반 골프장과 다름없는 지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춘천의 파크골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매년 1만 여 명에 그쳤던 이용객 수는 2022년 기준 3만9,000명(서면), 2만 7,000여 명(소양강)으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이것 때문에 경로당에 사람이 없다’ 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정도다. 파크골프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저렴한 비용이 강점이다. 한 달 내내 쳐도 이용 요금은 단돈 만 원에 불과하다. 골프처럼 시간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와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자연으로 나가 잔디 위를 걸어 다니니 기분이 좋고 건강에도 최고라는 게 동호인들의 설명이다. 장정애(64·우두동)씨는 “18홀 돌고 나면 3,500보를 걸어요. 게임 3번 하면 만 보를 걷는 거죠. 폭신폭신 잔디 위에서 놀다 보면 하루 치 운동이 끝나요”라며 “파크골프는 내 인생 최고의 운동”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여홍구 춘천시파크골프협회 전무이사는 “초보자도 금세 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홍순앙 춘천시장애인골프협회장>
<제16회 전국장애인파크골프대회를 앞두고 연습 중인 선수들>
춘천에서 파크골프 즐기기
파크골프를 즐기는 방법은 파크골프협회에 가입해 클럽활동을 하거나 개별 동호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혼자 가서 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춘천에 동호인은 900여 명으로 70개 팀이 있고, 협회 소속 클럽은 23개로 75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춘천시민의 경우 하루 이용료 4,000원, 하지만 협회에 가입하면 한 달에 1만원으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
춘천에는 현재 춘천파크골프장(서면 현암리)과 소양강파크골프장(동면 장학리) 두 곳이 운영 중이다. 홍순앙 춘천시장애인골프 협회장은 “서면파크골프장은 페어웨이가 넓어 안전하고, 홀과 홀 사이에 꽃나무를 많이 심어 전국 롤모델이 된 명품 골프장”이라며 “언둘레이션*이 많고 벙커가 있어서 더 재미있게 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춘천 3번째 파크골프장 개장
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파크골프 인구는 급증하는데 경기할 수 있는 구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봄내클럽 소속의 한명섭(69·후평동) 씨는 “일찍 나와도 아침에는 1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사람은 많고 골프장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춘천시는 서면과 소양강에 이어 3번째(소양강2)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 동면 장학리 일원에 18홀 규모로 들어선다. 오는 9월 개장이 목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소양강 주변에는 총 6만2,061㎡ 부지에 36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생기게 된다. 춘천시 관계자는 “춘천 내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경기장도 포화상태라 세 번째 파크골프장을 준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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