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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토양이야기

땅, 흙, 토양

땅, 흙, 토양

 

 

토질이란 흙의 선천적인 특성 위에 인간이 노력이 합쳐져 이루어진 종합적인 토양의 성질이다. 여기에 그 고장의 기후가 가미되면 토질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엄밀한 의미에서 토질은 장소마다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작물의 고유특성인 품종의 유전적 소질과 재배기술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매우 다른 품질의 차이나 작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흙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 근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흙의 성질에 따른 적합작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년생 작물인 과수나 나무(목본)류는 심토(心土)에 자갈이 있고, 배수가 잘 되는 사양토〔砂壤土〕 또는 식양토〔埴壤土〕가 좋다.


채소류는 약간 지하수위가 높아 수분 공급력이 좋은 비옥한 충적토가 적합하다. 그 중에서도 오이 등 열매채소는 식양토, 상추 등 잎ㆍ줄기 채소는 사양토, 또한 긴 뿌리를 가진 작물은 사토〔沙土〕에도 잘 된다.


여기서 모래흙에 잘 적응하는 땅콩이라 하더라도 사양토에 심으면 더 소출이 많아진다. 이는 가뭄의 우려가 적고, 양분공급량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콩을 모래흙에 심는 이유는, 사양토는 다른 소득 높은 여러 작물들이 서로 경합하기 때문에 땅콩 차례까지 오지 않고, 또 땅콩보다 모래흙에 적응력이 큰 작물이 없기 때문이다. 조, 수수, 기장, 메밀 등 재래 식량작물들도 척박하거나 건조한 경사지의 찰흙, 모래흙 등에도 잘 적응한다.


곧은 뿌리는 없고 실뿌리만 있는 파, 부추, 쪽파, 양파, 마늘, 달래 등 백합과 채소는 지하수위가 상당히 높아도 좋으며, 생육기간 동안 수분 공급력이 일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간척지에는 암거배수관을 지하 60cm 정도에 묻어, 이 관을 통하여 물을 빼주거나 대주어 지하수위를 일정하게 함으로써 튤립, 히야신스, 크록카스 등과 같은 실뿌리만 있는 화훼작물의 특산지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기후도 바이러스 매개충이 없는 등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산성토양에 잘 견디는 작물은 철분을 좋아한다. 벼, 밭벼, 귀리 등 식량작물들과, 나무딸기류, 인삼, 더덕 등 소득작물이 산성토양에 아주 잘 견딘다. 밀, 조, 수수, 참깨, 고구마, 감자, 수박 등도 비교적 잘 견디는 작물이다. 반면에 시금치, 보리, 콩, 팥 등의 작물은 산성토양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석회를 많이 요구한다. 한편 감자 등은 데덩이병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부러 산성토양에 재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