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암모니아 다음으로 비열이 큰 물질이다. 물의 온도를 올리는 데는 높은 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외부 온도가 변하더라도 물은 쉽게 온도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물이 주 성분인 생물체도 외부 온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그것의 영향을 덜 받고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생명 유지의 기본은 ‘항상성(恒常性)’이다. 외부 환경에 변화가 있을지라도 체내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생물체가 금속이나 돌로 이뤄졌다면 체온은 아주 쉽게 오르락내리락할 뻔했다. 이래서는 큰일 난다.
생명체의 체온 조절에도 물이 중요하다. 물 1g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는 약 500cal의 기화열이 필요한데, 더울 때 적은 땀(물)이 증발하면서 많은 열을 빼앗아 가므로 체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한더위에 바깥일을 하는 사람과 사막 한가운데 깊은 뿌리를 박은 선인장이 기화열 덕분에 견딜 수 있다.
물의 비중이 섭씨 4도에서 가장 무거운 것도 의미가 크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무거워지지만 물은 4도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온도가 더 떨어지면 도리어 가벼워진다. 그래서 물이 0도에서 얼어 얼음이 되면 가벼워지면서 물 위로 떠오르게 된다. 물이 표면부터 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얼음이 물보다 무거웠다면 호수나 강바닥이 죄다 얼어붙을 뻔했다. 그렇게 되면 수중생물인 물고기와 조개가 살지 못한다.
물은 다른 어느 액체보다도 점도가 낮다. 물이 끈적끈적하고 걸쭉했다면, 어떻게 물이 주성분인 피가 모세혈관 속을 흐르며, 푸른나무의 물관에 물이 지나갈 수가 있겠는가. 건강하려면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한다. 그것은 피의 점도를 낮춰 잘 흐르게 하기 위함이다.
좋은 농산물은 수분 공급의 시기에 따라 결정된다. 오이는 98%가 수분이다. 점성의 전분약초인 마의 경우도 86%가 수분이다. 농산물 생산에서 어떤 양분도 물없이 이동이 불가능하다. 좋은 물이 좋은 농산물을 만든다. 물을 물로 보아선 아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