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藥水)란 ‘마시면 약효가 있(다)는 샘물’이다. 하지만 요즘엔 아무 물에나 약수를 붙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약수가 흔해졌다기보다는 진정한 약수를 찾기가 어려워진 탓이 크다. 또 약수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몸에 좋은 물로 여겨지는 의사(擬似) 약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약수의 사전적 의미에 가장 가까운 물로 광천수(鑛泉水)를 꼽는다. 광천수는 땅속에서 솟아나는 샘물로 가스나 고형물질을 다량으로 함유한 물이다. 약수의 개념을 좁게 보는 이들은 광천수만을 약수로 친다. 탄산수(炭酸水)는 광천수 중에도 탄산가스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는 물을 말한다. 작은 거품이 일며 혀끝을 톡 쏘는 듯한 자극이 있을 수 있다.
물을 33종으로 나누고 각각의 성질과 용도를 설명한 〈동의보감〉의 ‘논수품(水品)’을 보면, 각종 의사 약수의 개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화수(井華水)는 새벽에 제일 먼저 길어 올린 우물물로, 성질이 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구격(눈·코·귀·입 등 인체의 9개 구멍)에서 피가 나는 것을 치료한다고 돼 있다. 옥정수(玉井水)는 옥이 묻힌 산골에서 흐르는 물로, 성질이 유순하고 독이 없어 장복하면 몸이 윤택해지고 모발이 검어진다고 한다.
갖가지 상품화에 많이 쓰이는 지장수(地奬水)는 황토를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물을 그 속에 부어 젓고 흔들어 혼탁하게 한 다음 한참 뒤 위쪽의 맑은 물을 뜬 것이다. 성질이 차고 독이 없으며 독버섯에 중독됐을 때 이 물을 마시면 낫는다고 전해진다. 봄철이면 건강수로 각광 받는 고로쇠물은 단풍나무과 활엽수인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약수의 원뜻과는 거리가 있다. 칼슘 등 각종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위장병·고혈압·관절염·신경통 등에 좋다.
약수의 개념이 헷갈린다면 다성(茶聖)으로 추앙 받는 조선 후기의 승려 초의선사가 꼽은 ‘물이 가져야 할 덕목 8가지’가 참고가 된다. 좋은 물이란 가볍고, 맑고, 차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냄새가 없고, 비위에 맞고, 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를 끓일 때 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전통에 따라 구분한 것이겠지만, 이런 덕목에 맞는 물을 찾아 귀하게 음용한다면 진정한 약수란 내몸이 받는 모든 종류의 물이 될 수 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