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맛 내는 `아세트산' 4%든 식초
식초에서 신맛을 내는 것은 아세트산이라는 유기산(有機酸)이다. 식용 식초는 그런 아세트산이 4% 정도 들어있는 묽은 수용액이다. 보통 식용 식초는 단맛이 나는 당(糖) 성분이 들어있는 과일이나 곡류를 원료로 사용한다. 우선 효모를 이용해서 당 성분을 에탄올로 변환시킨 후에 아세토박터라는 미생물과 함께 산소를 불어 넣어주면 식초가 만들어진다. 에탄올을 아세트산으로 산화시켜주는 아세토박터의 존재를 처음 알아낸 것은 1864년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였다.
잦은 출장과 회식, 접대로 만성위궤양에 시달리는 직장인들. 과로와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식초와 벗하자. 소회를 촉진시키고 피로를 가시게 하며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호르몬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뿐만아니다. 미국암센터 등 현대 의학계에서도 식초의 항암효과, 고혈압 예방, 다이어트 효과 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와 임상사례를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다. 식초를 ‘자연이 준 기적의 물’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식초의 가장 큰 효과는 원기 충전이다. 우리 몸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당(糖)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식초의 ‘유기산’이 에너지 생산을 더 활발하게 해준다. 또 식초가 피로물질 ‘젖산’을 분해해서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고혈압.고지혈증 완화 등의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완화시키는 데도 식초가 ‘일등공신’이다. 최근 일본 영양.식량학회에 따르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남녀(180~260㎎/dL) 95명에게 12주간 식초를 마시게 했더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3~14㎎/dL 하락했고, 식초의 음용을 그만 둔 뒤에도 낮아진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대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또 일본 미츠칸그룹 연구소는 60명의 고혈압 환자(최고 혈압 150㎜Hg 이상)에게 식초가 15~30mL 함유된 음료를 8주간 마시도록 했더니 혈압이 평균 11~15㎜Hg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일본 연구팀의 이같은 실험결과는 일본의 국민 1인당 식초 소비량이 우리나라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원인으로도 작용됐다.
일본은 특히 전통음식에도 식초가 충분히 가미돼 있어 음용 식초문화가 일찍 자리잡기도 했다. 국내서 시판되는 양조식초는 초산균을 주입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생리활성 물질이 충분치 않다. 반면 곡류나 과실 같은 원료 100%로 두차례 이상 발효한 식초는 영양만점에 체내흡수도 촉진시켜 준다. 소주에 식초를 타면 식초의 아세트산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줘서 숙취를 없애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 젊은 여성을 겨냥한 ‘건강식초’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석류식초’ ‘고구마식초’ ‘홍삼식초’ ‘오미자식초’ ‘매실식초’ 등 다양하다. 또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혈액순환에 좋은 ‘현미식초’와 포도당과 비타민이 많아 피부미용에 탁월한 ‘감식초’, 유기산과 무기질이 함유돼 있어 변비에 효능이 큰 ‘포도식초’ 등 자기 몸과 체질상태에 걸맞는 식초음료를 골라먹을 수도 있다.
좋은 식초를 만들려면 빛을 차단해주고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주어서 아세토박터가 번성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그런 산화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애써 담근 술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다른 미생물이 섞여서 고약한 냄새나 맛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술을 오래 저장하려면 산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밀폐를 해야 한다. 아세토박터가 번성하지 못하도록 화학적인 처리를 하기도 한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식초는 오래 전부터 음식의 맛을 돋워주는 조미료로 널리 사용됐다. 야채, 육류, 생선, 과일을 절이는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사람들이 신맛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약한 산(酸)인 아세트산이 식품을 부패시키는 미생물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식초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주기도 한다. 레몬즙에 들어있는 구연산과 마찬가지로 아세트산도 비린내의 원인으로 알려진 질소 화합물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곡류를 발효시켜서 만든 발효 식초에는 아세트산 이외에도 많은 `불순물'이 들어있게 된다. 그래서 원료에 따라 식초의 맛과 색깔이 크게 달라진다. 포도 식초의 검붉은 색은 포도 껍질에 들어있던 안토시아닌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식초를 만드는 아세토박터의 사체를 먹고사는 초선충(醋蟬蟲)이라는 생물도 있다.
상온에서 고체이기 때문에 `빙초산'(氷醋酸)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순수한 아세트산은 피부에 닿으면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맹독성 물질이다. 공업적으로 만든 아세트산은 합성섬유, 필름, 플라스틱의 중요한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그런 아세트산을 `초산'(醋酸)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독성이 강한 질산(窒酸)의 일본식 이름인 `초산'(硝酸)과 혼동하기 쉬워서 지금은 `아세트산'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