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몫이 점점 줄고 2차·3차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농업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이고 많은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찾아 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이고 어려운 문제이다.
농업과 농촌이 복잡한 사회현상인 만큼 문제의 원인도 다양해 하나로 꼭 찍어 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경영주체’, 즉 농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다른 산업으로 빠져나가려는 잠재 실업,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관행, 농촌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성과가 날 리 없다. 반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준비된 모험과 도전정신을 가진 유능한 젊은이들이 대거 농업에 진입한다면 몇년 후 우리 농업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과학적인 영농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위험관리를 통해 경영을 안정시키고 생산자를 조직화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판매망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바라는 농업의 모습인데 이 모든 것이 경영주체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러면 프로 정신을 가진 경영주체를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가! 우선, 영농 의지가 확고한 젊은이들을 선발해야 한다. 전국 주요 대학에는 4년제 농업계 학부 과정이 있지만 학생의 대부분이 영농 의사가 없어 전문농업인력을 키우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농업을 통해 어느 정도 기반을 잡거나 성공하는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기에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또 체계적인 프로 농업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현장과 실습 중심의 기술교육과 함께 경영능력을 배양해 줄 수 있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농업교육은 기술교육이 대부분이고 그마저 실습여건이 충분하지 못해 교육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현장실습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강의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의 교육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도 비즈니스이고 생산을 잘 해도 경영을 못하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없으므로 경영학, 자산관리 등 경영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 후에는 영농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부모로부터 영농기반을 물려받는 경우는 큰 문제가 없으나 신규로 진입하는 경우 영농기반을 갖추려면 상당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젊은 농업인이 자력으로 투자하기는 어려우므로 최소한의 기반을 갖출 수 있는 각종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제 막 프로로 출발한 젊은 새싹들이 훌륭한 농업인으로 성장해 가고 있으며 프로가 되겠다는 젊은이들도 조금씩 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숫자가 많지 않고 현장 농업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젊은 프로들이 우리 미래 농업의 한 축을 담당할 사람들인 만큼 주위의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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