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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구제역과 pH 역활

경기 남양주-양평 현장

 

 

21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배양1리 아카시아 농장 내 돼지 매몰 현장. 이 농장에서 키우던 돼지 2363마리가 묻힌 곳으로 공무원들이 짙은 갈색을 띤 침출수를 뽑고 있었다. 구제역 가축 매몰로 팔당상수원과 지하수원이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국내 최초로 공동으로 침출수 처리 작업에 나선 것.

○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침출수 처리

아카시아 농장에서는 지난달 17일 매몰이 이뤄졌다. 길이 30m, 폭 3m, 깊이 6m 웅덩이에 돼지들을 묻은 뒤 1m 높이로 복토해 놓았다. 복토가 된 흙더미 위로 배출구 6개가 설치됐다. 웅덩이 옆에는 10m³과 4m³짜리 집수조가 2개 묻혀 있었다.

공무원들은 먼저 집수조 주변을 방역소독했다. 10m³ 용량의 집수조에서 침출수 일부를 퍼내 수소이온농도(pH) 측정기인 pH메타로 측정했다. 결과는 pH 6.3이었다. 침출수는 pH 5 이하(강산성)이거나 pH 10 이상(강알칼리성)이어야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멸하기 때문에 강산성화 작업이 진행됐다. 현장요원들이 곧바로 구연산 희석액 10L들이 4봉지를 집수조에 넣었다. 10분여 뒤 다시 측정하자 pH는 4.48이었다.

남양주 축협의 가축분뇨 수거차량이 침출수 2.6t을 뽑아내 차량에 옮겨 실었다. 차량은 곧바로 진건읍 소재 남양주시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에 도착해 침출수를 처리시설 공정에 투입했다. 처리 기간은 대략 25일. 일반 하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기물질과 질소 인 대장균 바이러스 등 오염물질이 제거되면 바로 옆에 위치한 진건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최종 살균 처리한 후 왕숙천에 방류한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경기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761의 1 젖소 46마리가 매몰된 현장에 서도 침출수 수거작업이 시작됐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29일 매몰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조사 결과 침출수에서 구제역 음성 반응이 나와 약품처리는 생략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은 이날 7개 시군 15개 매몰지(30개 시료)의 침출수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 구제역 및 탄저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의 구제역 바이러스 균 사멸에 필요한 구연산이나 수산화나트륨, 생석회 등은 시군별로 충분한 양이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침출수 펌핑 차량도 구제역 매몰지가 있는 19개 시군별로 자체 차량이나 전문 수거차량을 1대씩 지정해서 이용하고 폐수처리 시설도 기존에 있는 시설인 만큼 추가로 예산이 들지는 않는다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서상교 경기도 축산과장은 “구연산 등은 kg당 몇백 원 하는 정도의 아주 흔한 약품”이라며 “경기도 전체 침출수에 사용한다고 해도 몇백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 “친환경적 방법을 보완해야”

민간 전문가들은 이날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실시한 침출수 처리에 대해 “구제역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제거는 확실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이군택 교수는 “침출수를 추출해 강알칼리 등으로 소독하면 바이러스와 세균이 죽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규완 경상대 수의학과 교수는 “멸균을 위해 침출수에 넣는 강산성, 강알칼리성 물질 자체가 유해물질인 만큼 친환경적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며 “화학적 처리 대신 열처리해 멸균하는 방식 등 친환경적 방식이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환경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각 지방환경청이 매몰지 주변 환경오염을 매일 확인하는 책임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날 구제역 가축 매몰지 관리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6개 관련 부처 공무원이 참여하는 관리지원팀과 민간 전문가 자문단을 꾸렸다.

남양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양평=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경기도가 구제역 매몰지 악취제거와 방역을 위해 미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도는 '바실러스 알카로필러스균'이 구제역 가축 매몰지의 악취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 도내 18개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양해 시군에 보급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김윤근 지도사가 찾아낸 이 균은 강알칼리(pH 11)에서 활동이 왕성해 pH 12인 생석회가 많이 들어간 구제역 매몰지에서 활발한 단백질 분해활동을 벌인다.
이 균이 지속적으로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비하면서 매몰지 내 가축의 사체를 분해, 악취발생과 최근 문제가 되는 침출수의 유출을 단기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부터 이 균을 사용한 파주시가 효과를 보면서 안성, 김포, 남양주, 포천, 양주에서도 바실러스 균을 사용하고 있다.
도는 18개 농업기술센터에서 바실러스균을 배양해 이달 중으로 31개 모든 시군에 보급할 계획이다.

앞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3일 파주시 구제역 가축 매몰지를 방문, "매몰지 현장이 악취도 없고 관리가 잘 된 것 같다. 바실러스를 전국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바실러스균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바실러스균과 함께 광주시 농업기술센터 정대이 지도사가 개발한 구연산.유산균 혼합제 '구제역 제로'가 지난달 31일부터 주당 250톤씩 생산돼 도내 모든 축산농가에 배포되고 있다. 구제역 제로는 유산균에 구연산을 섞어 pH를 4 이하로 안정화한 방역제로, 물에 희석해 축사 내외부에 뿌리면 악취제거에 효과가 있다. 또 사료나 물에 섞어 소에게 주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커져 구제역 방역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가축의 사체를 빨리 썩게 하는 것이 환경오염을 막고 악취를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바실러스균을 도내 모든 시군에 보급하기로 했다"며 "이른 시간에 큰 효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500만 사는 한강유역에 2520곳 매몰… 65% 집중

 

 

동아일보가 최근 전국 각 시도에서 입수한 구제역 감염 가축 매몰지 3882곳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2520곳(64.9%)이 전 국민의 절반가량(약 2500만 명)이 사는 한강 유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는 하천을 거쳐 결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과 상수원보호구역을 지나는 경우가 많아 수도권 상수원 수질 보전에 비상이 걸렸다. 한강 유역의 매몰지는 경기도에 속한 2026건 외에 강원 영서지역(421건)과 한강과 인접한 충북 북부지역(73건)이 포함됐다. 낙동강 유역인 경남 경북과 대구 부산 등의 매몰지는 908곳, 금강 유역인 충남 및 충북 일부 지역은 총 359곳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몰지가 상수원보호구역 밖이라 하더라도 침출수가 결국 도착하는 곳은 강 등 하천일 수밖에 없다”며 “이 침출수가 상수원보호구역을 지나 하천으로 빠져나가면 결국 상수원보호구역이 오염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하고 침출수 유출 상황을 사전에 경고하는 ‘오염경보시스템’을 4월 초에 구축하는 등 ‘가축 매몰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전국 대형 매몰지 주변 관측정(觀測井·지하수 오염을 감시하기 위해 파놓은 샘)에 감지센서 등 ‘침출수 경보기’가 부착된다. 침출수가 발생해 토양이나 매몰지 인근 지하수, 하천 등으로 흐를 경우 즉각 경보가 울려 대응에 나서는 시스템이다.

또 정부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전국 매몰지의 위치 정보를 파악한 후 환경부 토양 지하수 정보시스템, 국토해양부 국가 지하수 종합정보시스템 등 지하수 관리 데이터베이스(DB)와 연계해 매몰지 환경오염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침출수로 인한 수자원 오염과 악취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정부는 전국 매몰지를 중심으로 반경 300m 안에 있는 지하수원 3000곳에 대한 수질조사를 하기로 했다. 매몰지 인근 지역에서 상수도 확충 공사를 하면 공사비의 70%를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유용미생물(EM·항산화 작용 등으로 냄새를 제거하는 생물)과 구연산 유산균, 바실루스균 등을 이용해 매몰리 주변의 악취를 제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