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풍경
안개 그리고 길
우은숙
지워진 길 위에 길 하나를 만들고,
또 하나의 길 지우는 그 길 위에 내가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길을 또 지워야 하리.
철없던 외침을 날개에 새겨 넣고
하늘을 건너는 은빛 나비 한 마리
빈 배는 나침판 없는 더듬이를 쏟아낸다.
길 위에서 길을 잃어 혼자가 된 내 앞에
수척한 뒷춤 열고 줄을 서는 기운 상처
그 상처 안개에 걸린다, 이슬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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