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송·삼채·아로니아·백향과 등 틈새작목

와송·삼채·아로니아·백향과 등 틈새작목

상품화 속도 빠르지만 신규 재배는 신중해야

 

와송과 백향과

 

와송ㆍ아로니아ㆍ삼채ㆍ백향과…. 이름도 생소한 일부 틈새작목들의 상품화 속도가 의외로 빠르다는 반응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것으로 우려돼 신규 재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추석 ㈜농협유통이 발표한 ‘상품기획자(MD)가 추천한 선물세트 10선’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와송선물세트였다. 그동안 특정 애호가들만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와송이 대중적인 추석선물세트로 상품화됐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김두영 농협 청과사업단 구색채소팀장은 “송이ㆍ더덕 등 일부 품목에만 국한돼 있던 채소류 선물세트의 구색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와송을) 시험적으로 선물세트로 공급해봤는데 이후 재구매가 이뤄질 정도로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와송의 성장세는 출하방법의 다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와송은 현재 경북 김천과 충남 공주 등지를 중심으로 하우스 재배한 생와송이 출하단계 끝물로 접어들고 말린 와송(건와송) 형태로 출하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에서 건강기능성과 시식법 등에 대한 홍보가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지 거래가격도 꽤 높은 편이다. 농협 청과사업단의 경우 5㎏들이 한상자당 생와송은 4만∼5만원 선, 건와송은 2만∼3만원 선에서 산지에 가격을 정산해주고 있다.

일부 종묘ㆍ종자업체들이 신문ㆍ인터넷 광고를 통해 재배를 적극 권장하는 삼채는 소비지보다는 산지에서의 열기가 뜨거운 편이다. 현재 전북 순창에서부터 강원 양구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재배가 확산 중이다. 전업 농가가 많은 와송과 달리, 다른 채소류를 재배하다 사이짓기(간작) 형태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대부분인 탓에 대규모 판촉행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평가다. 정현주 롯데백화점 강남점 식품팀 파트리더는 “TV 등에 소개된 직후 반짝 판매되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가격 할인 등 판촉행사를 할 여력이 있는 대규모 주산지가 없는 탓인지 소비지에 선보일 기회가 적어 지속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류 중에서는 블랙초크베리(일명 아로니아)가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아로니아 재배면적은 전국 335㏊로 추정되며 연간 1000ｔ정도의 생과가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별다른 병충해가 없고 내한성이 강해 국내 재배가 손쉬운 편인 데다 충북 단양과 전북 고창 등 일부 지자체의 지원이 가세하면서 내년에는 블루베리 재배면적(1500㏊)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원예특작과학원측의 예상이다.

아로니아는 그러나 신맛이 나 농축액 등 가공용으로 적합한 만큼 가공시설 등이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소비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교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포도연구센터장은 “현재 폴란드에서 수입되는 가공용 아로니아가 상당하다는 것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라면서 “과거 블루베리 인기 경험만을 믿고 재배에 뛰어들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가지 맛과 향기 난다고 해서 국내에선 ‘백향과’로 불리는 패션푸르츠 역시 최근에 뜨는 틈새작목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판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재배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이근화 농협 청과사업단 배포도팀장은 “백향과는 현재 전북 남원과 경북 칠곡 등지에서 생산돼 500ｇ들이 실속형 팩제품과 8개들이 상자제품 형태로 출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이어 “동남아 등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일부 소비자에겐 인지도가 높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생소한 과일”이라면서 “무턱대고 심었다가 판로가 없거나 가격이 기대만큼 높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농가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