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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와게닝겐 농과대학

와게닝겐 농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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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게닝겐 농과대학과 국립농업연구기관(DLO) 간에 전문지식이 일부 중복돼 한정된 예산을 따기 위한 경쟁이 있었고, 국립농업연구기관의 연구가 평균농가에 맞춰져 기술수준이 높은 개별농가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1996년 5월14일 네덜란드 농업연구의 문제점을 담은 한편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현지 농업계가 술렁였다. 당시 로테르담 시장이었던 브람 페퍼가 쓴 <지속 가능한 지식, 지속 가능한 농업>이란 보고서는 와게닝겐 농과대학과 국립농업연구기관의 구조조정 방안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구조조정 방안은 1998년 그대로 이행됐고, 20년가량이 지난 지금 네덜란드 농업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고서에 담긴 20여년 전의 네덜란드 농업연구개발(R&D) 실태는 그동안 우리 농업계 안팎에서 지적해온 한국 농업연구 모습과 닮아 주목된다.

◆농과대학·국립농업연구기관 통합운영 파격조치=브람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1998년 네덜란드 정부는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와게닝겐 농과대학과 응용연구를 맡은 국립농업연구기관을 하나로 통합시켜 와게닝겐 대학·연구센터(UR)를 공식 출범시켰다. 여기에는 당시 농업경제연구소(LEI)도 포함됐다. 이러한 농업연구와 교육 통합모델은 세계에서 네덜란드가 유일하다. 네덜란드 정부는 대학과 연구기관 조직은 그대로 두면서 두 기관의 정체성은 살리고, 운영주체인 집행위원회와 감독위원회가 조직을 총괄하는 방식을 택했다. 집행위원회가 중복 연구를 막고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조치가 가능했던 것은 농업교육을 교육부가 아닌 농수산자연관리부(현 경제농업혁신부)에서 관할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통해 농업연구와 교육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단일 지식체인이 구축됐다. 연구에서 생산된 지식이 교육으로 바로 전파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시몬 빙크 와게닝겐 UR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와게닝겐 농과대학과 국립농업연구기관의 통합은 흡수가 아닌 병렬 합병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로 위계질서는 없다”며 “상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중복연구를 막고 기업과 농가의 눈높이에 맞춘 찾아가는 연구를 활성화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실용적인 농업연구 위한 운영·평가체계 확립=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부터 와게닝겐 UR이 실용적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방식도 전면 개편했다. 현재 정부는 대학 연구비의 50%, 연구소 연구·개발비의 40%만 보조한다. 나머지 자금은 기업이나 농가와 공동 프로젝트로 조달하도록 했다. 이는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시장지향적인 연구를 더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와게닝겐 UR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연간 4000~5000개에 달한다. 이를 매개로 농민의 기업가 정신을 교육과 연구가 뒷받침하는 골든 트라이앵글(정부·대학·연구소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부수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헤오르셔 베어스 와게닝겐 UR 농업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와게닝겐 UR은 통합이전에는 공급자 중심의 연구가 진행됐다면 통합 이후에는 수요자 중심의 연구로 전환됐다”며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서 좋은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연구비를 민간에서 조달하도록 해 연구가 단기적인 과제에 머물고 기업의 요구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제 협력연구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와게닝겐 UR 석·박사 과정에는 125개국에서 7469명이 등록했다. 이 가운데 중국 551명, 한국 10명, 일본 8명 등 외국학생이 46%를 차지했다. 와게닝겐 UR에 파견연구 중인 최선태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네덜란드는 연구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련되지 않으면 핵심기술을 주지 않는다”며 “국제연구 시스템을 갖추면 국제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와 교육내용도 끊임없이 평가한다. 교직원의 연구는 보고서와 논문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교육은 학생수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5년 주기로 받는 내부평가에서 성과가 낮으면 일부는 퇴출도 각오해야 한다. 4년마다 그룹별로 외부기관에서 평가도 받는다.

이러한 노력은 와게닝겐 UR에 세계 1위 농과대학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줬다. 와게닝겐 UR은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16년 세계대학 학과별 순위중 농임학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 농민들은 “인구가 3만7000명에 불과한 농촌지역에 세계적인 농과대학이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농업 정보통신기술 보강은 해결해야 할 과제=와게닝겐 UR이 지속 가능한 농업지식 체계를 갖추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먼저 약점으로 꼽히는 농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보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와게닝겐 UR은 2016년 5월 말 델프트 공과대학, 에인트호번 공과대학, 트웬티대학과 연구·개발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첨단 공학기술과 기술디자인 연구로 미래에 대비하는 역할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와게닝겐 UR이 합병한 후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화학적인 통합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합 이후에도 와게닝겐 대학과 국립농업연구기관으로 제 각각 이름을 쓰다가 지난해 9월에야 와게닝겐이란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했을 정도로 내부통합은 더디게 진행됐다. 내부적인 결속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와게닝겐=농민신문 특별취재팀:최상구·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