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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토종이야기

어떤 유기농이야기

진머루 이야기






 최근 몇 년 전부터 친환경유기농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건강이라는 시대적 가치와 맞물리면서 너나할 것이 친환경농업의 대세론은 그칠 줄 모른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 정종진 씨는 이와 같은 이면에도 허수가 있음을 간파한다. 단순히 인증 하나 받은 것으로 친환경농산물로 둔갑하려는 농가들의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해 불철주야 유기농업 알리기에 혼신을 쏟고 있다. 30여 년간 영농일기를 작성해 화제를 모은 정종진 씨를 만나 그의 유기농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잡초 하나 버릴 것 없는 것이 유기농 원리
“잡초는 작물재배에 일차적으로 방해 작물이기는 하지만 예초한 잡초는 친환경농업에 꼭 필요한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게 됩니다. 친환경농업에서는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친환경농업에서 잡초관리로 인해 번번이 실패를 맛본 농민들에게 제언을 하면서 말을 잇는 정종진 씨는 강원도 양구군 수인리에서 유기농업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26,000㎡(8,000평), 100여종의 작물을 직접 기르고 재배하고 있는 그는 어느덧 35년 째 유기농업을 이어오고 있다. 정농회 전국본부 이사, 친환경농산물인증 심사원, 양구 친환경농업 발전연구회장 등 그의 이력에는 유기농업만큼은 타협이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의 농장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과실을 머금고 있는 작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농장을 거닐며 열매를 따먹고 있노라면 마치 에덴농산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짙은 향내 풍기는 깻잎, 달콤한 상추와 배추, 과즙이 풍성한 토마토 등 손을 뻗는 즉시 맛볼 수 있는 것은 이곳 농장의 큰 매력이다.  


일흔이라는 나이 무색할 만큼 젊어 보이는 정종진 씨. 30년 이상 유기농산물만 먹었으니 당연한 아니냐며 되묻는다. 그 세월만큼이나 우리나라가 처한 농업에 대해서 할 말도 많다. 전국 어디든 유기농업을 위해서라면 강의 요청도 불사하며 찾아다닌다.  정 씨는 일찍이 정부의 쌀 증산 대책에 대한 안타까움을 예로 들었다. 정부가 추진한 쌀 생산량을 매년 동일하게 유지하려면 10% 비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비한 비료만큼 토양 원소결핍과 오염도도 정비례 한다는 것이다. 다음해도 같은 양의 생산을 위해 비료는 이전보다 더 늘려야하고, 토양도 그만큼 훼손되는 악순환이 오늘날 농업 구조였다 지적한다. 결국 과실을 맺긴 하지만 그 과실 속에 담긴 영양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정 씨의 설명이다.


왜 유기농업을 해야 하고, 어떻게 유기농업을 해야 하는가
정종진 씨는 왜 우리가 친환경유기농업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라는 생각만으로는 우리가 잃어버린 친환경농업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음식이 곧 생명 연장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소, 돼지, 닭 등 육류로 편향된 식습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에게 매일 같이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사용이 불가피하다. 방부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인스턴트 식품도 우리 몸의 자정 능력을 현저히 파괴하고 있다.
이처럼 음식은 건강과 세밀하게 연결돼 있어 친환경 유기농업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씨의 주장이다. 여기에 주식인 쌀을 비롯해 농산물까지도 안전하지 못하다면 이미 심각한 질병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  정 씨는 최근 친환경 유기농업이 떠오르고 있지만 진정으로 친환경농업이 이루어지는 곳은 많지 않다고 단언한다. 친환경 유기농업이 많은 부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씨는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은 돈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첫 번째 관문으로 토양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땅만 제대로 갖춰 놓으면 유기농업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알아서 키우게 된다고 정 씨는 말한다. 

정종진 씨의 유기농업 일지
현재 관행농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순간에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 씨는 과거 자신의 경험을 닮은 유기농업 필승법을 공개했다. 


1. 유기농 전환준비 : 우선 땅의 절반(혹은 2/3)은 관행대로 짓고 나머지는 친환경을 위한 땅으로 분리 시켜둔다. 휴면하고 있는 땅은 발효 퇴비를 가득 살포한 후 로터리 1회를 쳐둔다. 이후 땅에 잡초가 자라도록 방치한 후 잡초가 길게 자라면 예초한 후 그것을 그대로 지면에 깔아둔다. 잡초는 미생물과 곤충 등 성장에 크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3년간 지속한 후 나누었던 땅을 다시 반대로 바꿔 실시해 간다. 주의할 점은 관행농지대에서 뿌려지는 비료가 유기농지대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2. 일급 발효퇴비 :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발효시킨 발효퇴비를 사용한다. 이는 질소함량이 1% 이상이고 분뇨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는 볏짚을 절단기로 일정한 크기로 자른 후 온도, 습도를 적당히 맞추어 비닐을 덮어둔다. 그러면 호기성 발효에 의해 70℃까지 올라가 곰팡이와 미생물에 의해 균사 등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논이나 밭에 넣어서 로터리 작업을 한다. 볏짚 퇴비의 장점으로는 가스 장애를 피할 수 있고, 미발효에 생기는 병충해에 대한 감염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3. 가축분뇨 : 정 대표는 직접 흙돼지를 길러 퇴비로 쓰고 있다. 주위에 나는 모든 것이 유기농이기에 유기농 음식만 먹고 산 돼지의 거름은 매우 뛰어나다. 돼지 우리 한 가운데를 깊이 파 놓고 흙을 넣어준다. 이후 파쇄기로 풀을 잘라서 넣어주면 일부는 돼지 먹이가 되고, 나머지는 퇴비화가 된다. 이 때 돼지 분뇨· 흙·풀·미생물이 뒤섞이면서 최고의 퇴비가 완성된다. 이를 봄에 객토하듯 펴 시비하고 로터리를 쳐 주면 반영구적으로 좋은 토양을 만들 수 있다.


4. 잡초제거 : 발효퇴비를 잡초 제거 3~5일 전에 뿌려준다. 이때 미생물 작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적당히 물을 뿌려준다. 미생물들이 뿌리까지 타고 들어가 통기성, 배수성 등을 원활히 해지면서 땅이 스폰지화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바로 호미와 손으로도 매우 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  


신생작물 ‘진머루’와 토종종자 ‘되호박’
우리들농원 정종진 씨는 뜻을 같이한 10명의 생산농업인과 소비자 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거래 방식으로 유통하고 있다. 고객은 현재 300명 가까이 확보한 상태.  최근 정종진 씨는 시대 흐름에 맞는 신소득 작물을 개발했다. 다양한 머루 품종을 지니고 있던 그는 품종간 교배를 통해 만든 ‘진머루(자신의 이름 ‘진’자를 따서 만든)’가 그 주인공. 정 씨는 “앞으로 각 가정과 사무실에서 키우는 관상용 원예시장이 급부상할 것이며, 그에 맞춰 신품종 진머루를 분화 시장에 맞춰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 분화 식물보다 진머루가 유리한 점은 화분을 키우면서 직접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 해에 세 차례나 수확이 가능한 점은 소비자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만 하다. 새콤달콤한 맛에 당도도 높고 기능성 성분도 머루와 같아 많은 주목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시중에선 보기 드문 ‘되호박’의 토종종자를 보유한 그는 맛과 영양이 뛰어난 되호박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해 소비 시장 확대를 넓힐 계획이다. 자연이 키운 토종 되호박을 통해 호박 시장의 프리미엄을 만들어 양구 유기농산물을 알리는데 전력할 계획이다.
26,000㎡, 100여종에 가까운 작물을 아내 정인순 씨와 단 둘이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은행에 1억원의 돈을 넣어두면 1년 후면 저절로 이자가 쌓이듯, 유기농 환경만 만들어주면 그들이 저절로 열매를 가져다 준다”고 말하는 정종진 씨. 매일 꼬박 영농일기를 쓰고 있는 그는 “남을 따라가는 농사가 아니라 나만의 유기농업을 만들어가기 위해 하루하루 기록을 남긴다”며 유기농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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