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의 봄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니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면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손로원(1911~1973)
1954년 가수 전영록의 어머니 백설희씨에 의해 발표된 ‘봄날은 간다’이다. 이 노래는 애조띤 슬픔을 밑바탕에 깔면서 봄바람, 옷고름, 맹세, 풀잎, 꽃편지 등을 휘날리며 봄의 애처로움을 진득하게 담아내고 있다. 본래 화가였던 작사가 손로원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시절 판잣집에 불이 나면서 연분홍 치마차림의 어머니 사진이 불에 타자 그 모습을 그리며 쓴 노랫말에 박시춘씨가 곡을 붙였다. 전쟁이 끝나고 포연이 걷힌 뒤의 하얀 세상을 역설적으로 표현 하기도 한다. 전쟁 직후의 정신적인 피폐를 위로하는 짙은 서정성으로 일찍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았고, 2003년 시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애창 대중가요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발표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트롯, 통기타, 록, 창, 재즈 등 다양한 리듬으로 편곡되어 각각 그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들로부터 꾸준히 애창돼 오고 있어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르면서 떠나질 않고 있다. 김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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