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즙이 만성질환 막는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27
일생 중 몸의 컨디션이 크게 바뀌는 시기를 ‘생애전환기(生涯轉換期)’라고 부른다. 만 40~64세의 중장년기, 만 65세 이상 노년기가 이 시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중장년 중에서도 후반부인 ‘만 50~64세’가 중장년 내에서의 생애전환기라고 강조한다. 이 시기엔 직장을 떠나거나 자녀의 결혼 등으로 경제적·정서적 변화를 겪는 데다 갱년기로 인한 신체적 변화도 크다. 또 이 시기의 건강 관리는 곧 다가올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만 50~64세를 ‘삶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새롭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세대’인 ‘신(新)중년’으로 정의하고, 이들 나잇대의 건강 상태별 식사법을 제안했다. 신중년을 위한 맞춤형 식사법을 알아본다.
◆만성질환 관리 - 저염식 O, 흰쌀밥 X=국민건강영양조사(2018)에 따르면 50대 한국인의 만성질환은 고혈압(34.7%), 비만(27.6%), 고지혈증(26.3%), 당뇨병(14.6%) 순으로 많았다. 혈압·혈당·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첫걸음은 저염식이다. 짠맛에 길든 경우 식초·레몬즙 등 신맛을 이용하면 신맛이 짠맛을 대체해 소금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고지혈증 관리를 위해선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이고 ‘혈관 청소부’인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을 늘린다. 육류의 기름기, 닭 껍질과 버터·마가린·생크림에 포화지방산이, 등푸른생선과 들기름·콩류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흰쌀밥보다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하는 현미밥·잡곡밥을 선택한다. 단맛을 낼 때 설탕·액상과당보다 사카린·아스파탐·수크랄로스 같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체내에 흡수되지 않아 혈당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다.
◆암 예방 - 탄 고기 X, 색깔별 채소 O=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50~54세 남성은 암 중에서도 위암·대장암·간암 순으로, 55~59세 남성은 위암·대장암·폐암 순으로 많이 발병한다. 여성은 50~54세와 55~59세 모두 유방암·갑상샘암·대장암 순으로 많다. 대부분 식생활과 관련한 암이다. 붉은 고기 및 가공육 섭취는 과하지 않아야 한다. 소고기·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에 든 헴(heme) 성분은 과다 섭취 시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일반인은 육류 섭취가 주 400g까지 권장되지만,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대장암 예방이 필요한 경우 주 200g 이하로 섭취량을 줄인다. 검게 탄 고기는 발암물질을 함유하므로 섭취를 피한다. 통곡류나 채소·과일·콩류가 풍부한 음식은 암 예방을 위한 권고 식단이다. 과일·채소에 풍부한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생리활성물질은 체내 세포가 손상을 받아 암세포로 발달하는 과정을 차단한다. 매끼 2가지 또는 매일 5가지 이상의 채소를 섭취하고, 매일 1~2회 과일을 섭취한다.
◆뼈·근육 건강 - 탄산음료 X, 우유 O=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50대 이후 골 감소증이 나타나는 비율은 47.9%에 달한다. 뼈 밀도를 높이려면 조깅·줄넘기처럼 뼈를 자극하는 체중 부하 운동을 하면서 뼈 재료인 칼슘·비타민D를 챙겨 먹어야 한다. 멸치·건새우·미역·굴·명태 등 해산물과 우유·치즈·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에 칼슘이, 연어·달걀·꽁치·조기·오징어에 비타민D가 풍부하다. 칼슘은 체내 흡수율도 따져야 한다. 우유·두부의 칼슘 흡수율은 40~50%, 뼈째 먹는 생선은 30%, 시금치·케일은 10~20% 선이다. 탄산음료의 인(P)은 뼈에서 칼슘을 빼내는 역할을 하므로 콜라 등 탄산음료 섭취는 자제한다. 근육의 주재료는 단백질이다. 체중 1㎏당 단백질 1~1.2g 섭취가 권장된다.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은 식물성보다 동물성 단백질 식품에 종류가 다양하고 소화율도 높다. 근육의 빠른 생성을 돕는 아미노산인 류신은 콩·우유·육류에 풍부하다. 그렇다고 해서 육류를 과다 섭취하면 대장암·당뇨병 등 위험을 높일 수 있으니 콩·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 식품도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
◆갱년기 관리 - 술·커피 X 콩·석류 O= 갱년기 여성은 안면홍조·수면장애·우울감·불안감을, 남성은 성 기능 감소, 만성 피로, 근육 감소 등 증상을 경험한다. 갱년기의 다양한 증상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므로 증상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안면홍조나 불면증이 나타난 경우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오후 시간대에 카페인·알코올이 든 커피·술 등은 피한다. 특히 적포도주·초콜릿·치즈는 뇌의 체온조절 중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안면홍조가 있는 경우 섭취를 제한한다. 잠을 청하기 위해 취침 전 술을 마시는 행위는 ‘얕은 잠’만 유도할 뿐 ‘깊은 잠’은 방해하므로 피한다. 폐경 이후 여성의 호르몬 형성과 남성의 갱년기 증상 개선에 필요한 건 단백질이다. 단백질 급원 식품으로 콩·우유·어패류를 하루 한 번 이상 챙겨 먹도록 한다. 콩·석류에 든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작용이 비슷해 여성의 갱년기 증상 극복에 도움된다.
◆뇌 건강 - 견과류 O, 마가린 X=뇌세포는 40세부터 10년마다 5%씩 줄어든다.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인 치매는 주로 80세 이상에서 발생하지만, 최근엔 50대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따라서 신중년은 뇌 건강 관리에 소홀해선 안 된다. 오메가3, 비타민 B6·B12·C·E, 엽산, 티아민, 니아신, 아연, 철, 구리, 셀레늄, 콜린 등의 영양소가 인지기능 유지에 관여한다. 포화지방산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고 뇌세포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비정상적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뭉친 것)를 만들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 뇌를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무청·시금치·오렌지 등 녹황색 채소·과일은 주 6회 이상, 견과류는 주 5회, 베리류는 주 2회 이상, 등푸른생선은 주 1회 이상 섭취하는 것이 권고된다. 소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는 주 3회 이하, 버터·마가린은 하루 한 스푼까지만, 튀긴 음식은 주 1회까지만 섭취하도록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