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감귤 섬으로 만든 성직자
1911년 제주 홍로본당(현 서귀포 성당) 주임 신부였던 에밀 타케(프랑스)는 일본에 있는 포리신부로부터 온주 밀감 묘목 14그루를 받아 성당 근처에 심는다. 제주도 감귤 산업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왕벚나무와 구상나무를 세계에 알리고, 온주밀감을 제주에 들여와 감귤 농업의 초석을 놓은 에밀 타케 신부(1873~1952)의 일생을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환경운동가이자 대구가톨릭대 교수인 정홍규 신부가 쓴 '에밀 타케의 선물'(다빈치 펴냄)은 120년 전 조선에 와서 55년간 사목한 성직자이자 식물학자였던 타케 신부의 발자취를 탐사한 책이다.
프랑스 북부 노르드주에서 태어난 타케 신부는 24세 되는 해인 1897년에 파리외방선교회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한국에 들어온다. 부산본당(현 범일성당), 진주본당, 마산본당에서 사목 생활을 한 타케 신부는 1902년 제주로 발령을 받아 13년을 머문다. 이 기간에 그는 1만점 이상의 식물 표본을 채집해 유럽과 미국, 일본 식물학자에게 보냈다. 왕벚나무와 구상나무가 제주의 자랑거리가 된 것도 타케 신부의 노력 때문이었다. 그가 채집한 식물 중에 그의 이름을 따 '타케티(taquetii)'라는 학명이 붙은 식물만 해도 갯취, 한라부추, 섬잔대 등 125종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타케 신부와 밀감에 얽힌 사연이다. 타케 신부는 일본에 파견돼 있던 신학교 동기 포리 신부에게 왕벚나무 묘목을 보내고 온주밀감 묘목을 받는다. 이렇게 받은 묘목을 신도들에게 나눠 심게 했고, 일부는 본당 뜰에 심는다. 물론 제주에도 토종 감귤이 있었지만 크기가 작고 당도가 떨어져 상용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바다 건너온 밀감은 잘 자라주었고, 결국 제주도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밀 타케 신부는 근대 한국 식물분류학 역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이며 제주에 머문 13년 동안 식물 7047 점 이상을 채집했다. 왕벚나무 자생지가 제주임을 세계 최초로 알린 주역이다. 타케 신부는 1911년 일본에서 선교하던 식물학자 포리 신부에게 왕벚나무를 보내고 답례로 받은 온주밀감 14그루를 가난한 주민들에게 재배토록 함으로써 제주 감귤산업 토대를 마련했다. 1907년에는 한라산에서 쿠살낭(구상나무)을 발견, 표본을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수목원으로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크리스마스트리의 토종 ‘아비에스 코리아나’가 탄생되기도 했다.
타케 신부는 제주도를 떠난 이후 목포 나주 등에서 선교활동을 했으며 만년에는 대구의 성유스티노신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1952년 79세의 나이로 선종한다. 지금도 해마다 4월이면 마산 완월동 성당, 나주의 노안 성당, 대구의 남산교구청 등에 왕벚나무가 활짝 꽃을 피운다. 타케 신부가 자신이 부임했던 곳마다 왕벚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책을 쓴 정홍규 신부는 "곳곳에서 아름답게 피는 벚꽃을 보면서 다녀갔던 자리마다 왕벚나무를 심은 타케 신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단순히 한 인물을 조명하는 작업이라기보다 인류가 봉착한 생태 위기를 생각하면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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