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봉의 냄새이야기
양성봉 울산대교수· 화학과 경상일보 2014.10.14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에스터’(ester)란 산(acid)과 알코올(alcohol)을 합쳐서 물을 빼낸 화합물을 말하며, ‘에스테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에스터 화합물로, 알코올의 한 종류인 글리세린(glycerin)에 질산(nitric acid)을 섞고 물을 빼내면 만들어지는,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이 있다. 이 물질은 화약 냄새가 나고 흙(규조토)에 혼합하여 막대 모양으로 만들면 다이나마이트(dynamite)가 된다. 특히 유기산(carboxylic acid)과 알코올을 합쳐 물을 빼내어 만든 에스터는 과일 향이 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향이 나는 에스터의 대표적인 것으로 사과 향이 나는 n-부틸아세테이트(n-butyl acetate)와 바나나향이 나는 이소아밀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가 있다. 이소아밀아세테이트는 꿀벌의 경계 페로몬(alarm pheromone)으로 알려진 물질로 벌이 이 냄새를 맡으면 화가 나서 침을 꺼내어 냄새가 나는 쪽으로 쫓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에스터는 산과 알코올을 함께 넣어 반응시켜 물을 빼내야 만들어지는데, 물을 빼내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즉, 실험실에서는 열을 가해 우러나오는 물을 증류에 의해 빼내거나 알코올을 다량으로 넣어 만들어지는 에스터를 증류에 의해 빼내는 것이 실험실에서의 방법이다. 거꾸로 에스터에 물을 넣어 방치하면 점점 에스터는 물을 받아들어 유기산과 알코올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에스터는 공기 중에 방치만하더라도 물을 흡수하여 악취가 나는 유기산과 알코올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과일에서 물만 빼내면 과일의 향기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과일을 잘 건조시키면 과일의 냄새를 상당히 오래 유지시킬 수 있고, 나아가 과일의 향을 가열하여 받아내면 향료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낸 향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다시 산소와 반응하여 점차 역겨운 냄새가 나는 물질로 변하는데, 예를 들어 술 속에 들어 있는 에탄올은 몸 속에서 산화되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더 산화되면 아세트산 즉, 초산이 되는 현상이다. 이는 막걸리를 계속 발효시키는 신 내가 나는 원리인 것이다. 결국 좋은 냄새는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어지지도 않고 유지시킬 수 없는 것이다.
향과 악취
향과 악취는 연구방법이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물질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탄올(butanol)이라는 물질은 서양에서는 악취를 평가하는 사람의 후각 성능을 판정하기 위해 적당히 물로 묽혀 사용되는 악취 물질이지만,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에도 매우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첨가되는 물질이다.
향과 악취를 비교해보자. 향은 맡지 않더라도 생활하는데 별 지장 없지만, 맡고 싶다면 노력을 하거나 돈을 들여야 한다. 대체로 꽃이나 나무에서 발생되는 것이 많고 비교적 높은 농도 즉, 공기 중에 많은 양이 뿌려져야 인간이 느낄 수 있다. 반면, 악취는 우리 주변을 관리하지 않거나 약해지면 저절로 맡게 되는 냄새이다. 주로 미생물의 번식이나 물질이 타면서 발생되는 냄새이다. 따라서 썩은 냄새 속에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있을 수 있고 또한 탄 냄새 속에는 벤젠과 같은 발암성 물질도 포함될 수 있다.
여러 냄새 성분 중 인간에게서 특별히 예민한 냄새는 미생물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성분이다. 즉, 생명체가 죽게 되면, 이는 유기화합물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며, 당연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이 때 유기화합물이 분해하면서 내놓은 휘발성 성분이 악취다. 따라서 악취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명체가 죽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하며, 죽은 생명체는 미생물이 증식하기 전에 분리를 하여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
미생물의 배설물 악취 특징은 인간이 만든 유기용제나 플라스틱의 냄새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선 비린내인 트리메틸아민(Trimethyl amine)이라는 물질은 페인트에 사용되는 시너 성분인 톨루엔(Toluene)에 비해 10만 배 더 냄새가 난다. 곰팡이 냄새의 원인인 지오스민(Geosmine)은 톨루엔의 백만 배 더 냄새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톨루엔 1드럼을 뿌리면 주변의 목격자 정도만 느끼지만, 같은 양의 트리메틸아민이나 지오스민을 뿌리면 아마도 지역 주민 모두가 비린내 혹은 곰팡이 냄새를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운 냄새
가을이 깊어져 낙엽이 떨어지니 그리운 냄새가 생각납니다. 그리운 냄새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냄새로, 필자에게는 예를 들면, 어린 시절 연막 소독차를 따라다니면서 맡았던 소독약 냄새, 길가 드럼통 속의 고구마 탄 냄새, 차가 별로 없던 시절 차량의 배기가스 냄새, 그리고 신차를 사게 되었을 때 차안의 신차 냄새 등 당시는 좋게 느껴졌던 냄새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냄새가 옛날에는 좋은 냄새로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나 공부를 해보니 결코 남에게 추천할 수 있는 냄새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반대로 저에게는 어린시절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냄새가 지금은 좋은 냄새로 바뀐 것도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된장, 김치, 막걸리 냄새와 같은 발효식품 냄새입니다. 특히 청국장 냄새는 정말 싫었던 냄새였는데, 나이 50이 되어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막걸리 맛도 또 10년을 지나니 알게 되었답니다. 김치의 경우도 신선한 김치의 냄새 뿐 아니라 묵은 김치의 냄새도 좋은 줄 알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현상이 과메기나 숙성홍어에도 나타납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도 같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일본 사람의 김치 냄새에 대한 변화를 잠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전부터 일본 사람들도 김치가 한국의 고유 음식임을 알고 있었지만, 김치 속의 마늘 냄새, 고추의 매운 냄새 그리고 젓갈 등 발효 냄새 등으로 인해 2004년쯤까지 만해도 김치를 악취가 많이 나는 혐오식품으로 알고 있었답니다. 특히 매운 고추는 위장에 지나친 자극을 준다는 것으로 몸에 좋지 않는 식품이라고 가르쳤으며, 한국 사람들에게 위암이 많은 이유를 김치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2005년쯤이었을까, 배용준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김치에 대한 견해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한국 드라마의 위력은 김치는 고추 때문에 위장에 좋지 않다고 하던 일본 공영방송 NHK가 바로 그 고추 때문에 몸 속의 피가 구석구석까지 잘 흐르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좋다고 말을 바꾼 것입니다. 그러더니 재일 교포들이 먹던 김치의 냄새가 좋은 냄새로 바뀌고, 보통의 수퍼마켓에도 김치를 진열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냄새 100선(일본 환경성이 일본 내에서 좋은 냄새가 풍기는 100곳을 지정하여 붙인 이름) 중에 우리 교포가 가장 많이 사는 오사카의 츠르하시(鶴橋) 한국시장을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선정이유를 츠르하시 한국시장에는 맛좋고 향 좋은 김치와 불고기 냄새를 풍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운 냄새로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냄새란 사람에게는 같은 냄새라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좋고 나쁨이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한 냄새를 잘 음미해야 진정으로 좋아야 할 냄새와 피해야 할 냄새를 깨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보기 좋은 것 혹은 맛있는 것에만 가치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좋은 냄새란 무엇인지 또한 보존해야 할 냄새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할 만한 일로 생각됩니다. 혹시 정자항의 비릿한 냄새, 봉계 불고기 단지의 고기 굽는 냄새, 혹은 서생의 배꽃 냄새가 추억의 냄새, 그리운 냄새 나아가 정말 보존해야할 정도의 좋은 냄새가 될 수 있을까요?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