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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탄소이야기

곰팡이와 탄소

 

 땅속 '균뿌리'가 전 세계 배출 탄소 3분의 1 저장

입력 : 2023.12.12

▲   /그래픽=유재일
 
 

생물 이름을 놓고 비호감 순위를 매긴다면 곰팡이는 분명 상위권에 속할 거예요. 그런데 놀랍게도 '땅속 곰팡이가 매년 탄소를 약 131억톤(t) 저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주요 해결책 중 하나인 탄소 저장 시스템이 우리 발밑에서 자라고 있었던 거예요. 과연 곰팡이는 어떤 방식으로 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걸까요. 곰팡이는 기후변화에 시달리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육지 식물 뿌리 90%가 곰팡이와 공생 관계
세계적 환경 단체 '어스 워치(Earth Watch)'는 '지구 상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5종'으로 꿀벌·플랑크톤·박쥐·영장류와 함께 곰팡이(균류)를 꼽았어요. 생태계 균형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의미죠.


지구 상에 있는 육지 식물 뿌리 90% 이상은 곰팡이와 얽혀 공생 관계를 맺고 살아요. 식물의 뿌리는 뻗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곰팡이가 제2의 뿌리털을 이루는 거예요. 이를 '균근(菌根·균뿌리)'이라고 해요. 균근과 식물 뿌리 사이에는 물물교환이 이뤄져요.

먼저 균근을 이룬 곰팡이가 실처럼 생긴 '균사(菌絲)'를 사방으로 뻗어요. 균사는 생물 사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해요. 낙엽이나 동물 배설물 등 온갖 물질을 분해해 식물 뿌리가 이를 쉽게 흡수할 수 있게 만들죠. 또 질소·인·황 등 토양 속 영양분을 직접 빨아들인 후 식물에 공급하기도 해요. 물론 공짜는 아니에요.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곰팡이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당분과 지방을 제공해요. 광합성은 엽록소를 가진 식물이 빛 에너지를 이용해 뿌리로 빨아들인 물과 기공으로 흡수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에서 포도당(C₆H₁₂O₆)과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영양분은 잎·줄기·뿌리(균근)에 공급돼요. 곰팡이가 공급받는 포도당은 탄소 6개로 구성돼 있어요. 이 탄소는 식물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이므로 결국 균근 곰팡이가 탄소를 저장하는 셈이죠.

곰팡이, 가장 효과적인 탄소 저장 장치
균근과 육지 식물의 공생 관계는 최소 4억5000만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해요. 균근 곰팡이의 탄소 저장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확히 얼마나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 6월 영국 셰필드대 생명과학부 하이디 호킨스 교수팀이 균근 곰팡이와 식물이 탄소 교환 시스템을 통해 탄소를 토양에 가두는 효과가 놀랄 만큼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어요. 연구진은 스웨덴 전역에서 아한대(온대와 한대 사이에 해당하는 지대) 산림 30곳을 조사해 탄소 저장 구조를 분석했어요. 또 식물과 토양에 관련된 기존 연구 자료 수백 건을 수집해 통계적으로 다시 분석했죠. 그 결과 균근 곰팡이가 연간 131억2000만t이나 되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362억t(2017년 기준)이에요. 그 3분의 1이 넘는 양을 곰팡이가 매년 땅속에 저장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는 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6억5620만t)의 약 20배에 해당하는 양이에요. 연구팀은 식물과 땅속 네트워크로 연결된 균근 곰팡이가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탄소 포집·저장 장치라고 말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중국
온라인 플랫폼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362억t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98억t(27%)에 이른다고 해요. 이어 미국이 53억t(15%), 유럽연합(EU) 35억t(9.7%), 브라질 4억7600만t(1.3%), 남아프리카 4억5600만t(1.3%), 호주 4억1400만t(1.1%) 순이에요.


균근 곰팡이가 매년 저장하는 탄소량은 세계 1위 중국의 연간 탄소 배출량보다 많아요. 균근이 우리 발밑 땅을 거대한 탄소 저장 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거예요. 땅속에 저장된 탄소 분자 중 일부는 토양에서 고체 형태로 분해돼 광물이 될 수 있어요. 또 일부는 새로운 식물체에 붙을 수도 있죠. 현재 호킨스 교수팀은 땅속 곰팡이가 얼마나 오래 탄소를 저장하는지 조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인류는 기후 위기를 완화할 방법으로 숲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데만 집중해 왔어요.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곰팡이에 전달되는 과정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죠. 앞으로는 균근 곰팡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해요.

그런데 현재 농업이나 산업 개발 등으로 곰팡이의 거대한 탄소 저장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어요. 실제로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2050년까지 인간의 개발 활동으로 토양 90%가 훼손될 수 있고, 곰팡이는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어요.

인류가 식물과 곰팡이의 땅속 네트워크를 파괴하면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에 차질이 생길 거예요. 이제 지상 생태계 보호를 향한 관심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생태계 보전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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