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흙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이해 필요
호기성미생물 활동이 왕성하여 유기물 분해 촉진으로 식물 양분 풍부
산하가 하나같이 초록으로 물들어 있는 삼림풍광에 흙은 고장마다 고유한 색조를 지니고 경관을 조화롭게 장식한다. 강원, 충북 일원의 석회암지대나 홍적퇴적층의 대지에서 발달된 흙은 황토색(Yellow)에 비해 적색(Red)이 선명하여 토색첩(土色帖, Munsell)의 색상(色相)이 5YR이상으로 적색토(赤色土) 색상에 가깝다. 이 범주에 포함되는 붉은색 흙은 우리는 적황색토(Alfisol, Ultisol)로 분류하여 열대와 아열대에 주로 분포한 옥시솔(Oxisol)과 구분한다. 옥시솔은 흙의 최종생성과정의 산물이어서 그전단계에 형성된 우리의 알피솔이나 울티솔보다 오랜 기간 풍화작용을 받은 관계로 철과 알루미늄이 더 많이 표층에 집적되어 붉은색을 띄게 된다. 또 다른 붉은색 흙인 지중해지역의 석회암에서 유래된 테라로사(赤色土)는 역시 알피솔로 비옥한 흙에 해당한다.
옥시솔은 산화물(oxide)을 함유한 흙이란 의미이다. 이 흙의 주요 구성물질은 붉은색 점토인 플린타이트(plinthite)로 그리스어원의 벽돌을 뜻하며, 철 함량이 많고, 부식함량이 적은 점토로 석영입자를 혼입하고 있다. 산화환원작용에 의한 암적색의 집적산물(集積産物)로 판상, 다각형 또는 그물모양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반복적인 건습상태나 태양열에 노출되면 비가역적으로 철광석과 같은 경반층이나 덩어리로 굳어진다. 연중 얼마간 물로 포화된 층위에서 생성되고 초기에 유연한 적색 또는 암적색의 산화환원 집적물은 충분한 건습의 반복과정으로 철 성분이 경반층을 형성할 정도의 양에 이르게 된다.
이 흙은 반습(半濕)시 매우 단단하며 건조시 굳어진다. 플린타이트는 연속적인 건습의 반복 없이는 생성되지 않으며 바로 건조하여 물에 넣으면 다시 흡습하여 대부분 덩어리는 분산(分散)하게 된다. 옥시솔은 라테라이트(laterite)로 이제까지도 통용되고 있는데 라틴어의 ‘later'에서 유래된 어원인 ‘벽돌’ 또는 ‘기와’에 해당하는 말로 지중해지역과 열대지방에서 이를 이용하여 기와와 벽돌을 만들어 사용한 것에 착안하여 명명된 것이다. 보통 부드러워 삽으로 쉽게 떠내 굳어지면 돌덩어리로 붉은색 벽돌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적황색토는 산화와 환원반응에 따라 적철광(적색)과 침철광(황색)이 흙색에 반영되어 붉은색을 띄지만 특성이 약해 이를 이용한 황토벽돌은 플린타이트 점토로 만든 것과는 달리 물을 먹으면 붕괴하게 된다.
열대의 고온과 다우조건에서 유기물층을 통과하여 조성된 산성용액은 오랜 기간 암석의 이용성광물인 칼슘, 마그네슘, 칼리, 소디움 등의 원소를 용해방출 제거시켜 상대적으로 철과 알루미늄원소가 표층에 잔류집적 되며, 침식이 진행되지 않는 완경사지에서 특징적으로 심층(次表層)인 옥식층(oxic層)이 있는 옥시솔이 생성된다. 이 층은 사질양토나 그보다 미세한 입자로 된 토층으로 양이온 교환용량과 풍화 가능한 광물함량이 낮다. 층위 두께는 30cm이상이고 대표적인 광물은 2차광물인 깁사이트(gibbsite)로 일차광물의 풍화로 규산염광물의 알루미늄이 잔류 집적되어 생성된다.
열대에서 온대에 광범하게 분포한 붉은색 흙은 물리화학성이 불량한 척박한 토양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량이 필수적이다. 특히 철과 알루미늄의 활성이 높아 인산의 활동도가 낮고 양이온이 용탈되어 산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문제토양에서는 석회와 인산의 대량시용이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저구릉 야산지대의 붉은색 흙을 용성인비를 시용하여 조기 숙전화(熟田化)한 경험이 있다. 열대지방의 척박한 붉은색 흙을 개량하여 대규모 기업농(plantation)을 조성하고 커피, 고무, 바나나, 오일팜 등 작물을 현대기술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아열대기후가 점차 북상함에 따라 우리도 붉은 흙에 대해 새로운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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