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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탄소이야기

예측불허의 기후변화

과학하는 마음 예측불허의 기후변화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중앙일보2024. 8. 19 
 
 

 

현재 지겹도록 끝이 안 보이는 초유의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은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게 들리실 것이다. 이 추세로 나간다면 한국은 이제 열대지방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더위는 올해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호주·멕시코·미국·인도·일본 등 세계각지에서 기록적 폭염을 겪었으며, 2월에 서아프리카에서는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라가서 사람들이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본산지 메카에도 연례 성지순례 기간을 덮친 극심한 폭염으로 올해 무려 약 1300명 이상의 신도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한국은 무더위지만 북유럽은 시원

 
북극해에 위치한 그린란드의 빙하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시간당 평균 3000만t이나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그린란드 일루리사트 앞바다의 빙산. [중앙포토]
 
 
 

그런데 많은 지역이 이렇게 극심한 더위에 시달리고 있지만,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영국은 올해 봄과 초여름 날씨가 유난히 시원했다. 7월 말에 영국 안에서 휴가를 갔는데 최고기온이 겨우 20도 남짓하여 생각지 않은 쾌적한 여행을 하였다. 그런데 북유럽은 사실 시원할 만도 한 것이, 위치를 보면 상당히 북쪽이다. 케임브리지의 위도가 52.2도인데 서울은 겨우 37.5도 남짓하다(38선 이남이지 않은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위도가 55.8도이니 영국은 거기와 더 비슷하다. 스코틀랜드의 많은 부분은 모스크바보다도 더 북쪽이다. 그런데 영국 남부지방이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잘 없을 정도로 온난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카리브해에서 유럽 근해까지 흘러오는 따뜻한 멕시코 만류(Gulf Stream)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그 멕시코 만류가 지금 지구온난화 때문에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유럽은 얼어붙어 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닷물은 그냥 출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방향으로 복잡하게 순환하는 해류 시스템이 있다. 그 해류의 대규모 회로 하나가 대서양에 있다. 멕시코 만류는 소위 말하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의 일부이다. 어려운 용어인데, 자오선(또는 경선)은 남북을 잇는 방향, 역전이라 함은 얕은 곳에 있는 물과 깊은 곳에 있는 물이 자리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소위 멕시코 만류라 하는 것은 남쪽 적도 부근에서 따뜻해진 바다 표면의 물이 북대서양으로, 유럽의 서해안까지 흘러가는 것이다. 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유는 복잡한데, 바람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그 따뜻한 바닷물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표면에서 수분이 증발하여 염도가 더 높아지고, 계속 차가워지면서 결국 북극해까지 가면 일부 얼어버리는데, 얼음은 소금은 포함하지 않고 물만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얼지 않은 부분의 바닷물은 염도가 더욱더 높아진다. 염도는 높고 온도는 낮아진 물은 밀도가 높아서 바닷속으로 깊이 잠긴다. 그렇게 해서 해류가 해저로 가라앉고, 그 해류는 해저에서 남쪽으로 다시 흘러가면서 염분과 냉기를 운반해 준다. 표면에 있었던 물이므로 산소의 함량도 더 높아 물고기들에게 도움도 된다. 지금 이렇게 대강 엉터리로 설명하기는 했지만, 이 해류 시스템의 정확한 메커니즘이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은 듯하다. 그렇게 복잡한 순환을 하는 해류는 지구상 여러 곳의 환경이 극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골고루 다 다독거려 주는 것이다.

2050년 해류시스템 붕괴 우려
그런데 이 대서양 해류 시스템이 약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복잡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권도 따뜻해지므로 거기까지 간 바닷물이 예전만큼 차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목된다. 또 그 바닷물이 얼면서 염도가 높아져야 무게를 싣고 가라앉아서 역전 순환이 되는데, 이제 물이 얼기는커녕 그린란드 등 북극권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얼음이 많이 녹으면서 바닷물의 염도를 내려버린다. 2050년경이 되면 그 해류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하리라는 우려를 제시한 최근의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러한 예측을 확실히 믿을 수는 없지만, 그러한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생태계를 망치고 인류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또 한가지 신기한 것은, 이렇게 해류가 역전으로 순환할 때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바닷물로 흡수하게 해 준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역전 순환 시스템이 약해지면 그 결과로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해지는 그런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겠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보면 지구가 균일하게 더워지는 것도 아니고, 온도만 높아지는 것도 아니므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라는 단순한 말을 피하고 기후변화라고 한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 폭풍도 강해지고 산불도 늘어나며, 한쪽에서는 큰 가뭄이 들 때 한쪽에서는 대홍수가 나는 등 극단적인 현상들이 더 늘어난다. 또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첨단 현대과학을 동원해서 분석해도 아직 완전히 파악이 안 되도록 복잡하게 엮인 인과관계들이 있고, 아직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현상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날씨를 간단하게 생각하고 일기예보가 틀리면 왜 그런 것도 모르느냐고 불평들을 한다. 그러나 지구의 기후란 정말 풀기 어려운 과학적 문제이고, 인류는 거기에 대한 연구에 전력투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지형과 물질들과 동식물들이 오묘하게 엉켜서 살아가는 지구라는 시스템은 우리가 예견하지 못하는 이치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과학의 역량에 대한 자만을 버려야 한다. 과학지식의 제한성을 인정하되, 그래도 우리가 아는 것을 총동원하여 여러 가지로 일어날 수 있는 사태에 대해 유연한 대책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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