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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농업과문화

토종자원 농촌에 보라색 희망을

 

최근 약용작물 전공생들과 보라색 꿀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경남 함양군 백전면 양천마을을 다녀왔다. 4만여평의 ‘하고초(夏枯草)’라는 약초 재배단지로 특화된 마을이다.

하고초는 초여름 잠깐 꽃을 피웠다 한여름에 시들어 죽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이곳은 다랑논에서 벼·잡곡 농사를 짓던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었다. 4년 전 쌀 대체작목으로 토종약초인 하고초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짙은 보라색의 하고초 꽃은 낱낱일 땐 몰라도 모아 놓으면 장관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꽃이 필 무렵 전국에서 외지인들이 찾아들고 있다.

하고초 꽃에서 꿀을 따고 꽃이 진 뒤엔 줄기와 잎을 말려 약재로 팔면서 소득이 높아졌고, 마을도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하고초는 항암효과와 함께 혈압조절 기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토종자원식물의 중요성을 깨우쳐준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이달 12일 우리의 무관심 속에 미국에서 불법으로 수집해 갔던 토종 씨앗이 반세기 만에 돌아온 것이다. 국내에서 이미 멸종된 토종 씨앗 34종도 함께 돌아와 지난날의 무지를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기대를 주고 있다.

1947년 미국으로 씨앗이 반출된 이후 우리의 토종자원식물인 수수꽃다리는 ‘미스킴라일락’이란 이름으로 미국 라일락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또 병해충에 강하고 짙은 향으로 전 세계 라일락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비싼 로열티를 주면서 역수입되고 있는 미스킴라일락은 우리 토종자원을 방치했던 아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자원식물들이 많이 있다. 이런 자원식물의 효능을 제대로 알고 이용하는 것이 어려운 농업을 살리는 블루오션이다. 토종자원이 고사 직전의 위기로 몰리고 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농민과 농업 연구자들은 자신들만의 재배 노하우를 개발해 경쟁력 있는 농산물로 전환하고 있다. 어려운 개방 시대에 우리의 토종자원이 농촌 부활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농민신문 2007년 6월 27일자] < 한국농업대학 특용작물학과 교수 장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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