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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농업과문화

한방화장품만들기

 DIY(Do It Yourself·손수 짜기)


<어성초 크림 만드는 법>1. 어성초 건조잎과 감초를 깨끗한 물에 넣고 우린다. 2. 호호바 오일, 이브닝프라임로즈 오일, 유화제를 비커에 넣고 65도로 끓인다. 3. 1번에서 걸러진 어성초와 감초 우린 물을 비커에 넣고 65도로 가열한다.4. 2와 3을 섞고 크림처럼 껄쭉하게 될 때까지 젓는다.5. 준비된 용기에 붓는다.
주부 김윤선(40)씨는 3년 전부터 한방화장품을 즐겨 쓰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피부에 원기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화장품보다 값이 30% 이상 비싸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손수 만들어 써보면 어떨까.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염증 치료에 좋은 감초는 주간 평균 200여 개,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에 좋은 어성초는 100여 개가 팔리고 있다. 올 초부터 한방화장품 재료를 판매하고 있는 ‘자연의 행복’ 박윤선 대표는 “판매량이 다달이 10% 정도 늘고 있다. 재구매율도 50%가 넘는다”고 말했다. 한방 재료는 서양 허브에 비해 재료를 구하기 쉽고, 가스레인지·블렌더·비커·저울·온도계 등 몇 가지 도구만 갖추면 집에서 비교적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약재를 신중히 골라야 하는 등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

#주부 블로거들, 스타 탄생
집에서 혼자 만들어 쓰다 제조법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스타가 된 주부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다음 카페 ‘초보들을 위한 천연 화장품 만들기(cafe.daum.net/hayancosmetics)’ 운영자 김하얀씨다. 그가 화장품 만들기에 눈을 뜨게 된 건 입과 코 주위에 고질적으로 자리 잡은 성인 여드름이 골치였던 직장인 시절. 치료를 위해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렸고, 좋다는 화장품은 죄다 구해 써봤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천연재료 화장품 덕분에 피부 트러블이 말끔히 해결되면서 푹 빠져들게 됐다. 2005년 3월 문을 연 카페 회원 수는 현재 17만 명. 현미 마늘 스킨이나 오가피 워터 스킨 등이 특히 인기 있는 품목이다.

‘버블뱅크(blog.naver.com/bubblebank)’의 정선아씨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남편과 딸을 위해 천연 재료 화장품을 만들다 블로그를 통해 제조법을 알리면서 유명해졌다. 지난해 말 사이트 개설 후 지금까지 약 89만 명이 정씨의 사이트를 찾았다. 인기를 끈 제조법으로는 구기자·당귀·약쑥 등으로 만든 탈모 방지 한방 샴푸, 어성초·삼백초·구기자 등으로 만든 한방 스킨 등. 왕혜금씨의 ‘요한나의 네버랜드(blog.naver.com/tailwind39)’는 왕씨가 만든 탈모 방지용 한방 샴푸가 한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2005년 4월 개설 후 현재까지 약 63만 명이 방문했다.

#초보자는 스킨로션류부터
김하얀씨는 “한방화장품은 천연 재료 화장품 중에서도 특히 사용감이 풍부해 피부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30대 중·후반이 사용하기에 좋다”고 권한다.
초보자는 만들기 쉬운 스킨로션부터 도전해본다. 홍화잎은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이것으로 화장수를 만들어 쓰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부가 촉촉해지고 혈색이 화사해진다. 재료는 홍화 잎 1/2 작은술, 물 1컵. 뜨거운 물에 홍화 잎을 넣어 5분 정도 우려낸다. 식으면 화장솜에 듬뿍 묻혀 사용한다.
쑥 화장수도 쑥·팥 약간과 감초 3~4쪽, 화이트와인(작은 것) 1병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화이트와인을 소독을 끝낸 널찍한 유리병에 담은 후 쑥·팥·감초를 넣어 밀봉한다.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2개월가량 뒀다가 거름종이에 걸러 다시 소독한 병에 담는다. 염증을 진정시키고 피부 재생을 도와준다.
비누는 MP비누 베이스를 구입하면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녹였다 굳히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재료를 섞어 1회용 비누로 써도 된다. 통밀·팥·녹두 비누의 경우 통밀·팥 2큰술, 녹두·감초 1큰술을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얼굴에 물을 묻힌 뒤 가루를 바르고 10~20분가량 뒀다가 다시 물을 조금 묻혀 문질러 씻어낸다. 팥에는 사포닌·레시틴이 들어 있어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부의 밸런스를 유지해준다.
#여러 약재를 섞지 말 것
한약재를 살 때는 반드시 원산지와 부위를 확인해야 한다. 요즘엔 중국산 약재가 워낙 흔하기 때문이다. 정제가 잘 돼 있지 않은 약재는 독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에 좋다고 여러 약재를 함부로 섞는 것도 금물이다. 한방화장품도 먹는 한약처럼 원리에 따른 처방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율무팩, 구기자 스킨, 이런 식으로 한 가지 약재로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약재가 들어가면 성분이 중화되거나 엉뚱한 효과가 날 수 있다. 다 만들고 나서도 팔 안쪽이나 귀 뒤쪽에 살짝 발라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한다.
한방화장품에는 꿀을 넣어주면 좋은데, 진정 효과가 있어 트러블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방화장품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크림은 7일, 화장수는 야채가 많이 들어간 것은 5일, 나머지는 7일, 곡물가루는 냉장실에서 2개월, 냉동실에서 5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김상선 중앙일보기자, ◆도움말=소망화장품 다나한 효용 연구소 김학수 소장,
G마켓 유수경 리빙&뷰티 사업실장, 김병호 명옥헌 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