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우은숙
내소사의 색 바랜 꽃 문살을 보았나
촉수 낮은 눈길을 가슴에 끌어안고
시간의 먼 가슴을 여는 무채색의 숨소리
자글자글 재잘재잘 자분대는 소리들
그 꽃들의 함성이 풍경으로 달려가
저 멀리 마른 바다의 발자국을 불러온다
황급한 발자국 새벽 밟고 달려와
내게 내민 빛바랜 문살 같은 사진 한 장
그 속에 나보다도 더 젊은 아버지가 서있다
햇빛의 이마 짚은 내소사 꽃 문살에
설핏 번진 앙상한 추억들의 기립 자세
아버진 내 유년 속에서만 동백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