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초재배 김승주씨 〈경남 산청〉
“약초는 대단히 희망적인 산업입니다. 공무원 생활을 접고 약초에 매달리게 된 건 미래 지향적이고 장래성이 높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죠.”
경남 산청에서 약초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김승주씨(57·경남생약농협 조합장)는 ‘약초가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역설적이다.
“약초에 관해 우리나라는 지금 체계가 전혀 서있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재배방법도 확립돼 있지 않고, 하다못해 종자를 구할 데도 없으며, 유통 경로조차 7~8단계를 거치며 유통마진만 커지고 수입품과 섞여 판매되기 일쑤입니다. 정부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이에 소비자 불신만 높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죠.”
김씨는 “그래서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이 악화되면서 각종 질병이 만연, 미래의 화두는 단연 건강이라는 설명이다. 또 소비자 의식이 높아져 검증되지 않은 약재는 앞으로 발붙이기 힘든 반면 약효 높은 한약재를 찾는 수요는 크게 늘 것이란 판단이다. 따라서 좋은 약초를 생산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높은 값에 판매할 수 있다고 그는 장담한다.
이제 약초에 관한 한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가 됐지만 그는 불과 9년 전까지만 해도 군청 공무원이었다. 관광개발업무를 맡아 산청지역 개발을 고민하던 그는 산 깊고 물 좋은 고장, 허준의 스승 유의태를 낳은 산청에서 약초야말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유망한 사업임을 확신하게 됐고, 그길로 미련없이 공무원 생활을 청산했다고 한다.
약초에 인생을 걸면서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은 약초식물원 조성이다. 40㏊ 규모의 산에 갖가지 토종 약초를 심어 국내 최초의 약초식물원으로 가꾸기 위해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지리산 자락을 수없이 헤매고 다녔다. 남들은 하늘을 보고 다니는 길을 땅만 보고 걸으면서 구해다 심어놓은 약초가 현재 600여가지.
그러나 아직 식물원은 미완성이다. ‘이 정도면 남들에게 보여도 되겠구나’ 하고 스스로 만족할 수준까지 조성될 때가 언제일지는 미지수다. 약초의 본고장인 산청에 경남생약농협이 지난해 발족했고, 조합원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조합장을 맡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약초산업은 해야 할 일도 많고, 사계절의 변화가 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한국산 약초의 우수성은 이미 선진국도 인정한 바이며, 당연히 어떤 작목보다 부가가치도 높습니다.” 김씨는 한국 약초산업의 앞날을 매우 밝게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