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고로쇠
‘뼈에 이로운 물’을 뜻하는 ‘골리수’(骨利水)란 이름이 변해서 ‘고로쇠’나무로 불리고 있다. 실제 수액에는 각종 미네랄과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소화와 관절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대 미네랄로 불리는 칼슘(Ca)과 칼륨(K), 마그네슘(Mg), 나트륨(Na)이 수액 가운데 무기성분의 94%를 차지한다.
설탕과 유사한 자당(Sucrose) 성분이 1L에 16.4g 가량 포함돼 꿀물처럼 달지는 않지만 ‘살짝’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숙취해소와 스포츠 이온음료를 대체하는 생체수(Bio-water)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단맛이 필요한 음식에 설탕 대신 고로쇠 수액을 넣으면 훨씬 산뜻한 맛을 낼 수 있다.
수액은 2월 말에서 3월 말, 특히 경칩(5일)을 전후해 많이 나온다. 거기엔 과학적 원리가 있다.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나무들은 광합성을 통해 얻은 탄수화물을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나무 줄기로 이동시킨다. 그것은 나무가 사람처럼 스스로 온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 수액을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3월 초에 많이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고로쇠나무의 이러한 내부 메커니즘 때문이다.
이 메카니즘을 좀 더 살펴본다. 잎 없이 겨울을 나는 나무는 광합성을 못하고 호흡만 한다. 동물처럼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것이다. 밤이 돼 기온이 내려가면 이 이산화탄소가 나무 속 물관에 녹아 들고, 물관은 진공 상태가 된다. 고로쇠나무가 자라는 해발 500~1800m의 산간지방에선 경칩인 3월 5일경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나 된다. 해가 지면 기온은 영하 3~5℃까지 떨어지고 땅에서 나뭇잎까지 물을 퍼 올리는 파이프인 ‘물관’의 부피가 팽창한다. 그 압력 차에 의해 뿌리에서 물이 빨려 올라온다. 이에 뿌리는 땅속에 스며든 수분을 흡수해 줄기 안으로 보내려는 힘을 받게 되고 나무는 밤새 줄기 속을 물로 채운다.
낮이 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기체가 팽창하고, 물관 속 압력이 올라간다. 즉, 낮이 돼 기온이 10℃ 이상 올라가면 물관에 채워진 물과 공기는 부피가 팽창해 밖으로 나오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때 외부에서 구멍을 내면 역시 압력 차에 의해 수액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고로쇠수액이다. 이때 중요한 게 낮·밤의 기온 차다. 일교차가 크면 클수록 물의 양이 늘어난다. .
고로쇠나무 한 그루에서 수액이 나오는 날은 실제 5~6일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리거나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에는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고로쇠나무의 내부압력이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보통 밤 기온 영하 2~3도에 낮 기온 영상 11~12도, 일교차가 10도 정도 될 때 최고조에 달한다. 바로 초봄, 딱 이맘때다. 밤낮의 일교차가 작거나, 날씨가 흐려 낮에 줄기의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으면 고로쇠수액을 얻을 수 없다.
※수액이 흐르는 이유: 나무줄기내의 압력변화에 기인.
- 밤: 기온 하강→나무가 수축("-"압력 발생)→나무뿌리는 땅속의 수분을 흡수하여 줄기 안으로 보내려 하는 힘을 받게 됨→나무는 물을 빨아 줄기 속을 채움.
- 낮: 기온 상승→나무줄기가 햇빛을 받아 온도 상승→나무 속의 수분과 공기는 팽창("+"압력 발생)→이때 수피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흘러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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