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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메밀이야기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점

 평양냉면은 메밀 맛

 

한국농수산대학교 작물산림학부 교수 장광진

: 010-7456-5011,  greenhub@daum.net

 

 

엔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가 죽으리

메밀꽃이 하아얗게 피는 곳

나뭇짐에 함박꽃을 꺽어오던 총각들

서울구경이 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盧天命 「故鄕」中에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첫째, 면의 재료에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들고, 함흥냉면을 감자전분인 녹말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한 평양냉면은 주로 육수를 넣은 물냉면인 것에 반하여 함흥냉면을 홍어회를 얹은 비빔냉면이라는 점이 두 번째의 차이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함경도 지방은 지세가 강원도와 비슷하여 대부분이 산간 고지대로 밭작물, 특히 감자와 고구마가 많이 생산되어 이를 재료로 녹말가루를 추출하여 면을 만들어 먹었다. 특히 녹말(전분)을 주재료로 한 면발은 가늘고 긴 면의 끈기가 고무줄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또한 함경도 지방은 물이 맑고 찬 동해를 끼고 있어 육질이 단단한 명태와 가자미, 홍어 등이 많이 잡혀 이를 고명으로 한 냉면이 함흥의 대표적인 회냉면이다.

 

평양냉면은 평안도와 황해도 서북지방의 향토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함흥식 냉면이 녹말을 주재료로 한 회냉면이라면 평양식 냉면은 메밀가루로 면을 뽑기 때문에 함흥냉면보다 면의 끈기는 덜하나 메밀의 구수한 풍미를 더 즐길 수 있다. 이 메밀국수에 육수를 부어 먹는 것을 평양냉면이라고 한다.

 

보통 남한에서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두가지를 분류하나 사실상 북한에서는 평양냉면은 있으나 함흥냉면이란 말을 없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평양냉면은 그냥 평양냉면이라고 하나 함흥냉면은 ‘녹마국수’라고 칭한다. 그 이유는 감자전분인 녹말이 함경도 사투리로 녹말을 ‘녹마’라고 하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들기 때문에 온면도 있고, 냉면도 있다. 함흥의 감자전분으로는 냉면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국수라는 표현을 쓴다.

 

 

메밀의 진수 평양냉면

 

남한에서 음식 하면 전라도이듯이 북한에서는 평안도가 이름 높다. 두 지역 모두 풍류가 발달한 만큼 음식도 뛰어났던 모양인데 그 맛의 차이란 남도소리와 서도소리만큼이나 다르다. 남도 육자배기의 구성지고 허스키 끼가 있는 멋이 남도 젓갈 맛과 통한다면 서도 수심가의 예리한 고음의 맑은 맛이란 평양 백김치 같은 것이다. 남도음식이 대개 익히고 삭힌 것이라면 서도음식은 담박하게 우려낸 것이 특징이다.

 

평안도 음식의 상징은 냉면, 남한 말로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 맛의 비결은 양질의 메밀재료와 국물에 있다고 한다. 국수국물은 동치미국물을 사용하고 육수는 그냥 쇠고기가 아니라 쇠뼈, 힘줄, 허파, 처녑 등을 푹 곤 다음 기름과 거품을 건져내고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다시 뚜껑을 열어놓은 채로 끓인다. 그래야 간장냄새가 없어지며 이것을 서늘한 곳에서 식히면 국물은 맹물처럼 맑으면서 맛은 시원하고 새큼하며 뒷맛이 감칠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최고가 된 것에는 그럴 만한 공력이 있음을 냉면에서도 본다.

이 평양냉면은 찡한 것이 특징이다. 이「찡하다」는 말은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특히 냉면을 먹으면서 그 큰 대접을 양손으로 받쳐들고 국물을 훌훌 들이키면 그 맛이며 기분이며 하는 것은 시원하고 서늘한 것이 간장을 살짝 건드리면서 사르르 온 몸으로 녹아드는 듯한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평양냉면 맛은 조선시대 고종이 특히 좋아했다고 전한다. 조선 후기 냉면의 국수는 메밀 한 말에 녹두 가루 두되를 섞어 만들었다. 1827년경에 쓰여진 서유구의 「임원십육지」에는 그 제조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탈곡한 메밀을 절구에 찧어서 가루를 내고 물에 담가 맑은 물이 고일 때까지 물을 갈아 주며 불순물을 우려낸다. 가라앉은 메밀 전분을 거두어 배로 짠 보자기 위에 펴 널어 햇볕에 말린다. 녹두 가루 역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마련한다. 메밀가루 한 말에 녹두가루 두 되는 섞어 물에 반죽한다. 이때 물이 간간하게 반죽하여 그 덩어리를 국수틀에 넣고 눌러 짜면 국수가 가는 새끼줄처럼 나온다. 이것을 간장국에 넣어 삶아 먹는다.

 

밀가루를 원료로 국수를 만들면 글루텐 때문에 점성이 강해져서 쉽게 끊어지지 않는 데 비해, 메밀은 점성이 강하지 못해 국수로 만들면 쉽게 끊어진다. 이 때문에 메밀국수를 만들 때 점성이 강한 녹말 가루를 녹여 섞어 함께 반죽하면 뚝뚝 끊어지는 정도가 덜해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냉면의 면발은 메밀가루를 많이 쓰기 때문에 질긴 맛이 덜해야 한다. 대부분 북한식 냉면집의 냉면은 메밀을 많이 쓰기 때문에 질긴 맛이 덜하다. 이에 비해 남한의 보편적인 냉면은 가위로 잘라야 할 정도로 질기다. 그만큼 메밀에 비해 점성이 강한 전분질이 많이 들어간 것인데도 사람들은 그 질긴 냉면을 진짜 냉면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