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강에 삽을 씻고 -鄭喜成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구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강물의 德
물은 흙에서 나와 흙 위를 흐르다 흙으로 돌아갑니다.
넓은 곳을 만나면 유유해지고 좁은 곳에서는 세차게 흘러 가지요.
막히면 돌아가거나 넘쳐서 흘러 흘러갑니다. 흐르는 모양과 소리는
모두가 다르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그릇에 담으면 그릇의 모양이 되고 대양을 만나면 대양이 되지요.
거부하지 않는 善이 있고 더러움이 끼어들면 스스로 가라 앉혀 맑음을 되찾습니다.
남의 더러움을 씻어줄지언정 남을 더럽힐 줄 모르는 德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해를 보내며 귀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농업이라는 강가에서 소중한 분들과 만났습니다. 작은 물줄기로 시작하여
큰 인연의 강을 흘러 왔습니다. 진동리 샛강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눈내리는 송나리 저문 강에 삽을 씻으며 소중한 인연을 불러 봅니다.
순,
애, 수
길, 희, 무
준, 성, 동, 호, 호
수, 제, 범, 훈, 환, 형
희, 칠, 자, 행, 우, 경, 철, 효
이제, 한번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같은 물에서 두 번의 세월을 경험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물은 새로움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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