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례사
신랑은 육아가 엄마의 일이 아니라 부모의 일이라는 것에 동의합니까?
신부는 남편과 아이를 보조하는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살 것을 약속합니까?
신랑 신부는 이 결혼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것을 약속합니까?
신랑 신부는 이 결혼으로 태어날 아이가 우리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낫게 할 것을 약속합니까?
양 부모님은 두 사람이 동의하고 서약한 것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약속합니까?
하객들은 두 사람이 동의하고 서약한 것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약속합니까?
주례는 두 사람의 결혼을 기쁘게 알립니다
하나
오늘 이 두 사람은 각자의 영혼으로 드린 간절한 기도와 바램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김현승 님의 “가을의 기도”가 떠오르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시인은 “가을의 기도”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1)가을에는 /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2)가을에는 /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이 소망만큼 간절한 소망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소망이 있다면 바로 사랑하게 해 달라는 이 시인의 마음과 같지 않겠습니까? 오늘 o o o 군과 o o o 양은 이처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이고도 간절한 소망의 기도를 이루었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택하여” 사랑이라는 가을의 문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신랑과 신부가 자기의 짝을 찾아서 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단풍으로 장식된 가을의 문, 사랑의 문으로 들어가는 이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들이 가는 길에 아낌없는 사랑과 우정의 꽃가루를 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둘
첫째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세번 진실하게 기도한다고 한다.
거치른 파도가 이는데도 자기 가족이 불가피하게 항해를 할 때
자식이나 남편이 전쟁에 참가했을 때
그리고 결혼이라시면서 오늘 탄생하는 신랑신부도 인생과 가정의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정성을 다하여 기도해 보시라.
둘째 부부는 서로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야 각자는 물론 가정의 발전이 있으며, 그리고 부부는 수레의 두바퀴처럼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 주어야 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어야 한다. 서로 상대에게 무엇을 해 주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를 위하여 해 줄 일이 뭔가를 고민하는 그런 부부가 되어야 한다.
특히 상대를 나에 맞추려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상대를 위해주어야한다 - - -
셋째 부부는 일심동체이기도 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살아보면 이심이체임을 알고 서로 상대를 위해주고 배려해주어야 한다. 열리목보다는 열리지적인 삶을 사시라는 말씀을 하셨다.
끝으로 하신 말씀이 아주 인상 깊었다.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많은 하객님들께서는 바쁘신 일정을 뒤로하고 오늘 이 뜻깊은 자리에 참석해 주셨듯이 오늘 참석한 것으로 끝내시지 말고 앞으로 사시면서 이 신혼부부가 어떻게 사시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면서
어려울 때는 힘을,
잘못할 때는 채찍을,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주시기를
신랑신부를 대신하여 부탁드립니다
셋
좋은 주례사는 일가(一家)를 이룰 신혼부부와 하객들에게 경건함과 아울러 폭소를 유발하는 것이라면 더 좋겠다. 문태준시인이 결혼할 때 주례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두 젊은이의 결혼에 동의할 수 없는 분은 지금 당장 저 이층 창문 바깥으로 뛰어 내리십시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인상적인 주례사의 예를 들어 보자. 신랑의 대학교 은사인 주례는 지도교수라는 인연을 맺은 만큼 평생 신랑에 대해 애프터서비스를 해드리겠노라고 했다. “신랑에게 하자가 발생하면 밤 12시에라도 당장 나에게 전화를 하세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런 말씀들이 이어졌다. “사랑은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큰소리를 지르지 마세요. 경어체로 햇살처럼 말하세요. 미주알고주알 따따부따 하지 말고 문을 닫고 나와서 숨을 크게 내쉬세요. 한순간이라도 울지 마세요. 휴일 오후에 ‘뭘 드시겠어요?’라고 아내가 물을 때 ‘아무거나’라며 우유부단하고도 퉁명스럽게 말하지 마세요. 단둘이 있을 때는 보는 사람 없으니 유치하게 노세요.”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새봄에 신혼부부들이 축복 속에 탄생할 것이고, 하객들은 그들을 격려할 것이다. 더 멋진, 유머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주례사를 기대하는 문태준 시인이다.
'詩 > 농업과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비를 만들자 (0) | 2010.04.02 |
---|---|
安重根「東洋平和論」(序文) (0) | 2010.03.28 |
약선요리를 찾아서 (0) | 2009.09.13 |
한의학박물관 (0) | 2009.09.13 |
산약초의 향기를 찾아서 (0) | 2009.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