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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산채이야기

농부 장인정신이 ‘38만원짜리 멜론’ 키운다

농부 장인정신이 ‘38만원짜리 멜론’ 키운다

 

 



18일 일본 시즈오카 현 농림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멜론의 생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은 19일 도쿄의 고급 과일가게인 셈비키야에 진열돼 있던 2만1000엔(약 26만 원)짜리 시즈오카 멜론. 하마마쓰·도쿄=김선미 기자

 

본디 고향은 북아프리카의 니제르 강 연안이란 설이 유력하다.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에서 1895년 궁정 원예용으로 육성된 뒤 1925년 일본에 왔다. 시즈오카 현 농민들은 그의 귀족적인 풍모를 알아본 후 일본 기후와 일본인 입맛에 맞게 정성들여 변신시켰다. 농민들은 명품 과일을 내놓기 위해선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도 간파했다. 시즈오카 현 온실농업협동조합은 1964년 ‘크라운’, 2003년엔 ‘아로마’란 멜론 브랜드를 만들었다. 멜론뿐 아니라 멜론 과자와 캐러멜 등 가공식품에도 이 브랜드를 붙였다.

‘샤넬’과 ‘루이뷔통’ 등 럭셔리 브랜드의 ‘귀족 마케팅’도 가동했다. 최고급 상점과 백화점에만 납품하는 신비주의 전략이었다. 일본 상류층 사이에서 품격 있는 선물로 통하면서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절 시즈오카 멜론은 정말 잘나갔다. 예나 지금이나 시즈오카 멜론은 일본에서도 아무나 쉽게 먹는 과일이 아니다. 귀족들이 다니는 가쿠슈인()대 부속 유치원과 부설 중고교를 마치고 도쿄대를 나온, 기업체 회장 가족 등이 즐겨 찾는다. 최근 일본의 나라 살림이 어려워져 판매가 예전만 못하지만, 오일머니를 쥔 중동의 부호들이 찾게 되면서 수출이 활기를 띠게 됐다.

시즈오카 멜론은 등급이 높을수록 모양이 원형에 가깝고 표면은 우윳빛이며, 그물코의 두께와 간격은 고르다. 1.3∼1.5kg 중량으로 당도 13∼16브릭스(Brix)가 최상품이다.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멜론

22일 현재 롯데마트는 전남 나주산 멜론을 2만 원(중량 1.5kg의 고급품 기준)에 판다. 도쿄 셈비키야에서 시즈오카 멜론은 26만 원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시즈오카 멜론은 유리 온실에서 재배된다. 온도에 민감한 멜론의 특성을 감안해 최신 컴퓨터 기술로 온실 온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반면 국내산 멜론은 비닐하우스에서 자란다.

재배 방법도 과학적이다. 25일간 모종을 길러 지면에서 20cm 정도 떨어진 ‘격리 침대’란 토양에서 다시 25일간 육성하면 노란색 꽃이 핀다. 이때부터 멜론이 열려 정확히 50일 후 수확한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도 품질을 높였다. 멜론이 적당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도록 한 그루에서 단 하나의 멜론만 키운다.

연간 113억 엔어치(약 1423억 원·지난해 기준)의 멜론을 생산하는 시즈오카 현 내 700여 개 멜론 농가는 스스로를 장인이라고 여긴다. 온도와 수분 관리를 ‘명인의 재주’에 비유하며 밤낮으로 생육 상황을 살핀다. 멜론의 네 가지 등급 이름도 일본의 자존심인 ‘후지 산의 흰 눈’에서 따온 것이다.

○ 명품 과일을 받아들이는 사회

셈비키야는 일본에서 가장 비싼 과일을 파는 회사로 통한다. 셈비키야 도쿄 니혼바시점은 최고급 과일을 팔면서 먹는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시즈오카 멜론에 대한 작은 설명서엔 ‘상온에서 보관해 먹기 전에 냉장고에서 2∼3시간 차갑게 해 드세요’라고 쓰여 있다.

오카모토 노부코 시즈오카현립농림대 연구부 교수는 “시즈오카 멜론은 농사를 예술품처럼 짓는 농민의 장인정신, 성숙한 소비시장, 유통회사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명품 농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식품 매장의 고급화를 선언한 롯데백화점은 4월부터 서울 본점에 ‘시즈오카 멜론 상설 코너’를 연다. 국내 고급 소비층을 겨냥한 도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하마마쓰·도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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