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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농업과과학

화학의 뿌리를 찾아서

학의 뿌리를 찾아서

한국화학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센터
이재락

 근대 이래로 서양과 동양의 많은 화학자들이 수많은 발명과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서 그를 이용한 수많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만 종 이상의 화학제품이 생산 소비되고 있어서 전문가들에게 화학의 중요성은 엄청나다. 하지만 20세기 말경부터 화학 관련 산업은 사양화 산업 내지 공해유발 산업으로 치부되어 그 중요성에 비하여 기여도가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서 유럽지역의 선진국에서부터 화학의 중요성이 근본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적인 입장에서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나름의 화학 관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어 그동안 축적한 생각들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고자하여 이 글을 쓰는 바이다.
 과학에 있어서 가장 기초과목을 논한다면 가장 먼저 수학을 꼽을 수 있다. 이 수학에 대해서는 그 발전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물리를 손꼽는다. 이 물리는 수학과 더불어 그 나름대로의 오랜 발전 과정을 거쳐 왔으며 수학과 마찬가지로 그 과정이 잘 알려져 있다. 수학과 물리는 그 역사가 5천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된 3500여 년 전의 수학책이 루브르 박물관에 비치되어 있다. 
 이러한 수학, 물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기초과목으로 손꼽히는 화학은  연금술의 알케미(ALCHEMIE)에서 이름을 빌렸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고 18세기 이전의 역사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따라서 화학은 가장 역사가 짧은 학문 내지는 제대로 정리가 덜 된 학문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이 향후의 근본적 화학발전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인간이 화학이란 것의 개념을 활용한 것이 언제 부터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 남부지방에서 원주 즉 원숭이가 담근 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과일이 잘 익은 계절의 어느 달 밝은 밤에 원숭이들의 무리들이 두목의 지시에 따라 오래된 고목 속의 움푹 파여진 구멍에 과일을 따다 집어넣고 과일이 어느 정도 충분히 채워지면 입으로 물을 물어다가 집어 넣어준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풀잎과 진흙 등을 이용하여 그 위를 덮어서 단단히 밀봉되는 뚜껑을 만든다고 한다. 수개월 동안 이동을 거듭한 다음에 그 위치를 기억하고 있는 두목의 안내로 되돌아와서는 달 밝은 밤에 과일이 발효되어 만들어진 그 술을 마시면서 춤을 추고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이 술의 향기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인간들이 뺏어 마시는데, 그 이름을 원숭이가 만들었다하여 원주(袁酒)라 하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인간은 수백 만 년 전 아니면 그 이전에 이미 화학의 중요분야인 발효를 이용하여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도 이 발효하면 세계적으로 뛰어난 민족이고 이를 언제부터 이용해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오랜 세월을 애용해 왔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화학이라는 학문과 실제 응용되는 것에 대한 개념정립이 아직도 미진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화학의 모태인 연금술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살펴보고자 하면 그 관련 서책이 극히 희소함에 놀라게 된다. 즉 서양에서 오랫동안 탄압의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만유인력 법칙을 주창한 뉴턴이 이 연금술에 심취하여 10여 년간 연구에 몰두 한 바가 있고 여러 권의 책들을 저술하여 남겨 놓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 뉴턴 사후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사람들에 의하여 그 모든 자료들은 깡그리 불태워지고 말았다. 즉 그 시대까지만 해도 연금술은 양식을 갖춘 제대로 된 신사로서는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알려고 해서도 아니 되는 것이었다. 
 우선 연금술이란 납과 같은 하찮은 물건을 가지고 귀중한 금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금으로 말하면 원소변환 기술이란 뜻이긴 하지만 아직도 실용화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뉴턴 당시까지 사기꾼들의 영역이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초기시대 연금술은 기원전 1-2세기부터 기원 후 1-2세기에 걸쳐 황하 유역에서 동유럽 지역으로 룬문자로 기록되어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기원 후 3-5세기경인 육조시대의 책에 보면 돌을 솥에 넣고 삶는데 금으로 변환 될 수 있는 순을 집어넣고 충분히 삶아주면 돌이 금으로 변한다 하여 사람들을 현혹시켜 재물을 챙기는 사기꾼들의 일화가 전하고 있다. 이것이 연금술의 원형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황하 유역 지역의 사기꾼들이 들먹인 원전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자고이래로 부자들이란 호기심이 많고 깊은 내용은 잘 모르지만 견문이 넓은 경우가 많다. 이들이 자기들이 평생 벌어 놓은 재물을 그리 호락하게 내 놓지는 않았을 것은 매우 자명한 이치이다. 
 이 황하지역의 사기꾼들의 보전은 참동계라는 책을 위시한 여러 도가 수련서적이었다. 도가 수련서적을 읽어보면 몸속에서 황금 꽃이 핀다. 납이 금으로 바뀐다. 수은이 흘러내린다. 금으로 된 액체와 옥으로 된 액체 등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은유적인 구절이 허다하다. 이는 심신수련의 경지별로 얻어지는 내용을 현실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보았을 때 생기는 상념 또는 개념을 해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글자그대로 해석하여 그럴싸하게 살을 붙여서 미혹된 사람들의 돈을 훔쳐내는 도구로 만든 것이다.    결국 황하유역에서 발달된 사기술이 당시에는 미개했던 유럽지역에 비단교역로를 따라 전파되어, 그 지역의 영악한 자들이 신분제도의 벽을 넘어  중세시대까지 왕과 귀족 및 성직자들의 재물을 등치는 수단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여 갔다. 따라서 중세시대 말기 및 초기 근대까지 대부분의 연금술사들은 마지막에는 사기꾼으로 몰려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기꾼들이 꾸준히 상당량의 기록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왕과 귀족 및 승려들에게서 많은 돈을 뜯어내려면 그럴싸하게 둘러대기 위한 근거자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반면 동양의 기술자들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현물 즉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 바쳤던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비전되는 기록의 중요성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보물이었을 것이다. 약 1500-1700년간의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연금술사들의 방대한 기록에서 후대의 명민한 자들에 의해 근대 화학의 기초가 되는 각종 개념 및 실험 방법들이 점진적으로 정리되었다. 마침내 18세기에 이르러서는 화학이라는 새로운 신생아를 탄생시키고 연금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결국 근대 화학이라는 것은 수십 대를 이어 인고의 세월을 거친 수많은 사기꾼들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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