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에게 장을 담그는 것은 수도승이 도를 닦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시집온 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건만 처음 시집와서 시할머니가 자신을 불러 앉히고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집안이 망하지 않고서는 장 담그기는 멈출 수 없는 법이다. 장이란 곧 그 집이다’라는 말이다. 어린 나이였고 낯선 시집이 한없이 어렵고 넓게만 느껴졌던 그녀가 시할머니의 말씀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가풍이 엄격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던 때에도 장 만들기를 멈추지 않을 만큼 장을 중히 여긴 집안이에요. 아직도 5대조까지 제사를 지내는데, 그 제사에는 새로 담근 장을 꼬박꼬박 올린답니다.” 1리터에 500만 원에 팔려 주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던 350년 된 이 집의 씨간장은 보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시어머니, 시할머니, 더 멀리는 조선 중기의 며느리 손맛까지 깃든 씨간장은 햇빛, 바람, 질 좋은 발효균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집안의 가보라고.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빚은 간장
장맛은 손맛과 정성이지만 장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역시 좋은 재료다. 주변에서 최고로 좋은 콩을 공수하고 콩의 티를 하나하나 손으로 골라내는 정성이 곁들여져야 비로소 맛있는 장을 담글 준비가 끝난다. 장을 담글 때 모든 방식은 아날로그로 진행된다. 새 간장을 담글 때 반드시 묵은 간장을 섞는다고. 그래야 옛 간장 속에 살아 있는 영양소와 발효균이 햇간장으로 옮겨 가 350년 된 깊은 간장의 맛을 내는 것이다.
그녀만의 비법을 더한 간장과 고추장
종갓집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법에 보은의 특산물인 대추를 넣어 고추장을 만들면 고추장이 보다 차지고 빛깔 역시 곱다. 간장 역시 전통 간장을 계승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 다양한 종류의 간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옥수수를 먹고 나면 수염을 버리지 않고 햇볕에 바싹 말려 차로 끓여 낸다. 옥수수 수염차는 달큰하고 구수할 뿐만 아니라 이뇨효과와 부종을 막아주는 특효약이기도 하다.
제철 채소로 담근 별미 장아찌
종갓집의 깊은 장으로 담근 장아찌는 어떤 채소로 담아도 그 맛이 깊다. 잘 익은 깻잎장아찌는 따로 양념을 하지 않고 갓 지은 밥에 올려 먹으면 입안 가득 짭조름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퍼진다.
자연에서 채취하고 자연에서 말린 식재료
태양초를 만드는 일은 참 번거로운 일이다. 해가 마당 깊숙이 들면 양지 바른 곳에 일일이 손으로 닦은 고추를 널어둔다. 행여 비라도 올라치면 재빨리 걷고 해가 나면 다시 펴야 하기 때문에 그 번거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정성을 다해 고추를 말려 고추장을 담그면 그 때깔이 다르다고. 그녀가 만드는 모든 음식은 자연에서 채취하고 자연에 널어 말린 재료로 만들어진다.
맛있는 전통 장 담그기 비법
2 콩이 다 삶아지면 절구에 넣고 힘껏 빻아 뜨거울 때 손으로 반대기를 만들어 준다 .
3 모양을 만들어 놓은 메주는 짚을 깔고 한 달여 정도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건조시킨다.
4 장을 담그기 위해 잘 띄운 메주는 짚을 이용해 맑은 물로 깨끗이 세척하고 하루 정도는 겉물을 더 말려서 장을 담근다 .
5 고추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찹쌀가루를 익반죽하고 둥글게 모양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찹쌀 반죽을 엿기름과 대추 달인 물에 넣고 찹쌀반죽을 치대기 위해 끓여 놓는다. 치대 놓은 반죽과 엿기름 달인 물, 대추, 곤, 물 등을 모두 함께 섞어 놓고 따뜻할 때 소금 간을 한다. 그래야 소금이 잘 녹아 정확하게 간을 볼 수 있다. 완전히 식으면 고춧가루·메줏가루를 모두 한데 섞어 주면 고추장이 완성된다.
6 간장을 담근 후 액막이용 금줄을 치고 숯과 대추, 마른 고추 등을 넣어 준다.
7 보은의 특산물인 대추를 푹 고아 장에 넣어 담근다.
문의 속리산 아당골 043-543-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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