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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한농대 학위수여식서 만난 이색 졸업생들

한농대 학위수여식서 만난 이색 졸업생들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미래의 농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농업에 청춘을 걸겠다’는 다부진 결의를 다지고 있다. 왼쪽부터 이범서씨, 김명건씨, 이정대씨.

이력 달라도 농촌 향한 비전은 하나

“젊은 피의 진가를 보여 줄 겁니다.” “두렵기는 한데 그래도 자신 있어요. 두고 보세요.”

19일 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의 ‘제11회 농업전문학사 학위 수여식’에서 만난 졸업생들은 이처럼 다양한 각오를 쏟아냈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이들에게 우리 농업의 희망이 엿보였다.

이날 장관상을 수상한 중소가축과 이정대씨(24)는 “농업 현장에 뛰어든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떨리지만 그래도 자신 있다”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서울지역의 한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1년 다닌 후 한농대로 진로를 바꾼 경우다. “건축학과를 다녔는데 졸업 이후 전망이 막막했고, 부모님이 하시는 양돈업에서 미래를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가 진로를 변경한 이유다. 이씨는 “모돈 200마리(2,000마리 규모)를 키우는 부모님과 함께 양돈업에 승부를 걸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대가축과의 이범서씨(28)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병역의무까지 모두 마친 뒤 한농대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전문대에서 컴퓨터정보학을 전공했는데 큰 비전이 없었고,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는 농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 같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농민신문〉을 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많이 나와 학교 공부가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졸업 이후 경기 안성에서 한우·배·벼 등의 농업을 하는 부모님을 도우면서 전라도 지역의 땅을 임대해 한우를 키워 볼 계획이다. 한우 부농을 꿈꾸는 그의 각오는 다부졌다.

학생회장을 역임한 특용작물학과 김명건씨(28·여)는 귀농한 부모님에게서 농촌의 희망을 봤다. 지방대를 졸업한 후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생활했음에도 취직보다는 농촌에 눈을 돌린 것이다. 그녀는 “부모님이 경기 수원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6년 전 경북 청도로 귀농했다”며 “부모님이 농사짓는 것을 보면서 농업에 청춘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기대 반 두려움 반’인 심정이지만 젊은 피가 뛰는데 무엇이 무섭겠느냐”며 “동문 선배들의 도움도 받아 제대로 한번 해 보겠다”고 말했다.

채소학과 김미숙씨(45·세례명 야고보)는 성가소비녀회 소속의 가톨릭 수녀다. 수녀회가 운영하는 경기 시흥의 포도밭과 채소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좀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식물생리와 같은 이론공부를 하면 농사의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수도자인 만큼 사람이든 자연이든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또 “한농대 동문 선배들을 통해 선진농업기술을 많이 배울 것”이라면서 “유기농 건강 먹거리를 생산해 건강한 삶을 주위와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농대의 학위 수여식에서는 206명의 졸업생들이 농업전문학사 학위를 받았고,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농촌진흥청장, 박해상 농협대학 총장, 농업인단체장, 학부모 등 400여명이 참석해 이들을 축하했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