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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인삼이야기

인삼, 세계 곳곳 대량재배

                                           인삼, 세계 곳곳 대량재배

 

 

 

인삼산업 위기 대응 토론회

인삼산업이 또다시 위기론에 휩싸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대규모로 인삼이 재배되면서 ‘고려인삼’은 수출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고, 미국·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값싼 수입삼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인삼산업은 이들 국가에 비해 생산성도 형편없이 떨어지고,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도 미흡하기만 한 실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매헌기념관에서 개최한 ‘인삼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서 제기된 인삼산업의 문제점과 대책 등을 짚어 본다.

◆ 흔들리는 ‘인삼 종주국’=현재 인삼은 미국·프랑스·중국·스위스·호주 등에서 대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최근엔 독일과 터키·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인삼 재배에 나섰다. 특히 중국의 경우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저급인삼으로 통용되던 중국삼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수출 주력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장백산인삼〉으로 브랜드를 통일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오다 올 7월에는 고려인삼을 뛰어넘겠다는 전략적인 목표 아래 품질 개선과 재배기술 표준화 정책까지 마련한 상태다.

미국·캐나다 등도 인삼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조합 결성 등 조직화가 이뤄져 재배기술 및 품질 개선에 관한 연구와 자국삼의 효능 등에 대해 국제적으로 집중 홍보하는 등 고려인삼을 맹추격하고 있다.

김영찬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산업진흥본부 박사는 “미국 위스콘신주 인삼 농가들의 조직체는 ‘고려인삼은 몸에 열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미국삼(화기삼)은 열을 낮춘다’는 근거 없는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고려인삼의 진가를 떨어뜨리는 허위사실이 마구 유포되는데도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고려인삼을 배제한 채 세계의 인삼시장이 조만간 미국삼인 ‘화기삼’과 ‘중국삼’으로 양분될 것을 공공연한 사실로 여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취약한 국제경쟁력=현재 우리 인삼이 외국삼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분야는 극히 드문 실정.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인삼 1㎏을 생산하는 비용이 우리나라는 2만1,317원인 반면 중국은 우리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3,590원이다. 미국(6,444원)·캐나다(8,604원) 등도 우리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인삼을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10a(300평)당 생산량도 중국(553㎏)·캐나다(850㎏)·미국(800㎏) 등이 우리나라(504㎏)를 훨씬 앞서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우리는 고려인삼의 우수한 품질을 경쟁력으로 꼽지만 수출시장에선 설득력이 약한 논리”라며 “현재 고려인삼이 버티는 것은 높은 국내 관세(수삼·백삼류 222.8%, 홍삼류 754.3%)가 방패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인데, FTA로 인해 관세마저 낮아진다면 우리 인삼산업은 엄청난 시련에 내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인삼산업 전반에 걸친 대책 시급=무엇보다 노동력은 덜 들이면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와 경쟁을 벌여야 할 미국·중국 등은 이미 인삼 재배의 기계화가 이뤄졌지만 우리는 관행재배의 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것.

차선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박사는 “인삼 재배를 위해 지주목 설치기·파종기·정식기·수확기 등 20여종의 기계가 개발됐지만 아직 기계화율은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해가림시설·파종·정식·채굴 등에 일괄작업체계를 확립하고 고품질 안전성 향상을 위한 재배기술 및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신품종 개발 등 부가가치와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인삼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를테면 주산단지의 규모화를 꾀하는 등 정책적으로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확립하고 가공사업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고려인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강화해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인삼 관련 통계 정비 등 관련 정책의 보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썬키스트’나 ‘제스프리’ 같은 대규모 조합을 통한 생산·가공·유통으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인삼과 한약재를 활용한 기능성 복합산업화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과 인삼 종주국으로서 인삼산업을 문화상품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지자체·생산자단체 등의 역량 결집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동 기자 kimg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