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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배추값 왜 오르나요

배추값 왜 오르나요

 

http://tv.joins.com/channel/tv_player.asp?mov_id=2010_1007_150357


 

이수기 기자(중앙일보)

 요즘 어머니께서 배추값 때문에 한숨 쉬고 계시지 않나요? 배추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말입니다.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4000원을 넘을 정도가 되면서, ‘김치가 아니라 금(金)치’라는 말까지 나오네요. 배추뿐 아니라 무나 얼갈이 등 다른 채소들도 엄청나게 값이 뛰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도 많이 오른 것 같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가정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입니다. 그 뒤에는 다양한 경제 논리가 녹아있답니다.

◆가격 비탄력성과 대체재=배추 등 채소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올 여름 내내 이어진 이상 고온과 많은 비로 수확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유통업계에선 채소별로 각각 20~60%가량 공급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알고 있는 것처럼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에서 결정됩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값이 올라가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값이 내려가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소비를 줄이고, 이렇게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바로 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이지요. 문제는 배추의 경우 이렇게 탄력적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배추값이 올라도 김치는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 입맛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경우를 가격에 비탄력적인 재화라고 합니다. 배추 외에도 쌀이나 석유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일수록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이랍니다.

고가의 전문 의약품도 이런 경우에 속합니다. 값이 올랐다고 해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자 그럼, 가격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공급량을 늘리면 됩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공급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가격은 내려갑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중국산 배추 등을 수입해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배추를 대신해 김장을 담글 수 있는 열무나 얼갈이배추 등의 존재도 가격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에선 이처럼 비슷한 효용을 갖고 있어 대체가 가능한 제품을 대체재라고 합니다. 버터와 마가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대표적인 대체재랍니다. 열무나 얼갈이는 배추의 대체재인 셈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무나 얼갈이 등의 값도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배추값이 너무 오르자 소비자들이 배추 대체재로 몰리면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실제로 가정에서는 물론 급식을 하는 학교나 직장, 일반 식당에서도 배추 김치 대신 깍두기와 얼갈이 김치를 내놓고 있답니다.


◆매점매석=정부는 “채소값 폭등의 배후에 일부 중간상인이 있다”며 이번 배추값 파동의 원인 중 하나로 일부 중간상인의 매점매석(買占賣惜) 행위를 지목하고 단속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매점매석이란 물건을 필요한 수준 이상 대량으로 사들여 물가가 오른 뒤 이를 다시 팔아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말합니다.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인 제품의 경우 매점매석이 생겨나기 쉽습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기 때문에 미리 해당 제품을 사두면 큰돈을 벌기 쉽기 때문이지요.

매점매석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주인공 허생은 제사용 과일과 선비들이 머리에 쓰는 갓의 재료인 말꼬리 털(말총)을 대량으로 사들여 큰돈을 법니다. 유교 사회의 속성상 두 가지 품목에 대한 수요가 매우 비탄력적이란 점을 파고든 것입니다.

조선 후기엔 도고(都賈)라 불리는 상인들이 매점매석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곤 했답니다. 1833년에는 상인들 중 일부가 연합해 쌀을 매점매석하는 바람에 빈민들이 쌀을 구하지 못해 폭동을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처럼 매점매석은 많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금기시됩니다.

매점매석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는 정보 불균형이 꼽히기도 합니다. 배추의 경우도 중간상인들이 기상 이변에 따라 작황이 부진하다는 정보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십분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보 불균형 해소는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선물(Futures)과 담합=배추 유통 시장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간상인들은 배추 같은 농산물들을 씨를 뿌리기 훨씬 전부터 밭떼기(포전거래)로 사놓습니다. 이때 공급자인 농민에게 계약금의 일종인 선납금을 미리 줍니다. 일종의 선물 거래인 셈이지요.

선물거래란 미래의 특정 시점(만기일)에 특정 상품을 일정한 가격에 사들일 것을 미리 약속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국제시장에선 석유나 밀 등을 거래할 때 이런 방식이 많이 활용됩니다. 선물시장이 만들어지면 미래의 가격에 대한 여러 투자자의 예측치가 모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이를 토대로 투자를 하게 됩니다. 물론 미래 시점의 가격이 어떠냐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이익을 챙길 수도 있습니다. 지불하기로 한 것보다 가격이 오른다면 이익을 보겠지만 가격이 내리면 손해를 보게 됩니다.

현실에선 ‘선물거래’로 물건을 대량 확보한 경우 현물 시장의 가격도 흔들 수 있습니다. 선물거래가 매점매석과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지요. 중간상인들끼리 약속을 맺고 인위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배추의 양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일종의 ‘담합’인 셈입니다.

올해처럼 이상 기후 때문에 배추 출하량이 적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담합과 매점매석으로 일부 상인만 지나친 이익을 취하고, 많은 소비자가 큰 고통을 겪는 일은 막아야겠지요.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했다는데 … 상추·호박 200% 이상 올랐네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추 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6%나 올랐고, 호박(219.9%), 배추(118.9%), 시금치(151.4%)도 깜짝 놀랄 정도로 가격이 뛰었습니다. 채소와 생선으로 구성된 신선식품 지수는 1년 전보다 45.5%나 뛰어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소비자 물가는 3.6% 오르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채소류 공급 물량 부족 등 공급 교란 요인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1.9%로 수요 측 물가 압력은 크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뛴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은 이런 정부 발표에 헷갈려 합니다. 이는 물가지표에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표적인 물가지수인 ‘소비자물가지수’는 489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에 비해 신선식품지수는 과일과 채소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 변동이 심한 51가지 품목 가격을 토대로 산정됩니다.

또 소비자물가지수는 5년 단위로 품목별 비중(가중치)을 정해 이를 반영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품목 구성이 실제 가정의 소비 지출 비중과 달라도 즉각 지수에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채소류가 포함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군’의 비중은 14%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채소류 값이 크게 뛰고 체감물가 상승폭이 커도 소비자물가는 그다지 크게 오르지 않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근원 물가’는 일시적으로 값이 요동칠 수 있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품목만 가지고 산출한 물가 지수입니다. 소비자물가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농산물 등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정식 용어는 아닙니다만 ‘MB물가’란 말도 있습니다. 이는 현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밀가루·자장면·시내버스요금·지하철요금 등 실생활과 밀접한 52가지 품목군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이수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