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여, 우리는 지금 책을 들어야 한다!
청년 농민이여, 죽는 순간까지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라! / 김동준 (chamjak)
학창시절에 공부하길 꺼렸던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배움을 접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배움이라는 녀석을 실제로 접어서 창고에 처박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에서 도태되는 길임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했는데 직업의 특성상 한시라도 새로움을 찾고 배우지 않으니 경쟁자들에 처지고 말았다. 그래도 실전경험 만큼 좋은 것이 없으려니 여기며 6달을 배우지 않았더니 작업 결과물에서 현저한 차이가 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서야 위기감을 느끼며 장장 6개월짜리 전문가 과정을 수강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전경련회관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12시였다. 그나마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정말 행복했다. 샤워 후 바로 잠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배움이라는 녀석을 다시 찾아 다니던 6개월의 거의 절반은 야근하는 동료들에게로 다시 찾아갔다. 밤새워 고민하고 작업하면서 새로 배운 것을 적용해 성공적인 작품이 나왔을 때의 희열은 가히 하늘을 나는 듯 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만큼 기쁨과 보람이 커진 것이며 배움의 참 맛을 알게 된 것도 당시였다. 6개월 후 나는 새롭게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매 분기에 1~2회 전문강의를 찾아 다니며 열심히 배운 덕택으로 좋은 직장으로 옮겨 승진도 하며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유능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필자가 과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 배움과 연구라는 녀석들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말하기 위함이며 농업에서 더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게 위함이다. 해방 후 한국전을 겪은 우리 아버지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지식을 접할 수조차 없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던 그분들 중 대부분은 급격한 산업사회로 변모하던 70~80년대에 도시로 달려갔고, 일부만 남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많은 사람의 탈농의 의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거의 전부가 탈농의 대열에 동참함으로서 농촌에는 배운 자들이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다.
바로 농업과 농촌은 배움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역사상 언제나 그렇지 않은 시대가 있겠는가 만은 특히 70~80년대 산업화로 급변하던 시대의 농촌수탈이 가장 치명적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은 자들은 배운 바가 없으니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주위의 말에 의존하며 손바닥만한 논밭에서 등꼴이 휘도록 고생해야 했다. 그렇다고 나랏님들이 새로운 인재들을 농촌으로 보내준 바 또한 없으니 우리 아버지들의 등꼴이 오늘에도 펴질 일은 요원해 보인 까닭이다. 배운 자를, 생각하는 자를, 꿈을 품은 자를 모두 수탈해 갔던 도시의 공업과 상업, 서비스업은 번창하여 오늘날 세계와 어깨를 견주거나 리드하고 있다. 그러나 수탈 당한 농업과 농민은 오늘날 어떠한가?
농업/농촌은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졌고 농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이고…아니 실제 죽어가고 있다. 폭락한 쌀값과 정부의 살농(殺農)정책에 분노한 농민들은 서울로 서울로 러쉬하고 있다. 그리고는 여의도에서 농민대회를 갖고 거대한 공권력과 충돌해 맞고 체이고 찢기고 죽어가고 있다. 지금 농업과 농촌의 근간인 우리 아버지들이 왜 이래야만 하는가?
이는 바로 배움을 수탈 당한 결과인 것이다. 이제 그들(배운 자, 생각하는 자, 꿈을 품은 자 등)이 도시에 쌓아올린 부와 명예를 뒤로 하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올리는 만무하다. 설사 돌아온대도 이미 심신의 기력이 쇠할만큼 쇠한 노병이 되어서 일 뿐이다. 이는 남은 여생을 흙에서 살고자하는 인간의 본능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청년 농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두에서 말했듯 이미 대안은 나와있다. 바로 배움이다. 아직 꿈을 간직한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배우고 연구하여 늘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배움을 통해 시장의 변화/흐름을 알아야 할 것이며 세계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변화하여 스스로 빛을 낼 때 농업과 농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요 농촌 수탈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우리도 우리의 자식들에게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교육을 통한 배움이란 배울수록 배우고 싶은 것이다. 아니 배운 사람만이 배움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아는 것이다. 아직 젊은 농민들에게 감히 말하노니 농업에 종사하는 한평생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라!! 항상 책을 들 것이며 호기심과 ‘왜?’라는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문제점이 보이고 해답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력이 샘솟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아직 젊은 청년이기에… 그리고 우리가 농업/농촌의 마지막 희망이기에…
필자는 올해 30을 훌쩍 넘어버린 나이에 농업을 하겠다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3년 후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면 영농 창업과 함께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다. 이후 박사학위에도 도전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을 이뤘을 때는 불혹지세(不惑之世)의 중년이 되어 있으리라. 그래도 배움을 그치지 않으리라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마음속에 담는 한마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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