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계립령 하. 늘. 재.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는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문경에서 하늘재(옛 계립령)길을 건넜다고 한다. 이 슬픈 전설을 간직한 이곳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1854년 전 신라 제8대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한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기 때문이다. 월악산의 장엄한 풍광이 감싸 안은 하늘재길은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곳을 지나갔던 사람들만 떠올려도 자생하는 풀 한 포기, 흙 한 줌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한다.
문경과 충주를 이어주는 길이기도 한 하늘재를 걷는 방법에는 마의태자가 그랬던 것처럼 문경을 시작으로 충주로 넘어오는 방법과 반대로 충주에서 시작하는 두 가지 길이 대표적이다. 문경에서 시작하는 길은 하늘재 정상까지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충주에서 문경으로 향하는 길을 택한다면 옛길이라는 것을 단번에 확인시켜주는 유적과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으며, 높고 험준하지 않은 이 길이 왜 ‘하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실제로 하늘재 정상은 해발 525m다. 하늘재길과 이어져 있는 포암산이 962m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의 높이지만 ‘하늘’이라는 이름의 참뜻은 바로 그곳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주에서 출발할 경우 미륵리 매표소에서부터 하늘재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중원 미륵리사지터가 가장 먼저 역사 속으로 안내하는데, 터 안에는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그 시기를 알 수 없는 미륵리 석불 입상과 5층 석탑, 3층 석탑, 석등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마의태자가 누이 덕주공주와 함께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전 신라의 국권회복을 기원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 어느 한 시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륵리사지터를 지나면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고개라는 하늘재길이 시작된다. 초입에서 500m쯤 올라가면 정상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인 ‘역사․자연관찰로’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는데 경사가 완만해 어느 길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보통 왕복 코스로 하늘재를 찾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하늘재길, 내려올 때는 월악산 국립공원에서 조성한 역사ㆍ자연관찰로를 이용하면 자연의 수려함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오솔길을 따라 하늘재길을 걸으면 귓가에 들리는 건 바람과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 졸졸 흐르는 계곡물, 미륵리사지터에서 들리는 불경 소리가 전부다. 하지만 이 불경 소리는 길의 중간에서 사라지고 남는 건 자연의 소리뿐이다. 자연에 동화되며 1시간쯤 걸으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하늘재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산 초입에서 2㎞가량 올라왔을 뿐인데 시선을 가로막는 장벽 하나 없는 정상은 손만 뻗으면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그래서 하늘재라고 이름 붙은 이유를 단번에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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