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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인삼이야기

유기농인삼을 만드는 사람들

유기농인삼을 만드는 사람들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 한번 안 주고 키운 유기인삼을 수확하고 기뻐하는 양정환씨(맨 왼쪽).
●한국농수산대학 최고농업경영자과정 4기 포천 양정환씨 수확현장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절 이튿날인 10월4일 오전 10시. 경기 포천군 관인면의 한 야산엔 하늘이 아닌 땅이 열리고 있었다. 커다란 쇠스랑 모양의 채굴기를 매단 트랙터가 드르륵 드르륵 굉음을 내며 황토빛 땅을 헤집고 지나가니, 땅이 고랑처럼 갈라지면서 황금색의 기다란 물체 수십개가 일제히 배를 드러냈다.

 그 순간 한쪽에서 대기하던 스무명 남짓한 아주머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로 생긴 밭고랑을 사이에 두고 이열종대로 헤쳐 모여 앉은 이들은 반쯤 드러난 ‘황금 물체’를 호미로 능숙하게 캐내고 흙을 탈탈 털어 컨테이너에 가지런히 담았다. 동작이 일사분란하고 하도 빨라 ‘샥샥샥샥” 하고 바람소리가 나는 듯했다.

 이날은 양정환씨(50)가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 곧 인삼을 4년 만에 캐내는 날이다. ‘황금 물체’는 다름 아닌 싱싱한 햇삼들이다. 차일 아래서 선별과 검수를 위해 수북이 쌓아둔 햇삼을 꼼꼼히 살피는 그의 눈빛이 살뜰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캔 인삼은 예사 인삼이 아니다. 죄다 농약은커녕 화학비료 한번 안 주고 키운 유기인삼들이다. 인삼 농사를 15년째 짓는 그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지난 2008년 유기인증을 받았다. 전국 다섯번째인 쾌거였다. 인삼은 병충해에 굉장히 약해 유기재배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 때문에 당시 그의 유기인삼 인증소식은 몇몇 언론에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됐다.

 “인삼을 신비의 명약이라고 하잖아요. 처음 인삼농사에 뛰어들 때 이런 인삼은 당연히 약 없이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인삼은 땅의 기운을 먹고 자란다는데, 그러려면 건강한 땅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았고요. 고민 끝에 유기재배로 전환키로 결정했죠. 다들 말렸지만 승부를 걸었습니다.”

 병해충을 일일이 손으로 잡고 천연 자재를 이용해 퇴비를 직접 만들어 뿌렸다. 중요하다는 물관리도 약수로 알려진 인근 지하수를 길어와 공급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10년쯤 지나자 그의 손에는 저농약은 물론 무농약·전환기인증서가 차례로 잡혔다.

 이날 캐낸 유기인삼은 전북인삼농협을 통해 화장품회사인 ㈜아모레퍼시픽으로 전량 납품된다. 수확현장을 지켜보던 이현철 전북인삼농협 과장대리는 “우리 농협은 인삼농협 중 유일하게 친환경인증 인삼만을 모아 수매하는 사업을 지난해부터 벌이는데 양씨의 인삼은 고급 화장품 원료로 각광받는다”고 했다.

 연구용 인삼과 토양을 채취하러 온 박기춘 농촌진흥청 인삼특작부 박사는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고 일조량이 부족해 일찍 인삼 잎이 떨어져 버리는 조기낙엽 현상이 심한 나머지 생산량이 예상보다 30%는 줄고 크기나 모양도 좋지는 않다”면서도 “자세히 분석해 봐야 하겠지만, 성분이 개선되고 토양까지 더욱 건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양씨는 이런 찬사에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면서도 다부진 포부로 각오를 다졌다. “몇년 안에 인삼시장도 유기인삼으로 재편되리라 확신합니다. 화장품·식품업계들이 유기인삼 물량 확보에 소리 없이 나서고 있거든요. 조만간 제 주위 여섯 농가와 합심해 유기인삼을 공동 출하하기로 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농민신문> 독자 여러분들도 건강과 지구를 생각하신다면 이왕 드시는 거 유기인삼으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011-364-3489. 
포천=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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