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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발효이야기

발효산업에 미래 있다

발효산업에 미래 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창해에탄올 공장은 주정을 만드는 곳이다. 주정은 우리가 즐겨 먹는 소주의 원료로 쓰인다. 주정은 알코올 농도가 95%로 희석식 소주는 이를 물로 희석시켜 만든다. 창해에탄올 공장은 주정뿐만 아니라 바이오연료도 생산하고 있다. 주정과 바이오연료가 같은 에탄올이기 때문이다.


최기욱 창해연구소장은 "주정과 바이오연료는 생산 방식은 비슷하지만 알코올 농도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어 특수한 발효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창해에탄올의 발효기술은 국제 특허를 받았다. 현재 한 해 8만ℓ가량의 주문량만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체연료 수요가 늘어나면 시장성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 소장은 "지푸라기에서도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성공하면 대단한 혁신이 될 것"이라며 "이미 발효기술이 집적된 플랜트도 수출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효산업이 차세대 부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낱 미생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하나라도 잘만 찾으면 `대박`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바이오시장은 연간 1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2585억달러 규모인 바이오시장에서 발효 관련 제품은 730억달러로 전체 바이오시장에서 2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효물질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아미노산의 경우 시장 규모가 2008년 54억달러에서 2013년 78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오상현 LG생명과학 익산공장장은 "바이오 의약품은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기술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2013년이면 품목당 시장 규모가 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데 엄청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효기술을 통해 특정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내는 산업효소 시장은 2008년 38억달러에서 연평균 8.9% 증가해 2013년에는 49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효소 업체인 노보자임은 세계 산업효소 시장의 잠재적 가치를 160억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발효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는 아미노산 시장인데 세계 생산량은 200만t 정도로 연간 시장 규모는 2조원대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이 시장에서 잠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족한 점도 많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발효에 관련된 미생물이나 소재 등의 수입 규모는 지난해 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유산균이나 효모, 누룩 수입 규모도 4400만달러. 앞으로 식품 시장이 확대되면 수입액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우수 미생물 확보를 통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인식하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생물자원에 대한 원천기술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유용한 생물자원의 선점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신비한 발효, 그곳에 미래 있다 

 

28일 서울 구로동에 있는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갖가지 실험도구들이 늘어서 있는 연구실 한 쪽에 30㎝ 길이의 유리병이 스탠드에 걸려 있다. 유리병 안에 든 투명한 액체 속에 동그란 알약 모양의 노란 효소 수백 개가 들어 있다. 이 유리병에 연결된 긴 관 끝으로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액체가 바로 `혈당을 낮춰주는 당`이다.


CJ제일제당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이 물질은 혈당이 높은 사람들도 단 음식을 먹을수 있도록 해주는 신개념의 감미료다. 이동훈 CJ제일제당 신사업팀 부장은 "발효 기술 덕에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는 상식을 깰 수 있게 됐다"며 "조만간 칼로리를 없앤 식용유와 설탕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갖고 있던 음식에 대한 상식이 바뀌고 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발효` 덕분이다.


`혈당을 낮춰주는 당`이나 `살 찌지 않는 식용유`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물질들이 발효 기술 덕분에 현실화되고 있다. 썩는 비닐도 발효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추장, 된장, 야쿠르트, 치즈, 막걸리는 발효기술로 만들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연료나 바이오 의약품도 발효의 산물이다. 발효의 신기한 능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발효 관련 제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세계시장 규모는 730억달러. 2000년의 152억달러에 비하면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장은 "세계 각국이 발효 관련 기술 확보 전쟁을 벌이는 등 발효산업이 미래 먹을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겐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 많다. 지난해 우리가 발효 관련 물질 수입에 쓴 돈은 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는 발효와 관련해서만큼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김치,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전통음식은 대부분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발효기술의 핵심인 유용한 미생물을 찾는 데 우리가 남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강표 CJ 발효건강연구소장은 "우리 전통식품인 메주에서 지금까지 발견한 미생물은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는 연구조차 되지 않았다"며 "발효 분야 세계 최강국이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발효 = 미생물로 특정 물질을 분해하거나 변화시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막걸리, 와인은 물론 된장, 고추장 등 장류도 원료를 발효시켜 만든다. 

 

 

 


`발효 왕국` 한국, 바이오메카 꿈이 익는다

 

유가공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프랑스의 다논은 지난해 10월 전북 무주에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아시아 각국에 각종 유제품을 수출하는 동북아의 대표 공장이 될 전망이다. 다논은 또 지난해 국내에 `다논코리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유는 발효산업에 있어서 한국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양에서는 요구르트처럼 동물성 발효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콩ㆍ배추 등 식물을 발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생소해 한다"며 "세계적인 기업 다농이 한국에 주목하는 것은 식물을 발효시키는 한국 전통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효산업 종가 위해 투자 잇따라

지방자치단체, 기업체 등은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발효산업을 키우기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전라북도는 `발효미생물 종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는 2020년까지 15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는 발효기술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생물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효를 위해 미생물을 새로 발굴할 때는 이 미생물이 안전한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경제성은 있는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개별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을 `발효미생물 산업화센터`에서 맡겠다는 취지다. 식품에 국한하지 않고 바이오연료, 의약품 등 전 분야에 걸친 미생물을 종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발효기술은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미래 시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발효를 테마로 한 `발효건강연구소`를 설립했다. 대상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미노산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LG생명과학은 전북 익산에 첨단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가동 중인데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간염백신, 호르몬제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주의 창해에탄올 공장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발효가 상상에서 현실로

발효기술을 이용해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각종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설탕 대체 감미료`가 대표적이다. 설탕 1g에 들어 있는 열량은 4㎉이지만 칼로리가 `제로`인 감미료가 있다. 당도는 설탕의 92% 수준으로 일반인이 거의 구분하지 못할 수준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혈당을 낮춰주는 당 제품도 나왔다. 이동훈 CJ제일제당 신사업팀 부장은 "포도당을 먹으면 동물이나 사람이나 몸속에 있는 분해효소가 다른 물질로 전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살이 찌거나 혈당을 높이게 된다"며 "우리가 천연 발효법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다른 물질로의 전환을 막아 몸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청국장균을 이용한 사료 첨가제도 눈에 띄는 발효 기술이다. `대두박`이라는 것은 콩으로부터 콩기름을 짜고 난 뒤 생기는 부산물인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백질 사료원료로 꼽힌다. CJ는 청국장균이 보유한 강한 단백질 분해효소를 이용해 어린 가축의 소화흡수율을 높인 제품을 최근 내놓았다. CJ는 최근 코코넛쉘에서 자일리톨의 원료 `자일로스`를 추출했는데 발효기술을 이용해 이를 자일리톨로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


발효기술은 친환경제품 생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저분자 물질을 미생물 발효를 활용해 만든다. 그동안 플라스틱은 석유화학공법으로 만들어 제조 과정에서도 오염물질 배출이 많고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은 볏짚이나 옥수숫대 등 식물을 사용하고 생산도 미생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이다.


주재영 CJ제일제당 부장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나 내연성은 더 좋은 반면 분해가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대체재로 각광받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축사료도 등장했다.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25%는 13억마리로 추정되는 세계 각국의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나온다. 이 같은 방귀와 트림은 소의 위와 장 등 소화기관에 살면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미생물로 인한 것인데, 이 사료는 이 같은 미생물을 파괴하는 성격이 있다. [최승진 기자]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 寶庫…발효산업 성패 달려 

 

발효 산업의 핵심은 바로 미생물이다. 마치 사람이 인종이 다르고 유전자가 다른 것처럼 미생물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재료라 해도 다른 미생물을 거치면 다른 제품이 된다. 예컨대 똑같이 쌀을 발효시킨다 하더라도 음용 가능한 소주를 만드는 미생물이 따로 있고, 맛은 없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미생물이 따로 있다.


현재 생명공학 관련 제품의 상당수는 미생물 자원을 활용한 발효기술로 만들고 있다. 발효식품뿐만 아니라 정밀화학 분야 등 미생물을 이용한 산업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미생물 확보 자체가 국가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대혁 전북대 교수는 "이처럼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우수한 미생물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필수"라며 "미생물을 활용해 생산하는 품목을 다양하게 확대할 수 있어 최고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발효 산업에 쓰이는 미생물은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인정받는다. 미생물에는 각자의 이름이 모두 붙어 있다. 누군가가 특정 미생물을 사용한다면 로열티를 특허권이 있는 사람에게 지불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이동준 대상 바이오기술실장은 "발효와 관련된 제품을 만들 때 다른 나라의 미생물을 활용한다면 그만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기업마다 독자적인 미생물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조윤제 CJ제일제당 식품응용센터장은 "치즈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김치도 맛있게 하는 미생물을 넣어주면 같은 맛이 나 일본에서 많이 찾는다"며 "원천기술을 수출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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